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을 갖고 있던 어떤 두더지가
아들만은 좋은 곳에 장가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더지는 하늘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하늘을 찾아가 자기 아들과 결혼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러나 하늘은 자신이 세상을 모두 안고 있기는 하지만
해와 달이 아니면 그 덕을 드러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두더지가 해와 달을 찾아가자
해와 달은 자기들이 세상을 비추고는 있으나
구름 때문에 가릴 수 있으니 구름이 더 높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구름은 자신이 바람에 따라 움직이고 흩어지니
바람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두더지가 바람에게 결혼을 부탁하자
바람은 자기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돌부처가 더 훌륭하다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두더지의 청을 들은 돌부처는
자신이 거센 바람은 두려워하지 않지만
두더지가 발밑의 땅을 뚫으면 넘어지니
두더지가 훨씬 더 낫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두더지는
세상에 두더지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자기 아들을 다른 두더지와 결혼시켰습니다.
조선시대의 학자 홍만종(洪萬宗)이 지은
순오지(旬五志)라는 책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자기보다 훌륭하고 강한 것을 찾아 나섰던 두더지가
결국 자기도 그렇게 못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지요.
이 이야기로부터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뜻을 지닌
'야서지혼(野鼠之婚)'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남과 비교해
뭔가 뽐낼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겸손을 가르치고
늘 남들보다 빠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위안을 주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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