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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노가다 십장형'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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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명박은 '노가다 십장형' 리더십"

[인터뷰] '鄭의 전략가' 민병두…"'기적'은 이뤄진다"

대통령 선거 투표일 6일 전, 한쪽은 '게임 오버'를 선언했지만 다른 한쪽은 여전히 전투중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13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 중에도 이장춘 전 외무부대사의 찬조연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국에 다녀오는 등 시종일관 분주한 모습이었다.

민병두 의원은 "유권자의 표심의 이동과 의식 변화의 흐름, 상대 후보가 가진 한계와 우리 진영의 비장감 등을 보면 역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를 "단추를 푸는 첫 단계"로 꼽았다.

민 의원은 "후보단일화를 이뤄내면 최악(이명박 후보), 차악(이회창 후보)에 대해 '차선+알파'의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후보 단일화는 잠재적 지지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 대해 "정치사회 개혁의 성공과 과정의 한계로 정권교체 프레임이 가장 유력한 프레임으로 만들어졌다"며 "때문에 이를 돌파한다는게 애초에 어려운 선거가 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민주개혁세력은 정치개혁과 남북관계 이슈에서 리더십을 구축해왔으나 그 다음 전선인 경제에서 지도자를 키워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반면 이명박 후보에 대해 '성공한 CEO'라는 허상이 강하게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경제 대 나쁜 경제'의 대결, 가치 대결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집권할 경우 △부패-특권의 커넥션이 만연화 되고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 부응하기 위해 인위적 경제부양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의 불신으로 남북관계애서 통일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그는 대선 직후에 치러질 총선에 대해 "어느 쪽이 집권하든 대선에 따른 견제심리가 발동해 여소야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우리가 집권할 경우 한나라당을 갈라치는 '여대야소'를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 이후 범개혁진영과 보수진영의 분열로 정치지형이 다극화되리라는 예상에 대해 "선거는 다당제로 치러지겠지만 선거 결과는 '양당제+1'의 구도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민주개혁세력은 분열할 시간과 체력이 없고 보수 진영은 힘이 없다"고 주장했다.

"후보단일화는 필수다"

프레시안 : 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보면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을 25%로 발표했다. 아직 역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인가?
▲ 대통합민주신당 민병두 의원 ⓒ프레시안

민병두 : 표심의 이동을 봐야한다. 지난 총선 때 모든 언론이 열린우리당이 220~230석, 한나라당이 7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그대로 뒀으면 오히려 한나라당에 역전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우리의 조직력, 자금력, 경험, 보수의 견제 심리 등을 종합해서 판단할 때 열린우리당이 130석 안팎, 한나라당이 120석 안팎을 얻을 것이라고 설파해서 간신히 150석을 맞춘 것이다.

지금도 표심의 이동을 보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은 이 후보에 대한 자부심, 확신의 부족이나 '어차피 이명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투표장에 안 나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쪽 지지자들은 남은 6일간 가능한 몇가지 변수에 따라 희망의 심리와 투표장에 나갈 동인을 얻을 수 있다.

그러한 변수들을 대입해 시뮬레이션 해보면 투표율 67%로 계산했을 때 39% : 36% 정도의 승부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로 이쪽은 희망을 못보고 저쪽은 정권교체해내겠다는 분위기가 유포되면 지금의 지지율 차이보다 더 큰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굉장히 미묘한 상황이라고 본다.

레시안 : 범여권 진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적 변수' 라면?

민병두 : 우선은 후보단일화다. 예전에는 후보단일화를 가정하고 여론조사를 해보면 두 후보의 지지율을 산술적으로 합한 것만큼의 지지율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만약 정동영 20%, 문국현 6%로 가정하고 후보단일화를 하면 30% 가량으로 나타난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움직이려 하는 지지층이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마지막 선거 전략은 우리 지지층에 감동과 희망을 주고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분노를 조직화하고 이명박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약한 사람에게는 이 후보를 찍어야할 확신이 없다는 것을 계속 환기시켜주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이 1987년 이후로 '최초로 50% 이상 지지율을 얻는 대통령 당선자를 만들어달라'고 하면서 '게임 오버'를 선언한 것은 굉장히 잘못된 전략이라고 본다. 일단 '게임 오버'와 '지지율 50% 이상'은 상호 모순된 것일 뿐더러 게임 오버이면 투표하러 나올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모두 독자 완주를 선언하고 있는 마당이다. 후보 단일화는 필수인가?

