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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측, 정동영 당선에 '안전거리'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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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국현 측, 정동영 당선에 '안전거리' 유지

"호남후보 강점 확인돼…단일화는 늦을수록 좋아"

범여권 장외주자 문국현 후보의 참모들은 15일 오전 내내 '회의 중'이었다. 사실상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정동영 후보의 '만세' 사진을 실은 조간이 배달된 아침이었다. 오전 7시 30분 '정례회의'에서부터 실무진 회의로 서너 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회의의 주요 의제는 단연 '신당 경선'이었다. 정 후보의 당선을 두고 공식적으로는 "경선 도중 위법행위부터 반성하라"는 '까칠한' 반응을 내놓은 문 후보 측이었지만 내부는 단일화 국면에서의 손익계산 등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정동영 택한 표심, 대선엔 자포자기"

신당 경선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정 후보의 승리가 유력해 지자 여권 안팎에서는 "문국현에게 유리한 형세"라는 분석이 오갔던 것이 사실이다.

문 후보가 상대하기에 지지층이 겹치는 손학규 후보가 더 '어려운 상대'라는 이유에서다. 두 후보 모두 주요 지지층의 대표 성향이 '3·40대, 수도권, 화이트칼라'로, 손 후보가 여기에 자영업자 직군을 더한다면 문 후보는 고학력·고소득층에서 비교적 많은 지지를 얻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경제 전문가', '일자리 대통령' 등 전면에 내세운 기치도 유사했다.

이에 범여권의 대결이 '손학규 대 문국현'의 구도가 된다면 대중적 인지도가 확보돼 있는 손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판단 아래, 정 후보가 손 후보를 눌러준 것은 문 후보 측에 '호재'란 평가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 후보 측은 이 같은 분석에 '절반만' 고개를 끄덕였다.

고원 공보팀장은 "'본선 경쟁력'이란 측면에서는 정 후보가 쉬운 상대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손 후보가 '조직된 표 대결'에서는 졌지만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투표에서는 앞섰다는 점은 경선 이후에도 '정동영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강화하는 재료가 될 것"이란 설명이었다.

고 팀장은 "본선 경쟁력은 앞으로도 계속 정 후보의 결격 사유로 꼽힐 것"이라고 말해 '국민후보'를 자처한 문 후보가 이 부분을 '파고들' 계획임을 시사했다.

정 후보가 예상 외의 압승을 거둔 데 대해서도 "2007년 대선에 대한 자포자기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 결과"라며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회의감으로 치러진 경선에서 큰 표 차로 이겼다고 해서 다른 지지층들이 강하게 결속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각을 세웠다.

경선을 통해 확인된 정 후보의 비교우위도 있다. 이른바 '호남후보'라는 프리미엄이다.

고 팀장은 "이번 경선에서 정 후보 측의 조직력으로 발휘된 '호남후보' 프리미엄이 문 후보에게도 비교우위로 작용할 수 있다"며 "범여권 지지세가 전통적으로 강한 호남 출신이라는 정 후보의 프레임은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11월 말이 되면 그분들이 정리해야"
▲ 14일 '창조한국' 창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한 문국현 후보 ⓒ대한민국 창조본부

지금까지는 '탐색전'이었다. '범여권 후보 타이틀 매치'를 바라보는 관중들의 눈은 어느 샌가 2차전이 펼쳐질 링으로 옮겨가 있다.

1차전에서 챔피언 벨트를 거머쥔 정 후보는 이미 두 번째 링에 오를 채비를 마친 상태다. 지난 1일 초반 4연전에 이어 슈퍼 4연전에서도 승리를 굳힌 정 후보는 승리를 확신하는 일성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깨뜨리기 위해 (범여권의) 대통합·대연합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문 후보 측은 서둘러 링에 오를 뜻이 없어 보인다.

고 팀장은 "정 후보는 단일화를 얘기하기 전에 조직·동원 경선으로 얼룩진 경선에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과오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 없이 정치공학적인 단일화 얘기부터 꺼내는 것을 국민들은 권력투쟁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당 경선에 이어 국민들에게 또 한 번 좌절감을 줬다가는 우리 진영 전체가 복구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고도 했다.

단일화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않지만 정치공학적 표계산에 근거한 단일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앞세운 것이다.

문 후보 측의 '불가근불가원' 전략은 적어도 다음달 4일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후보가 주도한 창조한국당(가칭)이 공식 창당 작업을 마치게 될 4일이면 문 후보는 '범여권 장외후보'란 꼬리를 떼고 '창조한국당의 대선후보'가 된다. 링에 오르더라도 정 후보와 대등한 '정당의 후보'로 오르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단일화에 대한 용어가 '대연합'(정 후보 측)과 '연정'(문 후보 측)으로 서로 다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정 후보가 문 후보를 하나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끌어안기'를 시도하려는 입장이라면 문 후보 진영은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내세우는 것이다.

이에 문 후보 캠프는 이날 "향후 후보단일화에 대한 모든 논의는 창조한국당의 창당 및 공식적 후보선출 절차 이후에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 역시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1월 말이 지나면 그분(신당 주자)들은 금도있는 정치인으로 자신이 갈 길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단일화에 응하더라도 그 시기는 대선이 임박한 다음 달 말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대선을 두달 여 앞두고 테이블에 오른 단일화 논의는 '내친 김에 단일화까지 해 버리려는' 정 후보 측과 '늦을 수록 좋다'는 문 후보 측 간의 시기를 둘러싼 '샅바싸움'으로 그 말문을 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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