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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노동자로 돌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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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노동자로 돌아가고 싶어요"

[프레시안TV]이랜드ㆍ뉴코아노조 수배자들의 하루

'창살 없는 감옥' 이랜드일반노조 홍윤경 사무국장은 수배 생활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그만큼 괴롭고 힘들다는 뜻일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랜드·뉴코아노조 간부들은 기꺼이 수배 생활을 감수하고 있다. 벌써 네 달이나 되었다. '수배'라는 단어조차 어색하다고 말하는, 지극히 평범한 노동자였던 이들. 이들의 수배 생활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곳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수개월째 집에도 못 들어가고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랜드 뉴코아 사태로 수배자가 된 여섯 명의 노조 간부들입니다.

일어나자마자 뉴코아 강남점이 매각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은 한숨을 내쉽니다.
박양수: 지금 매각됐다네요...

박양수: 그냥 화장실에서 이렇게 씻어요.

씻으면서도 머릿속은 매각 소식에 복잡하기만 합니다.
▲ 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있는 뉴코아노조 박양수 위원장. ⓒ인디코

노조와 협의하지 않은 매각은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고용불안정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양수: 뭐 예전부터 강남 매각설이 나왔었고...회사는 극구 부인했었거든요. 당황스럽네요.

이날 수배자들은 오랜만에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단 한 명 남더라도 끝까지 싸울 사람 있으니까 힘차게 좀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조합원이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점심시간. 밥을 시켜 먹으며 잠깐의 여유를 찾아봅니다.
박양수: 강남 침탈당하기 전에 우리 부위원장하고 사무국장을 몰래 빼냈어요. 그래서 여기서는 거의 왕고죠...집사람이 해 준 밥이 제일 맛있긴 한데...뭐 어쩔 수 없잖아요.

이들은 7월 이랜드사태가 발발했을 때 매장 점거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수배된 이후 이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그 상징적 의미로 인해 공권력도 마음대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윤성술: 많이 갑갑하죠. 범죄를 많이 저지르고 있는 회사 관계자는 전혀 처벌 안 되고...
박양수: 힘들죠. 차비도 없고...마이너스 통장 깨고, 보험도 깨고.

이들은 가족들과 만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든 점이라고 털어놓습니다.
김호진: 며칠 전에 애기 데리고 왔었거든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 좀 안 됐네. 도저히 그냥 못 있겠더라고요. 애기를 보니까 눈물 나고...함께 할 수 없는 아쉬움...그런 게 많죠.
▲ 박양수 위원장이 자기 전마다 본다는 두 아이들의 사진. ⓒ인디코

지난 9일과 6일, 약 두 달 만에 이랜드와 뉴코아는 각각 노사교섭을 재개했지만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복직 문제와 징계 문제 등으로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어느덧 밤이 되고, 오늘도 교섭은 성과 없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밤이 깊어가자 수배자들은 하나둘 잠자리에 들기 시작합니다.
박양수: 내가 힘든 건 상관없는데...가족들이 힘든 건 안타깝잖아요.
이렇게 박양수 위원장은 매일 밤 가족들의 사진을 보면서 잠이 든다고 합니다.

오늘은 일본의 노조 활동가들과 교류행사가 있는 날입니다. 이랜드 사태는 해외에도 많이 알려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상황은 썩 좋지 않습니다. 신촌 이랜드 본사 앞 CCTV 탑에서 고공시위 중인 박명수씨의 건강이 악화되어 의사가 방문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국회 환노위 홍준표 위원장을 만나고 온 김경욱 이랜드노조 위원장도 안 좋은 소식을 내놓습니다.
김경욱: 국회법 상 박성수 회장을 고발하기는 어렵다고 하는데...면죄부를 주려는 게 아닌가 해서 매우 씁쓸하죠.

간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구속 수감됐던 홍윤경 사무국장이 두 달 만에 출소한 것입니다.
홍윤경: 저도 두 달 동안 수배생활 했는데, 여기 두 달 있었고 구치소에 두 달 있었는데...구치소가 더 편하죠. 여기는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엄청나게 힘들죠.

구속과 수배의 연속. 악순환을 끊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수배자 여섯 명 중 세 명이 비밀리에 명동성당으로 거처를 옮겨 단식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접하는 바깥공기를 음미할 새도 없이 빠르게 차를 갈아탑니다. 혹시 모를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서 입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미 경찰이 명동성당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민주노총으로 되돌아가는 길. 착잡하기만 합니다.

동료들 앞에서는 애써 웃어봤지만, 심정은 갑갑하기만 합니다. 다시 평범한 노동자로 돌아가는 것이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는 이랜드 뉴코아 수배자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떠올라 씁쓸하기만 합니다.
▲ 민주노총 건물 계단가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는 박양수 위원장. ⓒ인디코

기획: 박 사 야
영상취재: 김 도 성
편집: 김 도 성
제작: 인 디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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