민병두 : 필수다. 대중심리가 그런게 있다. 이명박 후보와 같은 최악의 후보는 뽑지 말아야지, 이회창 후보와 같은 차악의 후보도 뽑지 말아야지. 그러나 최선의 후보가 없다.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는 차선인 것 같은데 차선의 후보를 꼭 뽑으러 나가야 하느냐는 심리다. 그런데 둘 중의 하나로 단일화 되면 '차선 플러스 알파'라서 투표장에 간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단추를 푸는 첫 단계다.

프레시안 :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도 선거 막판에 '숨어있는 5%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와 비슷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민병두 : 이회창 후보의 '숨어있는 5%' 주장과는 다른 이야기다. 숨어있는 5%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투표율의 문제를 말한 것이었지만 내 말은 여론조사를 불신한다는게 아니라 계기만 주어지면 투표장에 나오고자 하는 잠재적 지지자가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후보 단일화로 대중들에게 유인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공동정부 구성 등의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은 채 막판에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야합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민병두 : 정동영 후보가 공동정부 구성도 제안했지만 중요한 것은 자리를 어떻게 나누느냐 보다 원칙을 합의하는 것이었다. 원칙의 합의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임했다면 그런 원칙이 갖고 있는 힘이 더 국민들에게 잘 전달됐을 것이다. 그런데 문국현 후보쪽은 어떻게 보면 단일화를 공학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다. 단일화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하고 정 후보를 공격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하니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게 된 것 아닌가.

프레시안 : 표현은 '후보 단일화' 지만 현 여론조사 지지율 차이를 보면 문국현 후보로서는 사퇴하라는 이야기로 들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민병두 : 정동영 후보가 처음 단일화를 제안할 때 '모든 기득권을 버릴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단일화 방식에 따라서는 사퇴할 위험성을 열어두고 배수진을 치고 임하겠다는 것을 밝힌 것이었다.

지나간 이야기를 들춰내긴 그렇지만 수많은 비공식적 제안이 오고갔다. 심지어 문국현 후보 쪽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조건, 핸드폰 여론조사, 시민 배심원단 조사 등 모든 것을 (시민사회에) 위임하겠다고 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당이나 많은 시민사회 인사들이 공당의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에 대해 무조건 다른 쪽이 이기도록 비슷하게 만들어준 것이 얼마나 시너지가 있나는 회의가 있었다. 문국현 후보가 스스로 올라와 15%대로 치고 올라와야 시너지가 있지 게임의 룰을 바꿔 불확실성을 주는 것만으로는 정치적 감동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효과면에서 확신을 못한 것이다.

프레시안 : 오충일 대표는 문국현 후보에 대해 "더이상 민주화 세력으로 인정해야 하느냐"는 이야기를 했다.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한 세력에 대한 이야기 치고는 굉장히 비판적이었는데.

민병두 : 오 대표의 이야기는 간접화법이었다. 재야 민주화 세력의 송년회가 어느 때보다 사람도 많고 고민도 크더라. 다수는 더이상 민주화 세력으로 인정할 수 없는 분위기었다는 간접화법이었다. 공동정부 제안은 두 가지 메시지를 갖고 있다.

하나는 문국현, 이인제 후보에게 '앞으로 5년간 책임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국현 후보 지지세력에게 '굳이 문 후보를 지지할 필요가 있느냐, 당신이 생각하는 꿈을 우리가 알아서 할텐데'라는 것이다. 우리는 공동정부를 제안했기 때문에 직접 압박할수는 없지만 오 대표의 말은 시민사회가 결국 그런 압박 수순을 밟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우려를 표현한 거다.

프레시안 : '후보 단일화' 이외의 수도 있나?

민병두 : 있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하루하루 상황을 봐가며 어떤 마지막 수를 배치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 수를 사용할 기회가 올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 건데, 선거 막판 수라는 것이 폭발력이 큰 경우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다.

"삼성특검법 때문에 검사들이 이명박에게 투항했다는 비판이 있다"

프레시안 : 대통합민주신당이 발의한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 검사 탄핵안이 진행 중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사람이 두 명, 법무부 장관이 두 명있는 정당에서 검찰 탄핵안을 발의한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 않나.

