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힐러리 꺾을 후보는 콘디 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힐러리 꺾을 후보는 콘디 뿐"

[화제의 신간]<나는 이기기 위해 도전한다>

권력이나 부, 또는 인기 절정에 있는 현존 인물에 대한 책은 읽기에 조심스럽다. 나중에 추한 모습이 드러날 때가 너무 많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주목받는 힐러리와, 현재 대선주자는 아니지만 '강철여인'으로 불리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대조시킨 <나는 이기기 위해 도전한다>(딕 모리스 지음. 손지애, 박소정 옮김. 리더스북 펴냄)는 책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일단 저자가 주목된다. 빌 클린턴을 두 번이나 대통령 자리에 올린 '킹메이커'로 '21세기의 마키아벨리'로 불리는 정치컨설턴트 딕 모리스이기 때문이다.

딕 모리스는 이 책의 원제가 <CONDI vs. HILLARY>인 점에서 알 수 있듯, 힐러리보다는 콘디(콘돌리자 라이스의 애칭)에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기기 위해 도전한다"는 힐러리가 2007년 1월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라는 점에서 국내판 제목만 보면 힐러리에 방점을 둔 책처럼 보이는 것과는 딴판이다.
▲ <나는 이기기 위해 도전한다>(딕 모리스 지음. 손지애, 박소정 옮김. 리더스북 펴냄) ⓒ프레시안

한국 대선후보 판단에도 도움될 모리스의 인물평

모리스는 이 책에서 힐러리의 장단점을 나열하지만 그 단점이 '대세론'을 몰고다니는 미국의 대선후보로 보기에는 너무 치명적이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는 점을 강조할 뿐이다. 한국의 대선에서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는 후보를 연상키킨다.

그래서인지 모리스는 은근히 힐러리가 당선되지 않았으면 하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콘돌리자에 대해서는 대권을 잡으려는 야망만 있다면, 힐러리의 당선을 막을 유일한 후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 보인다.

모리스는 콘디와 힐러리의 가장 큰 차이점을 "힐러리와 달리 콘디는 흠잡을 데 없다는 점"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왕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올 바에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양대 기록'을 세울 콘디가 되는 것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게 모리스의 주장이다.

콘돌리자는 대선에 출마할 뜻이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지만, 모리스는 "콘디가 소위 '셔먼 서약'-대선 후보로 지명되면 사퇴한다-을 하지는 않았으니,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콘디의 지지자들은 콘디의 출마를 강요해야 한다"며, 그녀의 극적인 출마선언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08년 미국의 대선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이처럼 모두 여성이 될 것이라는 모리스의 판단이 맞는지는 차치하고, 모리스라는 불세출의 정치컨설턴트가 두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대선판을 어떤 방식으로 읽는지를 엿보는 재미를 찾는 게 나을 것 같다.

하지만 힐러리와 콘디에 대한 모리스의 인물평은 한국의 대선후보들을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읽는 묘미가 쏠쏠하다.



일단 모리스는 힐러리의 변신 능력(외모에서부터 말투, 행동까지), 대중을 사로잡는 폭넓은 매력, 그녀만의 당당한 자신감, 커다란 야심, 정치 스캔들, 자유주의적 기질, 비하인드 스토리, 빌 클린턴과의 정치적 동맹관계 등 힐러리의 다양한 진면목을 적나라하게 소개했다.

모리스에 따르면, 힐러리는 유머와 위트가 있어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지지세력으로부터 받은 엄청난 기부금을 자신의 성공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눠주며 끊임없이 관리한다. 그들과 긴밀한 의견을 나누고, 그들에게는 자신의 어떤 모습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끈끈한 리더십을 갖추었다.

