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 이른바 대선주자 '빅3 초청 토론회'를 내달 1일과 2일 두 차례 열기로 예정하자 출연 대상에서 빠진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측이 "기득권의 음모"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다른 유력 주자들의 절반에 불과한 인지도 제고를 위해 캠프 내에서 자체 인터넷 TV토론을 기획하는 등 매체 노출에 주력해 왔다. 이에 높은 시청률이 예상되는 토론회 출연 기회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인 것이다.
'빅3' 대열에 이회창 전 총재가 끼어들면서 문 후보가 '유력주자군'에서 배제되는 이 같은 상황은 향후 대선가도에서도 문 후보 측에 적잖은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영방송 본분 망각하고 시청률 의식"
KBS와 MBC 양사는 지난 13일 합동 토론회에 합의하고 이날 오후 세 후보 쪽에 토론회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정당의 경선이 치러진 이후 각 방송사마다 개별 후보 초청 형식의 토론회는 계속 이어져왔으나 유력 후보가 한 자리에 모이는 합동토론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토론의 사회는 KBS <생방송 심야토론>의 정관용 씨와 MBC <100분 토론>의 손석희 교수가 번갈아 맡는 것으로 예정됐다.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세 후보만 초청한 것은 여론조사 지지율 10% 이상(후보 등록일 전일부터 3주 이내에 공표된 전국단위 언론사의 조사 결과)의 후보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문 후보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의 기준은 '여론조사 지지율 5% 이상'"이라며 "상위법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선관위의 기준을 무시하고 방송사 자체의 10%이상 이라는 기준을 만들어 소위 '빅3' 만의 합동토론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은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한 채 시청률을 의식한 어처구니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15일 대변인실 공동 명의의 논평을 통해 "부패한 후보, 차떼기 후보, 박스떼기 후보 셋을 모아놓고 토론을 하겠다는 것은 공영방송인 MBC와 KBS가 국민들의 알권리를 의도적으로 짓밟은 불공정한 처사"라며 이 같이 비판했다.
선대위는 "두 공영방송이 기득권 카르텔의 음모에 놀아나지 말 것을 간절하게 촉구한다"며 "우리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국민들과 함께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정범구 창조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MBC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심층토론 필요하다 판단"
문 후보 측의 이 같은 반발에 방송사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보장한 토론회와는 별도의 기획이므로 문 후보 측의 반발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BS 선거방송팀의 한 관계자는 "법이 정한 토론회는 공영방송이 의무적으로 방송을 하도록 돼 있는 만큼 방송사에서 군소후보까지 포함한 토론회를 또 다시 기획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물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까지 참여하는 일반적인 개념의 '대선주자 토론회'는 다음 달 6일부터 세 차례 계획이 돼 있으므로 방송사가 특별히 마련한 토론회에까지 '기회 균등'을 보장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후보자가 3명 이내로 나오는 심층토론회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판단기준을 제공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알권리 보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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