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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터키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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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터키의 동상이몽

[분석]터키가 주도하는 이라크 전쟁 일촉즉발

지난 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에르도간 터키 총리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담을 가졌다.

PKK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터키-이라크 국경을 수시로 넘나들며 최근 테러 행위를 일삼아 터키 정부는 이라크 국경을 넘어 이들을 소탕하기 위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언제라도 실시하도록 의회의 승인까지 받아둔 상태다.

미국은 터키가 이라크 북부를 침공하면 새로운 이라크 전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있지만, 터키는 미국이 PKK를 확실하게 통제할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독자적인 행동을 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됐으나,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대통령은 PKK를 미국의 적으로 규정하고 반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정보 제공 등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타임스>는 7일 분석 칼럼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터키와 쿠르드족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저울질하느라 시간을 끌고 있는 속사정을 전하면서, "터키는 이번 회담 이후 미국의 구체적인 조치가 따르지 않는다면 이라크 국경을 넘어 대대적인 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한 <아시아타임스>는 네오콘이 지배하는 부시행정부가 이런 갈등을 뛰어넘는 최후의 해결책으로 이란 공격을 택할 가능성도 시사해 주목된다.

다음은
'Bush's Turkey shoot'의 주요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편집자>

에르도간 터키 총리는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전부터 이번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특별한 약속을 내놓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PKK를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적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성과를 올렸다. 부시 대통령은 "PKK는 테러단체이며, 터키, 이라크 그리고 미국의 적"이라고 말했다.
▲ 터키-이라크 국경에 배치된 터키군.ⓒ로이터=뉴시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란의 PKK에 해당하는 PJAK(쿠르드자유당)는 이란의 적이며, 이라크의 적이지만, 미국이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는 미국의 동지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에르도간은 부시와의 회담에 앞서 "부시 대통령에게 PKK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분명히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요구는 PKK와 PKK를 보호하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을 통제해달라는 것이다.

에르도간 총리는 바르자니가 '테러리스트'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

터키, "할 일은 할 것"

부시 대통령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에르도간은 "우리가 할 일은 알아서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터키 군부가 가장 바라는 것, 바로 PKK 소탕을 위해 이라크 쿠르드 지역을 침공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새로운 이라크 전쟁'이다. 부시와 에르도간의 회담 후에도 터키가 '할 일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부시와 그의 이너서클은 누구를 배신하는 게 좋을 것인가 계산하느라 시간을 끌고 있다. 터키는 NATO 동맹국으로 미국에게 군사 작전용 부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반미 여론이 팽배해 있고, 유전지대도 없다. 반면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지역은 친미정부이며, 유전지대가 많고, 이스라엘이 훈련시킨 전사들이 있다.

부시 행정부의 방식에 익숙한 도박사라면 모든 것을 이란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궁극적으로 이란을 공격하는 최후의 결전을 획책하는 데 내기를 걸 것이다(☞관련기사: 전쟁에 한 발 더 다가간 미국과 이란 ).

'테러와의 전쟁' 논리라면 터키의 주장은 흠잡을 데가 없다.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다면, 터키도 현재 터키를 괴롭히는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가 있는 이웃- 미국의 새로운 식민지가 되었지만-을 침공할 권리가 있다.

이란도 터키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PJAK가 이란의 북서부 지역에서 위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이란은 터키가 이라크 북부를 침공하길 원하고 있으며, 이라크 정부가 이 문제에 협조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부시 행정부는 쿠르드족이 이란이나 시리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능력에 기대를 잃지 않고 있다. 현재 쿠르드족은 터키 동부에 1500만 명, 이라크 북부에 500만 명, 이란 북서부에 400만 명, 시리아에 100만 명이 살고 있다.

한편, 에르도간 총리의 입장에서는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과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터키의 영토 통합 사이에 고민을 하고 있다. 둘 중에서 에르도간 총리는 이란, 시리아와 전략적 동맹을 맺어 쿠르드 분리주의와 싸우는 것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터키-이란, 러시아-중국의 새로운 '유라시아 연대' 대두

터키와 이란은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이제 정치적으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57년 간의 미-터키 동맹관계가 깨진다고 터키에서 슬퍼할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7월 미국의 퓨 리서치가 전세계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반미정서를 보인 터키 국민들이 무려 83%에 달했다. 78%인 이집트와 요르단, 68%인 파키스탄보다 높은 것이다. 이들 국가들의 정부는 친미정부들이지만, 국민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관련기사:터키의 반미감정이 세계 최고인 이유).

러시아는 터키-이란의 새로운 관계진전에 환호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고압적인 태도가 터키-이란과 러시아-중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유라시아 연대로 가는 역사적인 걸림돌들을 빠르게 제거해주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부시의 이라크 침공은 이제 그 폭발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판도라 상자를 연 행위였다. 터키가 국가안보를 위해 이라크를 침공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상황은 지난 2003년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한 상황과 똑같다.

터키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를 노리는 배경에는 석유 문제도 있다. 이라크 북부에는 모술과 키르쿠크 등 유전지대가 많다. 오토만 제국 시절을 기억하는 터키인이라면 터키의 국경으로부터 12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모술 유전지대는 터키에 속해야 마땅하다. 1920년대초 대영제국이 인위적으로 그은 경계선 때문에 이 지역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미국도 석유 때문에 이라크를 침공할 수 있었다면, 예전에 소유하기도 했던 이웃에 터키가 침공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는 주장을 피할 수 없다.

총선에 의해 선출된 에르도간 총리는 국익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는 여론의 질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당분간은 PKK를 미국의 적으로 규정한 부시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해 기다릴 것이지만, 구체적인 조치가 따르지 않다면 터키는 대대적인 침공을 할 것이다. 미국은 전화 한 통 받지 못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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