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들은 엉터리 줄거리, 앞뒤가 안 맞는 대사,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말했다. (…)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 진출을 자랑스러워하면서 '할리우드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심형래 감독을 존경하고 있다. (…) 혹평을 받아 마땅한 나쁜 영화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훼방꾼이나 반역자로 매도되고 있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5일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를 혹평했던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에게 쏟아졌던 한국 사회의 비난 분위기를 상세하게 전하며 그릇된 애국심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진 씨의 입장을 상세히 보도했다.
"비판하면 반역자로 매도돼"
이 신문은 이날 국제면 3면 대부분을 할애해 영화 포스터를 배경으로 찍은 진중권 씨의 사진을 함께 실으며 대부분의 미국 비평가들이 동의하고 있는 진 씨의 비평이 나온 후 벌어졌던 네티즌들의 무차별 공격 등 여러 현상들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디 워'가 한국에서 개봉한지 2개월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해 53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대 랭킹 5위에 올랐고, 언론들은 심 감독을 블록버스터식 특수효과로 자신만의 고유 영역을 구축해 할리우드에 도전한 것을 응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디 워'가 대부분 미국 배우들을 출연시켜 영어로 대사가 진행됨에도 북미지역에서 지난 9월 중순 개봉한 이후 1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다는 것은 한국의 분위기와는 분명 다르다는 사실이 존재함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을 지적했다.
나아가 신문은 대부분의 미국 비평가들은 '디 워'의 성공은 한국인의 애국심에 노골적으로 호소한데서 기인한다고 말한다며, 미국판 편집본에서는 삭제됐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세계 시장에서 실패없이 성공할 것이다"는 심 감독의 메시지를 보내고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LA의 할리우드 사인 아래 도전적인 모습으로 서있는 심 감독 사진을 보여주는 것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승리의 소식만을 듣고 싶어 했을 뿐"
이 신문은 '디 워'에 대해 단지 혹평을 받아 마땅한 나쁜 영화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오로지 훼방꾼과 반역자로 매도되고 있다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진중권 씨에게 쏟아졌던 위협을 소개했다.
특히 '디빠'라고 하는 영화팬들은 진 씨의 블로그를 집중 공격하고, '밤길을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일본인 아내와의 사이에 낳은 아이들을 '쪽발이(Japs)'라고 공격했음에도 진 씨는 결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진 씨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들은 몽상가(dreamer)들이고 심 감독 역시 한 몽상가"라며 "한국 언론은 심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을 대단한 애국적 성공 스토리로 다뤘고 이런 분위기에서 그를 비평하게 되면 곧바로 공공의 적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진 씨는 "이처럼 나쁜 영화를 찾아보기 쉽지 않고 줄거리가 거의 없는 등 한국에 창피한 일"이라며 "대사가 영어로 돼 있기 망정이지 한국어로 나왔따면 악몽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이 할리우드에 진출한다는 얘기가 없었다면 누구도 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것이 심 감독의 전략이었고 그는 결코 자신의 영화에 담겨있는 미의식을 거론치 않았다. 오로지 애국심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인은 승리의 소식을 듣기를 원했을 뿐이었다"며 황우석 사태와 '디 워' 신드롬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진 씨는 "한국인들은 광신적이고 인터넷을 통해 결집하곤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며 "한국은 사람들이 인터넷 문화속에 자신들의 모든 삶을 쏟아붓는 곳이면서 성공이 온라인상의 히트수로 결정되는 곳이 되고 말았는데, 맹목적 애국심의 시대는 종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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