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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군부는 강간 면허를 받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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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군부는 강간 면허를 받았는가

[버마이야기] ④ 어머니와 여자, 이제는 하나다

'고국'이란 말은 버마어로 '아미 나잉강터'라고 하는데 '어머니의 나라'라는 뜻을 담고 있다. 버마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를 표현한 많은 예술 작품이 있다. 버마 사람들이 어머니를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버마 사회 내에서 여성 인권은 너무나 열악하다. 버마의 남성들은 어머니를 좋아하면서도 어머니와 여자를 같이 대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자를 차별하는 대부분의 다른 사회와 마찬가지로, 버마에서는 여자에 대해 집안일을 하고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살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와 여자의 옷은 같이 빨지 않고, 여자 옷이 널린 빨랫줄 아래로는 남자들이 지나가지 않는다. 남성들의 지위가 낮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버마 여성들에 대한 성범죄를 다룬 보고서 <강간 면허증> ⓒ프레시안

또 버마에서는 금녀(禁女)의 장소가 몇 군데 있다. 불탑 같은 경우 남성들은 올라갈 수 있지만 여성들이 올라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와 빌라에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런 관습들은 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빨래를 널 장소가 충분하지 않게 되면서 남녀의 빨래를 한 줄에 널게 된 것이다.

버마 민주화 운동을 아웅산 수치가 이끌게 된 것도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이 변하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1988년 이후 민주화운동이나 인권 운동을 하는 이들이나 학생, 노동자들이 해외로 많이 나가고 국제 교류가 늘어나면서 여성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단 하나, 여성들에 대한 군사정부의 인식이다.

군부가 제정하고 있는 헌법에는 군대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여군이 없는 버마에서 여자, 아웅산 수치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군부 독재는 이처럼 여성의 인권만 탄압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여성들의 인권 신장을 지지하고 노력하는 사람들까지 비난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를 지지하는 남성들이나 그와 함께 일하는 남자 활동가들에게 '아웅산 수치의 치마를 잡고 따라 간다'는, 버마에서는 심한 욕으로 받아들여지는 말을 한다.

따라서 버마 여성 활동가들은 군부 독재를 상대로 투쟁하는 가운데 버마 문화 속에 있는 여성 차별에 대해서도 같이 투쟁하게 되었다.

버마에서는 식민지 시절이나 62년 이후 군부독재가 집권한 때보다도 88년 이후에 경제와 교육 상황이 더 열악해 졌다. 그것은 곧 아이들과 여성들의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것을 뜻한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조약을 체결한 버마지만 조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버마에서 벌어지는 강간 사건들의 가해자 대부분은 군인이다. 군인들은 자발적으로 군인이 된 것이 아니라 강제로 동원된 사람들이거나 교육 수준이 낮은 사회 부랑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상황은 군대를 시민들을 위한 게 아니라 군부 정권을 위한 군대로 만들어 버렸다. 군인들의 약탈, 강간이 자행되고 있는데 이같은 사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있으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프레시안

군인들에 의해 강간 당한 여성들은 어디에도 신고할 수가 없다. 심지어 피해자들이 신고를 했다가 피해자 자신이 체포당한 경우도 있다. 군인들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려는 의도로 허위 신고를 했다는 명목이었다.

88년 이후로 버마 샨족의 여성 단체 'SWAN'(The Shan Women's Action Network)이 유엔에 낸 보고서 <강간 허가증>(License to Rape, 2002)에서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샨주에서 625명의 여성들에게 자행된 173건의 강간과 성범죄를 소개하고 있다.

카렌족 여성 단체 'KWO'(Karen Women's Organization)가 발간한 보고서 <공포의 상태>(State of Terror, 2006)에서도 카렌 여성들이 군인들에게 집단적으로 강간당한 사례와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실제 상황은 보고서의 내용보다 더 심각하다. 군부는 버마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군인들이 여성들을 강간하기를 조장하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어머니를 좋아하는 버마 사람들에게 이제 어머니와 여성은 더 이상 따로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성 인권 문제는 민주화가 된 다음에 해결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일인 것이다.

* 필자 마웅저(Maung Zaw) 씨는 버마 8888 항쟁 당시 고등학생으로 시위에 참가한 후 버마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왔다. 1994년 군부의 탄압을 피해 버마를 탈출, 한국에 왔고 2000년 이후 현재까지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중이다.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결성에 참여했고, 현재는 한국 시민운동에 관심을 갖고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인턴으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마웅저와 함께(http://withzaw.net)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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