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구본주 예술상을 심사했던 김종길 미술평론가는 "이윤엽은 언제나 현장에 있었다"고 말하며 수상자 선정이유를 설명했다. 김 심사위원은 "이 씨는 언제나 한발 먼저 현장에 가곤 했다"며 "평택 대추리, 용산 참사, 한진중공업 등의 현장에서 그는 예술가들을 불러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미술은 80년대 민중 미학을 현대로 올곧게 계승하지 못했었다"라며 "하지만 이윤엽 등 파견미술가들의 수행으로 새로운 민중 미학의 문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80년대 목판의 정신을 계승하며, '현장미학'을 지켜내고 있는 이윤엽 작가야말로 구본주 상을 받는 데 부족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박수진 심사위원(미술평론가)도 이윤엽 작가를 "현장에서 투쟁하는 예술인"이라 칭하며 "그런 이 씨를 심사해 굉장히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수상자 이윤엽 씨는 "쏟아지는 평가만큼 열심히 한 것도, 작업이 좋은 것도 아니란 점을 알고 있다"며 "상을 받게 되어 좋기도 하지만, 부끄럽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 제2회 구본주 예술상 수상자 이윤엽 목판화가. ⓒ프레시안(최하얀) |
이날 시상식에는 이 작가가 지난 2008년 큰 힘을 보탰던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 조합원들도 참석했다. 유흥희 기륭전자 분회 조합원은 "우리가 힘들 때, 이 작가 등 파견미술팀이 큰 역할을 해주었다"며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따뜻한 분이 상을 받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구본주 기념사업회에 손권일 씨는 "앞으로 구본주기념사업회가 오래도록 뜻있는 활동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본주 작가가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시기가 다름 아닌 그가 20~30대였던 젊은 시기였다"며 "그런 만큼, 구본주기념사업회도 젊은 작가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그들에게 꿈과 기회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미영 기념사업회 대표는 "좋은 작가들과 만나게 돼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1년 후로 다가온 구본주 10주기 추모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올해로 9주기를 맞은 구본주 조각가는 1967년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나, 1980년대 후반부터 2003년까지 현실 비판적 예술가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러다 지난 2003년 불의의 사고로 37년 짧은 생을 마감했다. 팍팍한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데 열정을 쏟았던 구 조각가는 많은 예술인에게 본보기가 됐다.
그런 구 작가를 추모하는 10주기 전시회가 내년 서울 종로 성곡미술관에서 그의 기일인 9월 29일을 전후해 두 달 동안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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