왕의 사랑을 받던 소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소년은 어머니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몰래 왕의 수레를 훔쳐 타고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당시에는 왕의 수레를 허가 없이 타면
두 다리가 잘리는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왕은 그 소년에게 벌을 주기는커녕
효성이 지극하다고 오히려 칭찬을 했습니다.
또 한번은 소년이 복숭아를 먹다가 맛이 무척 좋다며
반쯤 먹다 남은 복숭아를 왕에게 바쳤습니다.
먹다 남은 복숭아를 받은 왕은 화를 내는 대신에
소년이 얼마나 자신을 생각하면
그 맛있는 것을 다 먹지도 않고 주었겠느냐며
칭찬했습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소년이 아름다움을 잃고 왕의 사랑도 식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사소한 일로 소년을 꾸짖으며
전에 소년이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 수레를 탔던 일과
먹다 남은 복숭아를 준 일을 꾸짖으며
소년을 내쳤습니다.
'한비자(韓非子)'에 실린
중국의 위(衛)나라의 '미자하(彌子瑕)'라는 미소년과
어떤 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사랑을 받을 때는 용서가 되던 일도
사랑이 식고 나면 죄가 되는 경우를 말하는
'여도지죄(餘桃之罪)'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미자하를 사랑해서 눈이 멀었던 왕에게는
미자하의 어떤 행동도 좋게 보였을 것입니다.
만약 미자하가
왕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동안
좀 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면
왕의 사랑이 지나간 후에도
벌을 받는 일은 없었겠지요.
혹시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사랑이 끝난 후에
그 사람이 내게 '여도지죄'를 묻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알아서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눈 먼 상대는
내게 조언해 주지 못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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