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8일 "내년 2월15일에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영 TV가 보도한 대로 군참모총장 직에서도 물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샤라프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3일 집권 연장을 위해 미국의 만류를 무릅쓰고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국제사회의 비난과 탈레반의 세력 확장, 초드리 대법원장과 부토 전 총리 등 야권지도자들의 국민총궐기 촉구 등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국내외 상황에 대해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비상사태 오래 끌면 '독배'가 될 것).
무샤라프는 군참모총장 직을 유지하면서 지난달 재선에 출마했으나, 대통령 자격에 대해 초드리 대법원장이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 확실시되자 판결을 하루 앞두고 비상사태를 선포해,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미국은 무샤라프가 총선 일정을 한 달 뒤로 늦췄지만 날짜를 확정하면서 헌정 체제로의 조속한 복귀를 약속한 데 대해 즉각 환영을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부토 전 총리는 영국의 <BBC>와의 인터뷰에서 "무샤라프가 국내외의 압력을 모면하기 위해 일단 내년 2월까지 시간을 벌어보려는 술책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비상사태가 즉각 철회되지 않는 한 9일로 예정된 항의집회를 군사령부가 있는 라왈핀디에서 강행할 뜻을 밝혔다.
또한 무샤라프가 군참모총장 직에서 물러나고 총선도 당초 일정대로 1월에 실시하지 않는다면 13일 파키스탄의 2대 도시 라호르에서 수도 이슬라마바드까지 대규모 시위 행진을 예정대로 개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파키스탄 경찰 당국은 부토 측에게 치안 유지를 위해 어떠한 집회도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큰 충돌이 우려된다. 중동의 <알자지라>에 따르면, 경찰 당국은 군사령부가 있는 라왈핀디에 7~8명의 자살폭탄 테러용의자들이 잠입했다는 첩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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