민병두 : 그게 참 세상이 무섭다. 우리는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을 국민의 품에 돌려 주겠다고 했다. 우리 당 대부분의 의원들이 그것이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검찰 수사결과 발표와 주변 정황을 보면 검찰이 검찰 조직을 위해 수사했다는게 드러났다. 그래서 그에 대한 분노가 있는 것이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소위 '이명박 특검' 법안도 제출된 상황인데 만약 특검법이 도입된 후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민병두 : 만약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의 법적 지위 상 이 후보를 하야 시킬 수는 없다. 다만 공소시효만 중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의혹이 밝혀져서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의 공동 정범으로 드러나면 대통령 임기 끝나고 구속되게 된다. 그러면 집권한 5년이 내내 불안해지는 것이다. 늘 '위장대통령', '조금 있으면 잡혀갈 대통령' 등의 말이 따라다닐 것 아닌가. 우리로선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삼성 그룹에 대한 특검이 시작될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삼성으로부터 자유롭나?

민병두 : 자유롭다. 적어도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이후에는 삼성그룹과 유착되어 받은 정치인이 없다고 본다. 저쪽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재경위원회, 정무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논의하면 5분 내에 삼성에서부터 전화가 온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2003년 이전에는 그 정도 부패 구조에 끼어들 수 있는 사람도 없거니와 김근태 전 의장이든 정동영 후보든 이 당을 이끌어 온 중심세력 중에는 도덕적으로 자기 부정을 해가며 그런 부패구조에 연관될 사람은 없다고 본다.

창조한국당이 삼성특검법 처리를 위한 반부패 비리 연석회의를 제안했을 때 우리는 '신뢰'라는 측면에서 응했다. 당내에서 '정치공학 아니냐'는 반발이 있었다. 또 민주노동당과 3자 연대 등 점점 왼쪽으로 가는 것이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사실 <프레시안>은 정동영 후보에 대해 중도로 가는 것을 비판할지 모르나 우리가 중간을 쳐서 이명박 후보의 영토를 좁히는만큼 창조한국당과 민주노동당에도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또 다른 쪽에서는 이번 대선 판에서의 결정적 패착이 삼성특검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 일로 검사들이 떡값 때문에 이명박 후보에게 투항했다는 비판이다. 정 후보는 이런 지적에 대해 "올바른 일이라면 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은 청와대에 대해 당선축하금 의혹을 제기한다. 청와대도 삼성 그룹에 대해 자유롭다고 보나?

민병두 : 당선 축하금은 없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계보정치 하려는 사람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고 계보정치를 하려고 했으면 그런 걸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정분리만큼은 자기 철학이 있던 사람 아닌가. 그런 걸 받을 이유도, 받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만약 노 대통령이 받았다면 이명박이라고 서울시장 당선 축하금 안 받았을 것인가.

프레시안 : 일각에서 제기하는 서울시장 당선 축하금 30억 원 받았다는 의혹을 말하려는 것인가.

민병두 : 그런 부분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자유로운가, 시험해 보고 싶다.

"경제 전선에서의 지도자를 키우는데 어려움 겪어"

프레시안 : 이번 대선에 대해 '이상한 대선, 재미없는 대선'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전략을 계속 고민해온 입장에서 이번 대선의 특징이나 성격을 규정한다면?

민병두 : 87년 이전의 민주화세력은 아주 소수였다. 87년 이후 민주개혁세력의 영토가 굉장히 넓어졌는데 YS-DJ 단일화가 실패하고 3당 야합하면서 제한적으로 넓어졌다. 그 이후로 DJ-JP연대와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조금씩 보태왔다.

그러다 개혁의 성공과 개혁 과정의 한계로 인해 그 영토가 좁아졌다. 정치사회적 개혁을 너무 빨리 완결하다보니 정치사회적 개혁에 대한 요구가 소멸되고 다른 요구로 전환됐다. 또 한편에는 정치사회적 개혁 과정의 문제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국민 간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생겨났다. 이로 인해 정권 교체 프레임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프레임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돌파한다는 게 애초에 어려운 선거였다. 이러한 와중에 이회창 후보가 등장하면서 근본적 지각변동이 생겼고 그래서 승리의 가능성을 볼수 있게 된 선거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보수진영이 분열을 했지만 그럼에도 한 후보가 1년 넘게 40% 이상의 지지율을 받아오지 않았나.

민병두 : 우리는 민주-반민주'반개혁이라는 전선에서 지도자를 키워왔다. 그러나 그 다음 전선, 경제가 가장 중요한 전선이 됐을 때 힘이 있는데 지도자를 키워오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이명박 후보가 40%넘는 지지율을 1년 넘게 끌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에 대해 지지하면서도 그에 대한 불신이 엄청나게 강한 이중 모순이 있기 때문에 역전의 가능성이 있다.

