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함께 들판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침
기러기 떼가 날아왔습니다.
왕은 궁수의 실력을 보려고
활을 쏘아 보라고 했습니다.
궁수는 연습 삼아 화살을 메기지 않고
활시위를 한 번 당겼습니다.
그러자 기러기 떼의 맨 뒤를 날던 한 마리가
그 소리만 듣고 갑자기 땅에 떨어졌습니다.
왕이 궁금해 그 이유를 묻자
궁수가 대답했습니다.
"저 기러기는 전에
제가 쏜 화살을 맞고 다친 적이 있습니다.
아직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아 맨 뒤에서 겨우 날며
구슬프게 우는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제가 빈 활의 시위를 당기는 소리에 놀라서
높이 올라가려다가 오히려 땅에 떨어진 것이지요."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초(楚)·조(趙)·연(燕)·제(齊)·한(韓)·위(魏) 등 여섯 나라가
당시 최강국이었던 진(秦)나라에 대항해
연합군을 만들었습니다.
'화살에 맞아 다친 상처를 입었던 새'에 대한 이야기는
연합군의 대장으로 내정된 장군이
그 자리에 적합지 않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조(趙)나라의 위가(魏加)라는 사람이 예로 든 것입니다.
그 장군은 전에 진나라와 싸워
크게 진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기러기처럼
어떤 일에 크게 놀란 후에
작은 일에도 두려워하는 모양이나 사람을 보고
'상궁지조(傷弓之鳥)'라고 하는데요.
상처받지 않고 지나가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 상처가 영혼에까지 남아
빈 활 소리에도 놀라 땅에 떨어지는
'상궁지조'로 살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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