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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진전은 500년 서구지배 역사의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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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진전은 500년 서구지배 역사의 분기점"

[인터뷰] '미국의 양심' 노엄 촘스키 美MIT 교수

세계적인 석학이자 '미국의 양심'으로 추앙받고 있는 노엄 촘스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최근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촘스키 교수는 지난 4일 '2007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상황 진전은 세계 전반에 대한 500년에 걸친 서구지배로부터 식민지 피지배국가들이 드디어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합과 독립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인터뷰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현재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정기열 박사(철학)에 의해 진행됐다. 정 박사는 이날 보스톤에 있는 MIT 연구실과 교정에서 가진 촘스키 교수와의 대담 중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대화를 간추려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편집자>

▲ 노엄 촘스키 미국 MIT 명예교수ⓒwww.chomsky.info

촘스키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서울과 평양의 분위기를 물었다. 인터뷰 당시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10월 4일 오후 2시경이었다. 한국시간이 그곳보다 10시간 빠르기 때문에 남북 정상이 합의한 '10.4선언'은 이미 발표돼 있었다.

필자는 8개항의 공동선언 내용부터 촘스키 교수에게 이야기했다. 1차 정상회담에 비해 비교적 차분했던 분위기도 전했다.

촘스키 교수와의 만남은 2004년 5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8번이었고, 올해만 1월과 5월에 이어 3번째 대화다. 필자는 촘스키 교수와 나눈 대화를 중심으로 한 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은 내년 중순으로 예상되는 그의 남북한방문기와 함께 출간을 앞두고 있다.

언제나 겸허한 모습으로 조용하고 인자한 웃음을 때고 있는 촘스키 교수는 약속시간에 맞추느라 헐레벌떡 뛰어간 덕에 그의 비서실장 방에서 땀을 닦고 있던 필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던졌다.

그러면서 함께 MIT 교정을 걷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비서의 안내로 그의 방에 들어가 정해진 시간 대화한 뒤 밖에서 기다리는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넘겨주던 게 상례였는데, 그런 제안은 처음이었다.

촘스키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주일에 2~3일 정도를 전세계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할애한다. 그와의 대화는 평균 30분이고 길어야 45분이다. 자주 찾아온 덕인지 필자와의 지난 몇 번의 대화는 모두 1시간씩이었다.

그는 언제나 먼저 한반도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필자는 언젠가부터 그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답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간다. 이번에도 정상회담과 관련된 기사와 사진을 스크랩해서 갔다. 아래 대화내용은 전체 대화 중 남북정상회담을 중심으로 다시 간추린 것이다.

-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미에 대해 평가해 주십시오.

"최근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는 사건들은 대단히 긍정적이고(very positive) 중요한 의의를 갖습니다. 특히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의의는 화해와 평화통일을 지향한 모든 코리안들(all Koreans)에게만 득(benefit)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코리안들의 오랜 투쟁과 노력은(long-term and marvelous efforts) 당신들만의 득이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안전(world peace and security)을 진척시키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인류사적인 의의(global implication)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상황 진전은 세계 전반에 대한 500년에 걸친 서구지배(recovery from the Western imperial domination)로부터 식민지 피지배국가들이 드디어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합과 독립(integration and independence)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지구사적 의의를 갖습니다.

그러므로 한반도에서의 긍정적인 소식은 세상의 진정한 평화와 정의를 세워내려는 지구상의 다른 노력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건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최근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들은 오늘 사실 전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5세기에 걸친 서구·미국 식민주의자들의 전형적인 침략과 지배, 통치수법이었던 분열과 해체(divide and disintegration)구도를 극복하고 단결과 통합(unity and integration)을 거쳐 독립에로 이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대표적인 예가 중남미일 것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와 에콰도르를 보세요. 5세기 만에 처음으로 일어나고 있는 중남미에서의 통합과 독립의 움직임은 베네수엘라의 경우 "위에서 아래로"(top to bottom)의 혁명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반면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의 경우 "아래서 위로의"(bottom to up)의 성격을 띤, 주로 가장 밑바닥계층을 이루고 있는 원주민들에 의한 대중적인 사회변혁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단히 특기할만한 사건들입니다. 에콰도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월요일(10월 8일)을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를 기리기 위한 미국의 공휴일입니다. 그러나 무엇을 기념하고 기린단 말입니까? 지난 500년 1억에 가까운 원주민들에 대한 대량학살(genocide)의 역사를 기리고 기억한단 말입니까?