프레시안 : 민주개혁세력이 97년 이후 10년을 집권하는 동안 국민들은 민주개혁세력도 기득권 세력으로 보는 것 아닌가? 어찌보면 IMF 10년 체제를 이끌어온 민주개혁진영이 감당해야 할 평가는 아닌지.

민병두 : 변화의 발판을 만든 새로운 10년으로 평가하는게 옳다고 본다. 실제로 우리가 쉽게 망각해서 그렇지 10년 전과 지금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지식 문화 꽃 피울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었고 탈권위, 창조성이 인정되는 사회로 만들었다. 정보통신산업, 지식문화산업이 중심 산업이 되도록 토양을 변화시켰고 남북관계도 그 전의 정권이 계속 끌고 갔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욕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문제나 양극화 문제 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한 정권이 해소할 수 있는 힘이라는게 있다. 인위적 경기부양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해왔고, 그 과실은 다음 정권이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었다. 물론 과학적이고 이론적인 분석이라 국민들의 정서적 동의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은 안다. 이런 것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이기도 하다.

프레시안 : 국민들은 민주개혁세력을 '기득권 세력'으로 평가하는데 스스로는 '변화의 전초기지'라고 보는 괴리가 있는 것 같다. 87년 체제를 구축한 지 20년이 된 지금 민주개혁세력이 자기 정체성을 다시 정립해야 할 때 아닌가.

민병두 : 전초기지로서의 한계에 부딪힌 면도 있다. 지난 20년간 민주세력은 담론의 재생산을 주도해왔지만 민주주의와 통일 이상의 담론을 생산하지는 못했다. 그 점에서 분열, 고립됐고 계급주의로 분화됐다. 상대방은 지난 10년을 통해 뭉치고 집념을 보였는데 이쪽은 다음 담론을 위해 몸과 혼을 바치는 세력을 재생산을 못해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선거의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승리에 목말라야 한다고 본다.

"앵커로서의 경력이 정동영의 자질을 가리는 측면이 있다"

프레시안 : 방금 말한대로 긍정적 평가를 받을 부분이 있음에도 요즘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은 '노무현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고육지책인가.

민병두 : 대통령 후보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정신을 이야기해야 하니까 (차별화는) 당연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후보 시절 첫 유세에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 창출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집권당은 계승을 이야기해야 하나 전임자의 그늘에 갇혀서는 국민이 원하는 독자적인 지도력을 보여줄 수 없다. 새로운 지도자의 모습을 강력하게 보일 필요가 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와 정동영 정부는 어떻게 다르나.

민병두 : 다음 정부를 통합의 정부라고 명명하고 있다. 통합의 정부라 하면 남북통합, 계층통합, 지역통합을 이야기한다. 지난 10년 간 산업의 구조조정은 성공했지만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서민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에 계층통합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계속 지적하고 있는데, 그런 불신에도 정동영 후보를 미덥게 보지 못하는 것은 후보 개인의 리더십 문제로 소급되는 것 아닌가?

민병두 :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이 후보가 리더십을 잘 구축했기 때문이 아니다. 현대건설 사장하다 부도냈고 AIG 그룹에 특혜를 줬다가 부동산만 넘겨줬고 서울시 뉴타운 정책하면서 땅 값만 2~3배 올렸다. 허상이다. 현재 이명박 후보의 '성공한 CEO'라는 허상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있다.

우리는 정치개혁과 남북관계를 배경으로 리더십을 구축해왔다. 그런데 시대적 조건은 경제 소구가 더 강했던 것 아닌가. 결국 한나라당에 대해 '좋은 경제 대 나쁜 경제'라는 가치의 차이로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임하는 것이 당연했다. 왜냐하면 이명박 후보에 대한 허상이 너무 강해 이를 짧은 시간에 허물어뜨리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많은 사람들이 정동영 후보가 대안인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 감인가?

민병두 : 대통령 감이다. 판단력, 포용력,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 스스로 '몽골기병 같은 추진력'을 좋아할 정도로 필이 꽂히고 감이 오면 전광석화로 일을 추진해낸다.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중요한 자질인 남의 말을 듣는 포용력더 충분하다. 다만 대중스타, 앵커라는 경력이 정 후보의 자산인 동시에 대통령 감으로 보이게 하는데 지나친 그림자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정동영이라는 사람이 정계에 입문해 12년간 보여온 추진력, 개혁성보다 앵커라는 경력에 보는 사람들이 갇히는 그런 경향이 있다.