특히 힐러리는 르윈스키 사건에서 보여준 침착함과 인내력으로 대중들로부터 엄청난 동정과 지지를 끌어냈다. 하지만 모리스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진짜 능력은 검증된 바 없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그는 '힐러리를 보면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생각난다"면서 "순간의 상황에 따라, 또는 당시의 정치적 목표에 따라 우리에게 완전히 다른, 모순된 인간성과 스타일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신랄하게 꼬집는다.

힐러리는 지킬 박사 이미지로 포장된 하이드?

그는 "힐러리가 인격장애가 있다는 것도, 정신분열증이 있다거나 다중인격자라는 말이 아니라"면서 "하이드의 모습이 힐러리의 진짜 모습이며, 지킬박사의 모습은 그녀가 생각하기에 유권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세심하게 준비한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의 대선후보들에게 늘 제기되는 비난을 연상시키는 말이다.

모리스는 힐러리가 사실상 이미지만 있는 대선후보라는 인식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그는 '그녀는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치밀하게 포장된 매력적이고 새로운 힐러리를 보여줬다"면서 "이것이 바로 '힐러리 브랜드'다'라고 일갈한다.

그는 "2008년 지킬 박사 힐러리를 대선에 당선시킨 뒤 자연스럽게 하이드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힐러리는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나아가 모리스는 힐러리가 영부인이었던 시절, 대통령인 남편의 후광을 업고 전문성도 없이 무리하게 의료보건개혁에 손을 댔다가 조직만 방대하게 불려놓은 채 쓰라린 실패를 맛보았는 점, 9.11 사태 수습에 대해 자신의 공을 내세우다가 거짓임이 드러나 망신을 당한 사례, 남동생들이 마약 조직책 우두머리의 사면을 돕는 대가로 받은 사례금에 대해 무리하게 변호하고 나서는 등 어두운 측면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모리스는 "힐러리가 상원의원으로 출마한 것이 정치인생에서 첫 독립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조차 남편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기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 2008년 대선에서 콘디와 힐러리의 대결이 이뤄질까. ⓒ로이터=뉴시스

"콘디의 출마는 미국 민주주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

반면 콘디에 대한 모리스의 인물평은 거의 찬사로 일관한다. 힐러리에 대해서는 "집안에서 칭찬을 듣는 일이 드물어 밖에서 자신을 확인하며 인정받기에 안달하는 여자"로 묘사한 그는, 콘디에 대해서는 "세상에 나가기 전에 자신을 독려해주는 부모와 함께 살았으며, 실력 배양에 무엇보다 주안점을 두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모리스에 따르면, 콘디는 탄탄한 실력으로 성공한 인물들이 임무를 더욱 잘 수행하기 위해 돕다가 너무나 뛰어난 실력으로 인해, 단숨에 미국의 국무부 장관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콘디는 스스로 높은 직책을 추구하지 않았는데 그녀의 스승들이 그를 끌어올렸으며, 현재의 부시 대통령에게 외교정책의 '스승'으로 천거됐다는 것이다. 힐러리는 정치적인 노력으로 위대함을 이뤄내기 위해 애를 썼다면, 콘디는 학문적인 우수함과 실력으로 위대함이 운명적으로 찾아온 케이스라는 것이다.

게다가 직책이나 재산을 탐내지 않는 성품으로 힐러리와는 너무 대조적으로 '스캔들'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약점을 찾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모리스는 '흑인'이자 '여성'인 콘디의 출마를 바라는 이유와 그녀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현재 미국의 정치풍토는 흑인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집토끼'로 간주되면서 오히려 정치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콘디가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흑인 유권자들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다면, 흑인들은 더 이상 정치과정으로부터 고립되지 않을 것이며, 백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뿐만이 아닌 미국 전국민들의 정치활동을 다시금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리스는 "이것은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그녀의 가장 큰 공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콘디는 다른 공화당 후보들이 전통적인 공화당 표 이상의 득표에 한계를 보이는 반면, 여성으로서의 이점에 흑인 표까지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힐러리의 천적'으로 유일하게 승산이 있는 후보라는 게 모리스의 계산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