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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은 '공포의 동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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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동맹은 '공포의 동맹'인가?

한반도브리핑<71> 이라크 파병 연장을 보며

북미관계가 잘 풀려나가면 앞으로 한미동맹은 어떻게 될까?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일원으로 활동한다면 앞으로 한미동맹은 어떻게 될까? 중국이 민주화되고 중국과 대만관계가 잘 풀려 나간다면 앞으로 한미동맹은 어떻게 될까?

모두 미래에 대한 가정에 입각한 질문들이다. 그 가정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이 있지만, 이러한 가정들이 현실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한국의 지도자라면 이러한 가정들이 현실화될 수 있는 비전과 해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북한에 대해 강경론을 견지해 온 보수 세력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서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다. 또한 중국이 민주화되고 중국-대만관계가 잘 풀려 나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 역시 별로 없을 것이다.
▲ 보수단체 모임인 비좌파대연합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군 주둔 연장 환영에도 성조기를 흔드는 이들에게 미국은 무엇인가. ⓒ연합뉴스

한미동맹 미래비전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되는 시기에 한국의 국민과 지도자들은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러한 상황을 현실화시키고자 하는 지도자들은 상황의 현실화 이후에 어떤 구상을 갖고 있기에 이러한 상황을 현실화 시키고자 하는가?

지금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과연 한국의 지도자들이 한미동맹과 관련해 미래의 비전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모든 대선후보들은 하나같이 본인들이 가장 훌륭한 미래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필자는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 설득력 있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은 가정에 입각한 질문(hypothetical question)에 대해서는 답을 안 하는 버릇이 있다. 아마도 가정 자체가 상대방을 공격하는 논리를 담고 있거나 원하지 않는 상황을 상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정권을 잡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미국이 북한에 군사공격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등등)

그러나 위에서 제시한 가정은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드는 가정이기보다는 모두가 희망하는 가정이기 때문에 이러한 가정에 입각한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하느냐를 보면 그 지도자의 철학과 미래 비전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잡아낼 수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이 한국에 필요한 이유는 북한의 위협이 있고, 또 중국의 미래 위협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논리다. 한미동맹은 한국에 대한 현재와 미래의 위협을 관리하고 격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사라진다면 한미동맹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직까지 현재 대선 후보들이 이러한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준 적은 없다. 그래서 이들에게 앞으로 이러한 질문에 대해 생각할 시간과 자료를 주기 위해 여기서는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려고 가장 노력했던(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진) 노무현 정부를 벤치마킹해 보기로 하자.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청와대는 이라크 파병을 1년간 연장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한국의 국익과 한미관계의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지금 파병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청와대에 들어오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도 말했다.

아마도 청와대가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있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것일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고민은 아니다. 자칫 잘 못해서 다된 밥에 재를 뿌리게 되면 얼마나 허탈할 것인가? 그리고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은 국가이익의 문제 아닌가? 철군 규모를 줄이고 1년 정도 안전한 곳에서 주둔시키면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왜 비판받아야 하는가? 청와대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미국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즉 한국이 철군을 하면 미국이 억한 심정으로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보복을 할 것이고, 여러 가지 이유로 북미관계 개선을 막고, 결국 북한은 다시 핵 프로그램을 가동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다.

이러한 청와대의 논리를 따르자면 미국이라는 동맹국은 한국의 다른 주변국인 중국, 러시아, 일본 등보다 신뢰할 수 없는 국가가 된다. 심기를 거스르면 언제든지 배신하고 보복을 하는 국가가 된다. 인간이 하는 일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미국에게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다고 여긴다.

이러한 논리 하에서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에게 잘못 보이면 큰일이 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 때문에 주변상황과 여건이 아무리 변해도 한미동맹과 한미공조를 포기할 수 없게 된다.

흥미롭게도 어느 순간 우리의 위협은 북한과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되기 시작한다.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기보다는 무서운 동맹국, 혹은 제국인 것이다. 그래서 나라의 안전을 생각하는 지도자들에게 있어서 한미동맹은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과 같이 되어 버린다.

북한과 중국이 변해도 미국이 이렇게 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과 중국을 믿을 수 있겠소? 우리는 완전히 못 믿겠소. 근데 우리가 항상 당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소?'
▲ 데이비드 발코트 주한 미8군 사령관이 서진섭 한미동맹친선회장으로부터 '한성호(韓星護):한국을 호위하는 장군'라는 한국 이름을 선물받고 있다. 한미동맹은 진정 한국을 수호하는가 ⓒ연합뉴스

한미동맹에도 선진화가 가능한가?

이제껏 역대 한국 정부의 한미동맹관은 매우 전근대적이었다고 생각된다. 미국은 심기를 건드리면 큰 일 나는 국가이기 때문에 크게 성의를 보이면 고맙게 생각하고 잘 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선진화된 한미동맹관은 사전협의를 통해 자신들의 국익과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 한미관계를 조정하고, 또 민주적 절차에 의거해 결정된 서로의 정책을 존중해 주는 그러한 동맹을 의미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해 영토적 야심이 없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미국과, 한국의 다른 주변강국을 구별하는 특징이라고.

그렇다면 한미동맹을 이제는 전근대적 '공포의 동맹'이 아닌 진정한 '신뢰의 동맹'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로 민주적인 절차와 의사를 존중하고 최대한으로 협의하고 조정하는 그러한 동맹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한국 나름의 의제와 생각을 가지고 한미동맹의 미래비전을 자유롭게 미국에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막연한 불안에 사로잡혀 동맹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는 사고가 바로 미래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의 사고를 막고 있다. 그런 상태라면 한미 FTA를 체결하고, 파병을 하고, 미국 무기를 아무리 사도 미국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만일 그러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미국이 계속 이렇게 물어도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이 그것 하나 결정 못 합니까?'

한국 국민은 서로의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는 미래 한미동맹의 비전을 제시할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실질적·결과적으로 가장 미국의 정책에 동조했던 노무현 정부에 대해 미국의 한국 전문가들은 아직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믿을 수 없는 정부라고. 그리고 다음 정부는 믿을 수 있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여기서 말하는 믿을 수 있는 정부는 동맹 간 협의의 절차적 투명성과 성의를 갖는 정부를 의미한다. 미국에 무조건 따라가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정부를 의미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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