"이명박 후보 주변엔 사회 개혁을 위해 행동한 사람이 없다"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가 집권했을 경우를 상정했을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무엇인가?

민병두 : 세가지다. 하나는 이명박 후보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 중에 이 사회의 개혁, 부정부패의 해소 등에 대해 진심어린 말이나 행동을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패-특권의 커넥션 속에 살았던 사람이 다수다. 사회가 기득권 세력의 네트워크에 빠른 속도로 둔감해질 것이며 권력의 분권화'다양화 등이 하루아침에 권력의 집중화'부패화로 갈 것이다.

두번째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 부응하기 위한 초조감으로 인위적 경제부양으로 경제 중장기적인 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걱정이다.

세번째는 남북관계에서 통일 비용 올라갈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이명박이라는 사람을 길들이기 위해 일종의 '테스트'를 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진전되는데 응하지 않을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 5년을 허송세월 보낼 가능성이 있다.

프레시안 : 진보개혁진영 내에는 이명박 후보가 집권한다고 해도 지난 10년의 성과를 되돌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있다. 경제도 큰 후퇴 없이 갈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선거 중이라 부각되는지 모르나 이명박 후보의 집권이 디스토피아의 도래인 양 협박하는 것은 아닌가?

민병두 : 현실을 잘 모르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후보는 드러내놓고 시장자유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대학입시나 자사고 100개 설치 등이 모두 '시장이 선이다'라는 전제 아래에 있다. 지난 대선만해도 이회창 후보 등 우파들이 콤플렉스가 많아 그런 주장은 못했는데 이제 완전히 내놓고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가 이제껏 보여준 개인적 캐릭터가 정치 문법과 동떨어진 특이한 것이라 더욱 그런 불안감을 갖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민병두 : 간단히 말하자면 이명박 후보의 리더십은 '노가다 십장(什長)형' 권위주의 리더십이다. 내가 옳다면 밀어붙일 수 있다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지난 1년 6개월간 경선-본선 치르면서 누구도 이명박 후보에 대해 BBK의 진실에 대해 물어보지 못하고 또 관련해서 이명박 후보에게 조언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또 건축회사 출신이라 그런지 조형물로 성과를 만드는데 집착이 강하다. 국민의 눈을 일시 현혹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나 재앙이 올 것이다. 그런 리더십은 지식문화에 맞는 리더십이 아니다.

"분열? 선거 결과는 양당제로 나타날 것"

프레시안 : 대선 이후의 정치지형 변화를 어떻게 전망하나? 보수진영과 범여권이 함께 분열하는 '대분열의 시대'로 정당체제도 다당제로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민병두 : 선거는 다당제로 치러지겠지만 선거결과는 다시 양당제로 갈 것이다. 한 쪽이 대선에서 이기면 중심 정당은 총선에서 상당한 힘을 보이며 흡입력을 갖게 될 것이고 다른 정당은 위성정당화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보수진영에서도 한쪽이 이기면 다른 당이 자생력을 잃고 흡인될 것이다. 선거는 다당제로 치러지겠지만 결과는 '양당제 플러스 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플러스 원'은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다. 민노당은 우리와 같은 중도좌파세력이 잘되어야만 그 상승세에 힘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죽으면 자신들도 힘들어진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87년 대선과 이번 대선은 총선이 가까이 붙어있다는 점에서 비슷한데, 87년 총선으로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번 총선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민병두 : 일단 우리가 집권하면 '여소야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 총선 때도 보수진영의 완강한 저항과 견제는 엄청났다. 물론 정계개편이나 인수위 구성 등 변수가 많지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이 50% 가까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이 실현이 안되면 총선에서 다시 결집할 수 있다.

반면 이명박 후보가 집권할 경우에도 이 후보에 대한 지지라는 것이 '순 긍정'이기보다 '체념적·반발적 지지'로 생긴 것이기 때문에 '부패세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심리가 형성될 수 있다.

프레시안 : 어디가 이기건 집권세력 발(發) 정계개편은 불가피하지 않을까?

민병두 : 우리가 이기게 되면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 개혁진영 정당들이 다 흡수될 것이다. 심지어 한나라당을 갈라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대선에서 패배하면 이명박 후보와 이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은 사라진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대중성과 현장 리더십이 있어서 남을 것이다.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 보수파가 연합하게 만들고 중도파를 끌어당겨서 그 힘으로 완전한 전국정당을 만들 수 있다.

