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캠프의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윤여진 이화여대 교수는 이 글에서 정 본부장의 비판에 대해 "정태인 씨의 친절한 검증은 불량품"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문 후보가 공약한 8% 경제성장률은 "'목표치'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달성되는 '예상치'"라며 평생학습 등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충분히 달성가능하다는 게 골자다.
윤 교수는 또한 "정태인 씨는 4조2교대가 마치 뉴패러다임의 핵심인 양 이야기하고 있지만 4조2교대는 학습시간을 갖기 위한 여러 가지 방식 중 하나일 뿐 모든 중소기업이 택할 필요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교대제가 아니라 과로 체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또한 "생산성이 향상되고 투명성이 제고될 경우 200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느냐"며 "외자유치는 우리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또한 정 본부장이 사용한 '현실성장율' 등의 용어를 지적하며 "정태인 씨는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며 개념의 혼동이 너무 심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편집자>
...................
차기 정부의 경제성장율 공약 때문에 흥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선거철이니까 당연한 현상이다. 문국현 후보는 8% 성장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각각 7%와 6%를 제시하고 있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정태인 한미FTA 저지 사업본부장은 지난 30일자 인터넷매체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수고스럽게도 각 후보의 정책을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더불어 매체를 통한 토론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정태인 씨로부터 객관적인 판단과 견해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그가 기획하는 시리즈의 첫 작품을 보고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정태인씨는 본인이 민주노동당 소속이라는 사실을 본문에서 밝히고 있으며, 이 때문에 그가 중립성을 지키지 않을 것을 충분히 예시했음을 주장할 수도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정태인 씨는 문국현 후보의 8% 경제성장 정책에 대해 "거시적 정합성이나 실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결론을 만들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가한다. 본인의 입장에서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웬만한 경제학자라면 "그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생각을 바꿔보자
정태인 씨는 문국현 후보의 새로운 패러다임 성장정책을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에 기초한 분석방법에 짜 맞추려고 한다. 그러나 문 후보는 요소투입의 확대를 통해서 성장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생산성의 향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성장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8%의 성장율은 목표치가 아니다. 생산성의 향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달성되는 예상치이다. 따라서 정태인씨가 우려하는 바와 같은 8%라는 수치에 발목을 잡혀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는다.
패러다임의 전환, 생산성의 향상을 통해 저성장에서 고성장으로 탈바꿈한 국가들의 예는 많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성장이 정체되어 저소득국가에 머물렀던 아일랜드는 새로운 성장정책으로 1995년 이후 연간 8%이상의 고성장을 달성하여 유럽의 가장 부유한 국가의 하나가 되었다.
핀란드 역시 1990년대 이후 평생학습사회를 건설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유럽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노동생산성이 1973~95년 1.29%에서 1995~2002년 2.46%로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율도 같은 기간 중 1.5~2%에서 3~4%로 2배가 되었다. 중국, 인도, 싱가폴 등도 최근 8%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오류 검증 바로잡기
이제 정태인 씨의 이른바 검증을 좀 더 세세하게 바로 잡아 보자.
먼저 8%의 성장내용 중 잠재성장율과 추세성장율이 혼합돼 쓰이고 있으며 추세성장율(5%)이 잠재성장율(4%)보다 일관되게 높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문국현 후보의 공약에 표시된 잠재성장율은 기존 패러다임 하에서의 것으로서 추세성장율과 같은 개념이며 그 크기는 대략 4%~5%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이 2003년에 발표한 수치는 4.8%이다.) 이것이 때로 4%로나 5%로 언급되었다.
잠재성장율과 추세성장율을 혼용하게 된 배경은 잠재성장율로 표시할 경우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의 잠재성장율도 4%~5%로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있어서 과거 패러다임 하에서의 잠재성장율을 추세성장율로 표현하게 된 것이다.
