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지 않은 곳에는 앉지 않고
깨끗하지 않은 것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는
한 은자(隱者)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속세에 나갈 뜻이 없었던 은자는
아예 거처를 옮겨 숨어버렸습니다.
왕은 은자가 겸손해서 사양한다고 생각하고
사람을 보내
왕의 자리가 싫다면
나라의 한 지역이라도 맡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속세와의 인연을 원하지 않던 은자는
그 말을 전해 듣고
집 근처를 흐르는 강물에 자신의 귀를 씻었습니다.
그 때 은자의 친구가
송아지에게 물을 먹이러 왔다가
그 광경을 보고 이유를 물었습니다.
은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깨끗하지 않은 말을 들었기에 귀를 씻고 있다네."
중국 태고의 천자 요(堯)임금이
허유(許由)라는 사람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로부터
'귀를 씻고 공손하게 듣는다'는 뜻을 가진
'세이공청(洗耳恭聽)'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말 같지 않은 말을 듣고 귀가 더러워질까봐 씻는다는
원래 이야기의 뜻이 변해서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을 일컫게 되었는데요.
허유가 귀를 씻는 이유를 들은
소부(巢夫)라는 그의 친구는 한술 더 떠서
그렇다면 송아지의 입이 더러워지겠다며
송아지에게 물을 먹이지 않고 그냥 데려갔다고 합니다.
먹는 것을 따지는 사람들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허유처럼
귀로 듣는 것의 중요함을 알고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따져 가리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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