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지명 후 첫 지방 방문지로 호남 대신 충청을 선택한 것에서부터 첫 일성으로 '호남 후보' 대신 '충청 후보'를 천명한 것에까지, 이날 이 후보의 행보 면면에서 향후 단일화 국면에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보다는 개인적 기반인 충청도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 엿보였다.
"충청과 호남은 정치적 공동체"
이 후보는 이날 대전시당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충청이 처음으로 직선대통령을 배출하는 기대와 함께 정치를 한 차원 높게 진화시키는 데에도 성공해 정치가 나라를 발전시키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충청은 호남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해 온 공동체"라며 '충청도 출신 민주당 후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치적으로 백분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는 "지역패권이 충돌하는 시대에 충청은 정치적으로 소외됐다"며 "이제는 지역 패권시대를 허물고 정책대결의 정당시대를 열어야 하는데 이인제가 대선후보가 됐다는 것은 숙명적으로 지역패권을 마감하고 정책대결을 열라는 소명으로 받아 들인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은 지역적으로 호남에 고립된 상황이지만 50년 역사와 민주 투쟁 및 평화적 정권교체의 위업을 달성했다"며 "호남을 넘어 충청과 경기 등 '서부벨트'에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사회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겠다"고도 했다.
이인제가 충청권에 올인한 이유
이 후보가 이처럼 당적(민주당)보다는 출신(충청도)에 강세를 찍고 나온 것은 자칫 '정동영 대 문국현'의 협상으로 좁혀질 수 있는 단일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이 후보는 소위 '조순형 대세론'을 꺾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지만 정치권과 언론이 꼽는 단일화 우선순위를 문 후보에게 빼앗긴 것이 사실이다. 경선 자체가 동원선거, 부정선거 등 불미스러운 논란에 휩싸인데다가 조 후보의 경선 포기로 '컨벤션 효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역시 3~4% 선을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처지에서 단일화 논의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까지를 포함한 연정 논의로 확대될 경우 이 후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반 한나라당 전선을 기둥으로 한 이른바 '문이정권(문국현, 이인제, 정동영, 권영길의 연합)'의 경우 정책과 노선을 기반을 연합의 고리로 상정하고 있기에 '과거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한 이 후보는 논의 과정에서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현 상황에서는 범여권 주자들 중에서 가장 단일화에 적극적인 이 후보는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처럼 지역 기반을 염두에 둔 연합이 가장 유리한 구도라는 판단 아래 일단 무주공산인 충청도의 맹주가 되기 위해 주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이 같은 전략이 종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먼저 '충청도 대표선수'로 자리매김 하는 일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역시 지역 후보를 자처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지역 패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심대평 후보에 대한 비교우위부터 보여줘야 할 판이다.
다만 이 후보의 충청권 지지율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가 미디어 리서치에 의뢰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충청 지역에서 이 후보가 얻은 지지율은 16.5%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49.5%)의 지지율(49.5%)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못하지만, 13.8%를 얻은 정동영 후보에 비해선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 후보의 노골적인 '구애'에 힘입어 충청권에서 일정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범여권의 단일화 논의는 '세력'에서 월등한 우위를 가진 정동영 후보와 '비전'을 선점한 문국현 후보와 함께 '지역' 논리의 이인제 후보 간의 복잡한 함수관계 풀이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 게다가 지역적으로 서부벨트 복원이 숙원인 범여권에 충청권은 약한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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