정태인 씨는 추세성장율이 현실성장률을 뜻할 것이라고 하였지만 추세성장율과 현실성장율은 다른 개념이다. 현실성장율(정태인씨는 이를 real growth rate로 표기하였다)의 정확한 표기는 실제성장율(actual growth rate)이다. 또한 정태인씨는 "잠재성장율(potential growth rate)은.. 최대성장율(이른바 NAIRU)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며 개념의 혼동이 너무 심하다. 게다가 NAIRU(Non 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는 경제성장율도 아닌 실업율이다!
금년 3/4분기 경제성장율(잠정치)은 연율 6%이다. 그러나 여전히 잠재성장율은 5%를 넘지 않는다. 정태인씨가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반드시 잠재성장율이 실제성장율보다 높아야 되는 것은 아니며 잠재성장율이 최대의 성장율을 의미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정치인에게 정확한 용어사용을 주문하는 것은 무리일까?"라고 질문하는 정태인씨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200억 달러 FDI와 외자유치 전문가
다음은 FDI와 관련된 정태인 씨의 비판을 살펴보자. 정태인씨는 문 후보의 공약이 마치 부정부패만 척결되면 FDI가 5배나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부정부패만 해결하고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될까? 정태인씨의 외자유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정태인씨와 같은 분이 1년6개월이 아니라, 5년 외자유치총괄 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앉아 있어도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FDI 실적은 저조할 것이 뻔하다.
외자유치는 우리 노력에 달렸다. 러시아의 외자유치가 1400억 달러에 달한다면 우리경제의 규모나 우리기업들의 능력에 비추어볼 때 생산성이 향상되고 투명성이 제고될 경우 200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는가?
세계화 및 FTA와 관련된 정태인 한미FTA 저지 사업본부장의 비판은 여기서 논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8%성장 달성 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쪽으로 논쟁이 발전할 게 분명하니까.
"참신하다. 그러나…"
정태인 씨는 중소기업의 재창조를 통해 경제성장율을 2%포인트 끌어 오리겠다는 문국현 후보의 공약에 대해 "참신하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특히 낮아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태인씨는 어디서 나온 통계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하였지만 이를 뒷받침할 통계는 약간의 수고만 감수하면 National Accounts of OECD Countries에서 구할 수 있다.) 우리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에 비추어볼 때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는 많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문국현 후보가 제시한 것이 과로체제 해소를 통한 학습체제 구축이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300시간을 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의 1400시간, 프랑스의 1500시간, 독일의 1600시간, 일본과 미국의 1800시간에 비해 매우 많은 500~1100시간을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장시간의 근로는 일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려 효율성이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학습할 시간과 여유도 없으니 생산성의 증가는 기대할 수 없는 상태이다.
다행이도 정태인 씨가 학습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반대하거나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매년 20%가 향상되어 5년 후 두배가 된다면 성장율이 15~25%가 될 것 같다는 주장도 한다. (매년 20% 향상하면 5년 후 2배가 훨씬 넘기 때문에 생산성은 15% 성장하는 게 맞다.)
근사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태인씨는 왜 2%의 추가성장만 이야기 했는지 정말 의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정태인씨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모든 중소기업이 매년 15%씩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래서 문국현 후보의 공약은 중소기업의 4분의 1 정도를 5년 후 생산성이 두 배가 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2%의 추가성장율을 제시하였다.
정태인 씨는 4조2교대가 마치 뉴패러다임의 핵심인양 이야기 하고 있지만 4조 2교대는 학습시간을 갖기 위한 여러 가지 방식 중 하나일 뿐 모든 중소기업이 4조2교대제를 택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교대제가 아니라 과로체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이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지적하고자 한다. 정태인 씨는 문국현 후보가 1%의 경제성장이 30만명의 고용을 가져온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국현 후보의 이야기는 연 1%의 성장이 약 6만명의 고용을 창출한다(KDI자료)는 전제하에 집권기간 5년 동안 총 30만명 정도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다.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인용한 결과가 아닐까?
제대로 된 검증을 기대하며
이제 결론을 내리자. 문국현의 8% 경제성장은 달성 가능한 것인가? 불행이도 정태인 씨의 친절한 검증은 불량품이다. 따라서 그가 주장하는 8% 성장 불가론도 신뢰할 수 없다. 검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