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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는 끝났다"

[전망]전쟁과 과소비의 자금줄이 끊기고 있다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관련기사: 미국발 주택담보부실, 100년래 최대 금융위기 부르나) 에 따른 신용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달러 가치가 연일 추락하고, 달러 자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미국의 채권들을 매각하는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또다시 금리를 추가 인하하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바로 다음날 뉴욕증시가 폭락하고, 그 여파로 2일 국내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증시가 동반 급락세를 보이는 등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전쟁과 소비로 굴러온 미국의 경제가 끝났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국제경제조사기관 KWR인터내셔널의 수석 컨설턴트 스코트 맥도널드는 최근 <아시아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경제시스템은 지난 30여 년 동안 세계 패권 국가로 전쟁을 일삼으며, 과도한 소비로 세계의 수출을 흡수하는 형태로 굴러왔지만, 막대한 부채가 쌓이면서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단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End of the guns and butter economy' 의 주요내용을 번역한 것이다.<편집자>

지난 30년 넘게 미국은 전쟁과 소비로 움직이는 경제를 추구해 왔다. 정치적으로도 미국은 국제질서를 지배하면서 냉전 시대에 패권을 겨뤘던 소련의 멸망을 주도했다.
▲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주가폭락에 관계자들이 경악하고 있다.ⓒ로이터=뉴시스

1991년 1차 이라크 전쟁 때 미국은 연합군을 성공적으로 구성했으며, 현 부시 행정부에 들어서는 중동과 남아시아의 이슬람에 대해 공세적인 정책을 더욱 일방주의적으로 펴고 있다.

과소비 지탱해준 손쉬운 자금 조달에 파열음

소비가 주축인 미국 경제는 확장을 계속하다가 2003~2006년 주택 구입 붐으로 최후의 파열음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 주택 붐은 방만한 신용대출에 힘입은 것이다.

중국, 일본, 그리고 독일 같은 나라들은 이러한 미국 경제 시스템의 수혜자로서 미국에 수출을 하고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의 채권을 사들였다. 이것은 세계화의 밝은 면이다.

하지만 지난 7월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손쉽게 자금 조달이 가능한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를 울렸다. 세계적인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운영한 2개의 헤지펀드가 파산하면서 신용시장에는 패닉 상태로 빠져들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모든 기업들의 주가와 채권 가치가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 8월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담보대출)에 연결된 파생상품 시장으로 충격이 확산됐다. 유럽과 아시아권의 금융시장도 타격을 면치 못했다.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긴급자금을 지원하기에 나섰지만, 모기지 대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 회사채를 많이 발행한 은행들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급기야 영국의 주요 모기지업체인 노던록이 파산 위기에 몰려 영국 중앙은행이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것은 세계화의 어두운 면이다.

2007년 말이 끝나가면서 미국의 경제는 뚜렷한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로 가지 않으려면 상당한 노력과 운이 따라야 할 것이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하와 금융시장의 합병 등이 시장의 안정에 일시적인 도움을 주었지만, 경제가 안정궤도에 도달하려면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미국의 경제에는 커다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소비가 과도한 부채에 의존하고 있고, 연방정부는 국가 기반시설을 등한시하고 있으며, 막대한 해외채무가 그것이다. 단기적으로 불거질 문제는 주택시장이 붕괴하면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중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크게 둔화된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과 해외자본에 의존한 소비행태는 앨런 그린스펀이 미 연준 의장으로 있는 동안 손쉬운 자금대출이 가능한 정책에 힘입어 별다른 조정도 거치지 않고 굴러왔다. 이러한 경제시스템은 이제 변했다.

단기적으로 주택시장에서는 더욱 나쁜 소식들이 흘러나올 것이다. 기존주택들이 매물로 대거 쏟아지고 신규주택들이 재고로 쌓일 것이며 모기지 이자율이 2008년 3월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되는 등 향후 12개월에 걸쳐 변동금리 체계가 크게 조정을 거칠 것이다. 게다가 모기지 산업의 대규모 감원과 금융시장 수익성 악화가 뒤따를 것이다.

하루에 몇 조원씩 전비로 퍼붓는 미국

장기적인 경제전망은 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더욱 어둡다. 미국 경제를 떠받친 또 다른 축인 전쟁부문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등지에서의 분쟁으로 미국은 하루에 30~50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지난 8월 미 의회예산국(CBO)은 2007년 7월 현재 이라크에서만 전투작전 비용에 5000억 달러가 들어간 것으로 추산했다. CBO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미국이 이라크에 7만 5000명의 병력을 유지할 경우 9000억 달러가 추가로 들어간다. 또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군대와 경찰을 훈련하는 비용이나 부상자 치료에 들어가는 장기간의 의료보험 비용은 별도이다.

세금을 줄이라는 압력 속에서 정부의 지출과 수입의 불균형이 장기화되는 구조적인 문제와 국가 기반시설과 관련한 거대한 문제도 있다. 도로, 교량, 항만 등 기반시설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개보수에 필요한 자금이 1.6조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기반시설 노후화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지난 7월 뉴욕 맨해튼 한복판 지하에 매설된 지 83년 된 스팀파이프가 폭발한 사건이다. 지난 8월에는 미네소타에서 40년 된 낡은 다리가 붕괴해 여러 명이 죽었다.

기반시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의료보험과 사회보장 문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의 경제성장보다 22%가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7800만 명의 베이비 붐 세대가 사회보장연금을 수령할 자격이 생기는 첫 해인 내년에 이 문제는 더욱 첨예하게 부각될 것이다.

미국의 정치는 역기능이 심한 단계에 도달했다. 국내 문제를 외부 세계의 탓으로 돌려 보호주의로 회귀하기 쉽다. 이미 미국의 의회에는 이러한 법안들이 상당수 상정돼 있다. 미국의 달러 가치가 추락하고 지난 8월 외국 채권자들이 1630억 달러의 미국 채권을 대량 매각한 것은, 미국인들이 분수에 맞게 살려는 노력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외국의 자본에 의존하는 미국 경제에 더 이상 자금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다.

전쟁과 소비에 의존한 미국의 경제 시대는 끝났다. 국제기축통화로서의 달러가치와 세계의 수출을 흡수한 미국의 소비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는 더욱 변동이 심한 시장이 될 것이다. 미국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한다면, 세계 경제도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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