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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의 'TV 올인',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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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의 'TV 올인', 성적표는?

토론 자체는 "성공적" 평가…지지율로 이어져야 '진짜 성공'

7일 12시 15분,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여의도 한 중식당 계단을 종종걸음으로 내려왔다. 8개 시민단체 대표들과 약속한 '반부패 오찬'에 '무려 15분'이나 지각을 했다. 시간 약속 잘 지키기로 유명한 문 후보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문 후보는 식당 문으로 들어서며 "스튜디오에 갔다 오느라 늦었다"고 설명을 했다. "저녁에 있을 TV토론 연습을 했다"는 것.

문 후보가 이날 저녁 11시부터 1시간 30분간 진행된 KBS 1TV 대선후보 초청토론 '질문있습니다'에서 보여준 '토론의 기술'은 예상 문답은 물론 실전을 방불케 할 스튜디오 리허설까지 마친 '훈련의 산물'이었다는 후문이다.

마지막 공중파 토론 앞두고 '낯선 환경 극복'에 주력

지난 8월 출마선언을 한 후 2달 여간 문 후보의 일관된 '불만'은 "미디어의 차별", 특히 "방송사의 차별"에 있었다. "방송이 나에게 주목을 해 준다면 지지율은 급상승할 것"이라며 지지율 부진의 이유를 '방송 탓'으로 돌리기도 했고, 10% 미만의 지지율을 이유로 섭외를 꺼리는 방송사를 향해서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관련기사: 문국현 "TV·신문이 철저히 나를 소외시켜" )

이 불만은 10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췄다. 10월 17일 SBS '시시비비' 출연을 시작으로 방송 3사의 간판 토론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왔다. 11월 1일 MBC '100분 토론' 출연이 확정되자 캠프의 한 관계자는 "'100분토론'이 '문풍(文風)'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창조한국당 창당(10월 31일)과 후보 지명자대회(11월 4일)의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할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문 후보가 '100분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공격적인 패널과 감정적으로 대치하는 '미숙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질문의 핵심에 답하지 못하고 중언부언하기도 했다. 캠프 내에서도 "참모진들은 그동안 뭐한 건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흘러 나왔고 온라인의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문 후보로서는 7일 KBS 토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 SBS '시시비비'에 출연한 문국현 후보 ⓒ대한민국 창조본부

일단, 캠프 내 'TV 토론팀'은 TV 출연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문 후보에게는 스튜디오 적응이 최우선이란 판단 아래, 실전과 같은 '시뮬레이션'을 강화해야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100분 토론' 전에도 리허설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공간에서 캠프 내부 인사들과 진행한 모의 토론은 '낯선 환경'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었다.

7일 오전에는 아예 목동 방송회관의 스튜디오를 빌렸다. 100명의 '국민패널'이 무작위로 질문을 하는 KBS 토론의 포맷에 적응하기 위해 문 후보와 안면이 없는 자원봉사자 20여 명을 섭외해 패널석에 앉혔다. 공격적인 질문을 부드럽게 받아 넘기는 훈련을 위해 자원봉사 패널들에게 "질문을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을 주문했다.

'집요한 추가질문'에 대한 훈련은 실전에서 일정한 효과를 발휘했다. 전문가 패널로 출연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신자유주의를 공격하는데 유한킴벌리야 말로 100% 수입하는 회사 아니냐"며 몰아붙이자, "아휴, 참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네요"라며 여유 있게 답변을 마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결국 나무 베서 성공한 기업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는 "그렇게 정보가 없으시면서 신문사에 계시니 걱정인데요"라고 받아쳐서, 좌중들의 웃음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질문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패널 쪽으로 다가가 설명을 하는 제스처도 연구와 훈련의 결과였다. 말 하는 사람을 쳐다보며 얘기하는 문 후보의 습관 때문에 한 자리에서 얘기를 한 '100분 토론'의 경우 카메라는 옆 얼굴만 비쳐대기 일쑤였다. 패널 한 사람의 시선을 잡아 두는 데에는 성공적이지만 시청자들과 눈을 맞추는 데에는 실패한 것이다.

이에 리허설 동영상을 검토하던 'TV 토론팀'에서 "아예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며 토론을 하시라"고 제안했고, 문 후보는 토론 내내 질문을 한 패널들에게 다가가서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설득형 레토릭'의 강점을 십분 발휘했다는 평가다.

'TV 토론'은 끝났다…성과는?

이처럼 캠프 내에서는 KBS 토론에 성공점을 매기는 분위기다.

김갑수 사이버대변인은 8일 <프레시안>과의 통화해서 "어제 토론에서 문 후보가 나름의 호흡과 문제의식을 제대로 잘 살린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문 후보를 처음 보는 일반 시청자들에게 '문국현 스타일'을 알리는데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100분 토론' 리허설에선 손석희 앵커 역할을, KBS 토론 리허설에서는 정관용 사회자의 역할을 맡아 '토론 훈련'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내부의 후한 평가와는 별개로, 방송 3사 토론을 통한 '문국현 알리기'의 생산성은 향후 지지율 상승이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더 이상 "나를 알기만 하면 나를 좋아하는데"라며 '매체 탓'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들었다.

여기에 대해 캠프 내 다른 관계자는 "토론회를 통해 보여준 콘텐츠는 훌륭했지만 이회창 씨의 출마로 엄혹해진 현 상황을 뚫어낼 정도의 폭발성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알리는 데' 방점을 두다보니 대선 후보로서의 '파이팅을 보여 주는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김 대변인 역시 "더 치고 나가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체 토론의 내용보다는 '문제성 발언'이 회자가 된 점에서 '메시지 관리'의 허점을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 후보는 '100분 토론'에서 "정책연대라면 이회창과도 가능"이란 발언으로 "이회창 전 총재와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데 이어, KBS 토론에서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나치게 자주적"이라고 해 열성 지지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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