한나라당 쪽은 이기더라도 정계개편의 힘이 없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이겼을 때 한나라당을 이명박 당으로 싹 바꾸려 했다. 실용, 경제 등을 내세워 CEO 출신으로 70%를 물갈이하는 목표를 가진 것으로 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의 힘이 커지고 이회창 후보가 등장하면서 정계개편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만 민주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아는데 만일 민주당이 넘어간다면 그 순간 혼이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프레시안 : 대통합민주신당은 민주개혁진영의 구심으로 존속할 수 있을까?

민병두 : 민주개혁진영이 분열할 것이라고 하는데 분열할 틈이 없다. 상황이 촉박하고 엄중하다. 4월 9일 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2월 말까지 모든 공천을 완료해야 한다. 당을 깨고 나가 정당을 만들 틈이 없다.

그리고 창조한국당이나 민주노동당, 민주당은 자신이 대안세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다. 특히 창조한국당은 뿌리가 없는 정치세력이다. 문국현 후보가 알파이자 오메가인 당이다. 문 후보가 대선에서 지면 상품성이 없어지고 소멸하는 거다. 문 후보 지지율은 8%까지 되지만 창조한국당 지지율은 4% 미만으로 나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창조한국당에 들어가 총선을 겨냥할 지명도 있는 인물이 얼마나 될까.

프레시안 : 가령 유시민 의원이 내년 총선 출마 지역구를 대구로 정한 것은 이 틀 내에서의 자기 모색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인가?

민병두 : 그렇다. 거기서 독자세력화해서 창당하고 할 시간도 체력도 없다.

프레시안 : 그러나 한나라당 중도파까지 아우르는 정계개편을 언급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전망한 것은 모순된다.

민병두 : 대선에서 우리가 승리하면 총선에서 견제심리가 강할 것이다. 그러나 대선 이후 한나라당에 혼란과 분열이 있을 때 전략전술이 성공하면 '여대야소'도 만들 수 있다. 영남지역에 민주화세력이 진출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고 정계개편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동영 시대의 중심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과제"

프레시안 : 여태까지 150석 이상을 점하고 있던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정당정치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념과 노선, 정체성으로 분화되는 다당제가 구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민병두 : 결국 리더십의 문제라고 본다. 그 당시의 '메인 스트림'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이고 열린우리당은 이를 갖추지 못해 문제였던 것이다.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 정당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 노무현의 메인 스트림이 당으로 관철될 수 없었던 것이다. '잡탕정당'이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으나 칼라는 다양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계급 정당이 아니다. '메인 스트림'이 무엇이냐의 문제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 내에도 우파가 강고하게 존재해왔다. 정동영 후보가 집권한다고 해도 선거 과정에서 주장해온 개혁적 정책이 다시 '원상 복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민병두 : 정동영 후보가 집권할 때 자기 정책과 철학을 구현할 '중심'을 빨리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집권세력의 안정성을 위해 '여대야소'를 구축하되 정체성 혼란 등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정간 긴밀한 협력을 하면 당 내에 정동영 후보의 철학을 구현하는 중심 세력이 형성되지 않겠나.

프레시안 : 정동영 시대 중심 세력은 누구인가?

민병두 : 정동영 시대의 '메인 스트림'은 정동영의 과제인 것 같다. 정동영의 철학과 정책을 같이 할 사람은 단순히 과거 동교동, 상도동, 노무현 정부 때 젊은 386 등 과거 정치의 가신과는 달라야 한다. 현재 정동영 후보 주변에는 정동영과의 인간적인 끈으로 뭉친 사람이 많은데 이를 탈색해서 정동영과 정책적인 접맥을 있는 그룹을 구축해서 향후 5년을 일관성 있게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대통령 선거 투표일을 6일 남긴 상황에서 당 전략가의 입장에서 마지막 메시지를 던진다면.

민병두 : 우리는 이길 것이다. 2002년 '꿈은 이뤄진다'고 했는데 2007년 '기적은 이뤄진다'고 본다. 유권자의 표심의 교차와 의식 변화, 상대 후보가 가진 한계와 우리가 가진 마지막 비장감이 있다. 다시 살아나고 있다. 누가 그 불을 지펴 올릴 것인가. 누가 횃불을 들어주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만 이뤄진다면 기적은 왜 안 이뤄지겠는가. 기적은 이뤄질 수 있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인터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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