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비를 맞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흰옷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마침 갖고 있던 검은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자
집에서 키우던 개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마구 짖어 댔습니다.
화가 난 그 사람이 개를 때리려고 하자
그의 형이 말했습니다.
"개를 때리지 마라.
만약 너의 개가 집을 나갈 때는 흰 털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검은 털이 되어 왔다면
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겠느냐?"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의 형은
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학자였던 양주(楊朱)이고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개를 때리려고 했던 이는
그의 동생 양포(楊布)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겉모습이 달라진 것을 보고
속까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리키는
'양포지구(楊布之狗)'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양주는 동생을 말리면서
갑자기 겉모습이 바뀌면
사람에게나 개에게나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개를 때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물론 개라면
그런 상황에서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짖는다고
크게 혼낼 일도 아니지요.
하지만 개가 아니라 사람이
다른 사람의 겉모습이 조금 달라졌다고
그에 따라 다르게 말하고 행동한다면
야단 좀 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 '개'와는 뭔가 달라야 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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