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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을 살리자니 당이 죽고…신당 결국 '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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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을 살리자니 당이 죽고…신당 결국 '미봉'

정동영 "내가 끌어내려지면 전쟁에서 패배"

민주당과의 합당과 후보단일화 합의에 대한 당내 반발로 궁지에 몰린 대통합민주신당 지도부가 14일 큰 틀에서 4자 회동의 결론을 존중하되 후속협상을 통해 내용 변경의 여지를 열어두는 미봉책을 내놨다.

그러나 상당수 중진들과 김근태, 이해찬 등 신당 계파의 수장들마저 협상 결과에 불쾌감을 표했고, 후속 협상의 파트너인 민주당은 "4자회동 합의사항에서 일점일획도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발 물러난 최고위 "4자 회동 존중"

신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정동영 후보와 오충일 당 대표와 손학규·이해찬·김근태 선대위원장, 당 중진인 문희상·정세균 의원 등 20명 가량이 참석한 '선대위원장단- 최고위원-자문위원회 연석회의' 직후 "4자 회동의 뜻을 존중하며 이를 위한 협상단을 구성한다"는 결의안을 내놨다.

이는 전날 최고위원회가 '당 지분 5:5 분할, 전당대회 연기' 등 민주당과의 합의 내용에 반발하며 사실상 재협상하기로 결의한 내용을 또다시 뒤집는 것이다. 일단 최고위원회가 한발 물러나 당 대표와 후보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모양새를 취한 셈. '4자 회동을 통한 합당 선언→최고위원회의 비토→중진들의 미봉책 제시'로 당의 행보는 하루하루가 갈지자다.

협상 실패로 내년 총선 공천권과 당권의 절반을 민주당에 내주게 된 데 따른 불만과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협상을 이끈 정동영 후보를 대놓고 비난할 수 없는 처지 사이에서의 속앓이다.
▲ 정동영 후보가 연석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당직자와 보좌진의 참석도 불허한 채 완전 비공개로 이뤄졌다. ⓒ연합

당내 불만이 자신의 리더십 문제로까지 비화되자 정동영 후보는 "협상 기구에서 당의 우려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당 지분 및 전당대회 시기 합의에 대한 당내 반발을 아우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후보는 "4자 회동의 합의를 존중해 달라. 당 대표와 후보를 존중해달라"고 거듭 호소하면서 "협상단은 최고위의 결정대로 꾸리기로 하자. 협상단에서 당의 우려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후보는 "전쟁터에 선 장수의 심정이다. 내가 말에서 끌어내려지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이번 선거에서 목숨 걸고 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위기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총선 장악용'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번 협상은 공천-총선-당권과 무관하며 대선만이 모든 것"이라며 "행여 합의 내용을 해석하거나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해찬, 김근태 "재협상해야" 강한 문제제기

그러나 정 후보의 긴급한 당 수습책이 과연 당 내 갈등을 무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장장 3시간 동안 진행된 비공개 연석회의에서도 김근태·손학규 선대위원장과 이해찬·한명숙·유시민 의원 등 친노 그룹은 '민주당과 재협상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워 4자 회동 합의 내용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오충일 대표 및 정 후보와 대립했다.

특히 이해찬 선대위원장은 오 대표가 '4자 회동을 존중하고 협상단을 구성하기로 결론을 내자'며 회의를 마무리지으려 하자 "그렇게 넘어갈 수는 없다"며 "오 대표가 책임지고 '통합과 단일화 의지는 존중하나 결과는 잘못됐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수습할 길은 대표의 결단 밖에 없다. 대표가 결단해 최고위원들을 설득하거나 다시 협상해서 민주당을 양보시켜야 한다"며 "(통합 조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한) 최고위원회 결정을 변경하면 당 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대표가 결정 권한을 갖는) 독임제 대표체제에 문제가 있다"며 "공동 집단 지도체제로 만들어야 한다"며 오충일 체제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또 "민주당은 지역위원장이 선임되어 있지만 우리당은 선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설 합당을 하게 되면 당 수습이 어렵다"며 "공천 심사에 있어 상향식 공천과 같은 공정한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추가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 민주당과의 합당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열린 신당 연석회의에 참석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연합

유시민 의원도 "선거 전략으로서의 효율을 뛰어 넘어 대선 이후 민주개혁세력의 혼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4자 회동 합의 내용을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번 합의가 과연 대선 승리의 효과가 있나, 호남 지역에서 정치적 경쟁이 사라지는 것이 과연 호남 지역 유권자에게 좋은가, 두 차례 민주정부를 세워준 유권자에 대한 도리인가를 봐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명숙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과의 통합 자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의원은 "당 대 당 통합보다는 선거 연합, 연립 정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정 후보가 대선 후보로서 마음을 비워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선거 연합과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근태 선대위원장도 "당 대표와 후보가 어제 최고위원회의 (재협상) 결정사항을 수락해야 한다. 당 대표와 후보가 결단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며 "그래야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상단을 구성하되 밀실 협상은 안된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손학규 선대위원장도 "통합의 상대는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이며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당내 단합"이라며 "의원들의 사기 문제가 있다. 의원들이 이번 대선을 나의 선거로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들의 입장에 동조했다.

이에 대해 오충일 대표는 '4자 회동 결정 내용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오 대표는 "우선 민주당부터 통합, 단일화하고 다른 쪽과도 통합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인식은 했지만 1:1 조건이 아니면 합당이 될 수 없고 더 큰 대의를 잃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4자 회담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문희상 의원도 "민주당과 통합-후보 단일화하지 않으면 총선도 대선도 어렵다"며 "4자 회동의 결과와 최고위원회 결의가 상충되면 선거를 치를 수 없다. 양 측의 주장을 포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균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에서 무조건 4자 회동 결과를 존중한다고 하고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신 당의 우려를 담아 협상 대표들이 협상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최고위원회는 후속 협상을 담당할 통합협상위원회 명단을 발표했다. 협상 위원장은 오충일 대표가 맡되 협상 실무를 진두지휘할 단장은 문희상 의원이, 부단장은 정세균 의원이 맡기로 했다. 협상단에는 정균환, 정동채, 이강래, 임종석 의원과 김상희 최고위원, 이호웅 전 의원 등이 포함됐다.

김현미 선대위 대변인은 "오늘 연석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협상단이 충분히 고려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4자 회담 합의 내용을 재협상한다고 할 수는 없으나 협상단이 당의 우려도 충분히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 "일점일획의 변경도 없다"

신당의 우왕좌왕에 민주당은 느긋한 태도다.

유종필 대변인은 "일점일획의 변경도 없다"며 "만일 신당 측이 4자 회동의 합의문 변경을 시도할 경우 민주당은 일체 협상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합의를 변경하자는 것은 정상회담에서 나온 선언문을 장관급 회담을 통해 뒤집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변인은 "민주당은 후속 실무협상에 들어가 4인 회동의 합의대로 19일 수임기구 합동회의를 거쳐 합당 신고를 마무리 할 방침"이라고 후속협상의 성격을 합당을 위한 절차적 문제로 국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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