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민병대는 자이툰이 주둔하고 있는 아르빌을 포함한 쿠르드족 지역을 이라크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무장단체다. 따라서 자이툰이 이들을 훈련시켰다면 한국군이 쿠르드 독립군을 양성한 셈이 되어 이라크의 민족간·종파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라크는 물론 터키, 시리아, 이란 등 주변 주요 국가들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쿠르드 문제에 한국이 개입한 것으로 비춰질 경우 이 국가들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터키 주재 한국 대사 "한-터키 관계에 심대한 영향"
김창엽 터키 주재 한국 대사는 25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주 터키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자이툰 부대가 비공개적으로 쿠르드 민병대를 교육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대통합민주신당 이화영 의원의 질문에 대해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교육·훈련은 자이툰 부대의 기본 임무 중 하나"라고 답했다고 이 의원실이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김 대사는 또 '자이툰이 국정원과 유사한 정보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질의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최근 쿠르드 자치정부의 총리 등을 정부가 공식 초청하는 활동 등은 한-터키 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 의원은 "현재 터키와 독립국가 건설을 추진중인 쿠르드 반군간 무력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이툰이 국제분쟁의 한 당사자인 쿠르드 민병대의 군사훈련을 지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이툰 부대를 신속하게 철군하는 대신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인도적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전 자이툰 사단장이 확인한 일"
자이툰이 쿠르드 민병대를 훈련시킨다는 것은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아니다. (☞관련 기사 : 파병 3년차, 자이툰과 다이만은 뭘 하고 있나)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박정은 팀장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자이툰 부대의 공개되지 않은 활동 중에 쿠르드 민병대 훈련이 있다"며 "터키와의 관계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마찰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인데 이런 부분이 다 비공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는 박 팀장의 주장에 대해 25일 "지금까지 쿠르드 민병대에 교육지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합참은 "이라크군과 경찰에 대해서는 교육을 지원했다"며 "이라크군 2사단 1여단에 대해서는 2004년 12월부터 작년 11월까지 1200여명을 교육시켰고 이중 간부들에게는 참모업무, 부대지휘절차, 장교의 책무에 관한 내용을 지도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합참의 주장을 다시 한 번 반박했다. 같은 날 이화영 의원이 밝힌 김창엽 대사의 발언은 참여연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참여연대는 △황의돈 전 자이툰 사단장이 미 육군 발행 <밀리터리 리뷰> 2005년 11~12월호 기고문에서 "(한국군이) 페슈메르가 민병대 대원들을 훈련시켜, 민간분야에로 취업시키든가 아니면 이라크군에 편입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밝힌 점 △한국군의 페슈메르가 민병대원 훈련을 다룬 미 육군협회 발행 <육군> 2007년 9월호의 기사 △쿠르드 자치정부 신자리 장관이 지난해 9월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자이툰 부대가 제르바니 등 쿠르드 민병대와 경찰에게 사격술과 전술훈련, 범죄수사 기법 교육은 물론 지문감식기구, 컴퓨터, 차량, 검문과 방호시설 구축도 지원했다"고 말한 사실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합참 "쿠르드 정부가 책임 질 일"
참여연대는 "민병대를 훈련시킨 적이 없다는 합참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황의돈 사단장이 거짓말을 한 것이냐"고며 "국방부가 제출한 2006년 국정감사 자료만 봐도 자이툰이 제르바니 민병대에 차량과 의약품, 군화 등을 지원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관계자는 "합참이 우리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라크군 2사단 1여단을 훈련시켰을 뿐이라고 했는데 바로 그 이라크군 2사단, 3사단이 페슈메르가 민병대라는 것은 현지 사정을 조금만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이는 단순히 합참의 주장을 반박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라크 파평에 관한 군의 자료와 주장을 도무지 신뢰할 수 없음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합참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민병대를 교육시킨 적이 결코 없다"고 재차 강조하고 "이라크 치안전력만 지원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이날 밤 늦게 입장문을 발표해 "국방부는 자이툰 부대가 MNC-I(이라크 다국적군 군단사령부)의 '이라크 치안전력 양성계획'에 따라 아르빌 지역의 정규 치안요원을 대상으로 2004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경계·제식훈련 등 소정의 교육훈련을 지원한 사실은 있다"면서 "그러나 쿠르드 민병대를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지원한 사실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는 분명 이라크군과 치안전력에 대해 양성 훈련을 지원하는데 혹시 그 안에 그런 (민병대) 인원이 포함됐을 가능성은 있다"며 "하지만 그건 우리가 관여할 바가 아니고, 그런 병사를 넣어 훈련을 맡긴 쿠르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황의돈 전 사단장의 기고문에 대해서는 "전후관계가 잘못됐을 것"이라며 "확인해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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