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가고 있는 올빼미를 만났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묻자
올빼미는 동쪽으로 이사를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비둘기는 올빼미에게
이사를 가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올빼미는
동네 사람들이 자기 울음소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다른 마을로 가서 편하게 살려고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비둘기가 올빼미를 말리며 말했습니다.
"자네가 울음소리를 고칠 수 있다면
이사를 가도 되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동쪽으로 간다고 해도 여전히
그 곳 사람들이 자네의 울음소리를 싫어할 것이네."
전한(前漢) 시대 유향(劉向)이 지은
'설원(說苑)'이라는 책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자기 잘못이나 허물을 고칠 생각은 않고
남을 탓하는 것을 이르는
'아장동사(我將東徙)'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올빼미가
비둘기의 충고를 받아 들여서
이사를 가는 대신에
남들이 듣기 좋은 울음소리를 내게 되었는지
그 후일담은 잘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올빼미에게 옳은 소리를 했던 비둘기를
혹시 길에서 만난다면
비슷한 충고를 듣겠다 싶은 인간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지요.
자기 문제가 다 남의 탓이라고 우겨대는
'올빼미'같은 인간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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