지난 500년의 서구 지배의 역사에서 오늘 한반도를 비롯해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계속되는 통합과 독립을 향한 대중저항운동(mass resistance movement)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통합은 독립에 이르기 위한 전제(prerequisite)입니다.

한반도에서의 대단히 긍정적인 변화들은 통일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진일보한 또 다른 구체적인 단계들로 이어질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쉼 없는 노력과 저항과 통일대업에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함께 기뻐합니다."
▲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 이번 정상회담 직전 타결된 6자회담의 10.3합의는 북미관계 정상화 과제와 관련해 또 다른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6자회담의 진척과 더불어 부시 행정부 임기 전에 북미수교 가능성이 공론화되고 있습니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세상 대부분 언론은 6자회담은 곧 "북핵 문제"'(North Korean Nuclear Issue)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fact)에 대한 서구와 미국 언론의 전형적인 악의적 왜곡이죠. 6자회담의 본질은 "북핵 문제"라기 보다는 "미국 문제"(US Issues)라고 해야 옳습니다.

물론 북핵 문제도 있죠. 그런데 북핵 문제의 본질이 무엇입니까? 대부분 언론이 말하지 않지만 북핵 문제의 본질은 미국의 선제핵공격전략 등 대결적인 대북정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즉 핵공격 위협에 대한 억제력으로서의 핵무기 개발이라고 해야 옳습니다.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서를 파기한 것은 미국이지 북이 아닙니다. 2002년 북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과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HEU) 문제제기 등의 기본적인 목적은 제네바합의를 파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HEU 문제는 나중에 미국 정보기관 자체의 조사결과로 용두사미가 되어버렸습니다.

2005년 9.19공동성명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동성명에 서명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국은 판을 뒤집는 사건을 만들어냅니다. 소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입니다. 대북 금융제제죠. 미국의 대외관계 역사에서 반복되는 문제들(history repeats over and over again)입니다.

9.19공동성명의 핵심 내용은 대단히 진일보한 것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문제를 항구적으로 해결하는데 근본적인 중요한 이슈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긍정적인 움직임에 또 다시 제동을 겁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미국이라는 것이죠.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약속을 깨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미국이지 다른 나라가 아닙니다.(History shows time after time it is US that has repeatedly backed off from its obligations) 이것은 부시 행정부에 들어와 더욱 노골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2년과 2005년만 해도 미국은 북을 군사적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다고 믿었죠. 그래서 공격적이고 대결적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다 이라크 전쟁의 실패 등 안팎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난 뒤에야 미국 정부는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한 외교적 해결방법을 택했죠.

그런 뜻에서 오늘의 상황과 조건은 과거에 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 한반도에 있어서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타결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6자회담에서 진짜 물어야 할 질문들(real questions)은 "북핵 문제"가 아니라 '과연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가?' (Can we trust United States?) 혹은 '미국이 끝까지 자신의 약속을 지킬 것인가?' (Will US live up to its obligations?) 등이어야 합니다.

하기야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클린턴 행정부 때도 마찬가지였죠. 그들도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에 명시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임기 말에 가서야 무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대화와 타협에로 급선회했지요.

지난 9월말의 6자회담 재개 직전에 북과 시리아의 핵개발 의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번에는 부시 행정부 전체가 아니라 소수로 전락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세력의 시도였지만 2002년 2005년과 마찬가지로 문제를 제기한 타이밍이 대단히 의심스럽다는 것입니다.

제 방향을 잡아가는 6자회담을 방해하려는(in order to derail the Six-Party Talk Process) 또 하나의 시도입니다. 2005년 9.19공동성명 때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의) 주류 언론들도 이스라엘의 '북-시리아 핵관계'(nuclear connection) 주장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공언한 길을 갈 경우 6자회담의 전망은 과거에 비해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남은 과제가 산적하고 어떤 장애가 또 튀어나올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6자구도 틀은 과거의 2자구도 때보다 틀을 깨기가 쉽지 않습니다."

- 6자회담이 지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거쳐 남북의 평화적 통일과 그에 기초한 동북아 다자 안보 체제가 본래의 계획과 바람대로 완수될 경우 미국에 의한 일극적 형태의 지구적 지배질서에 어떤 형태로든 균열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틀을 갖추고 진행되고 있는 유럽의 통합-독립과 비슷한 틀을 지향하는 동북아 그리고 중남미 등 전지구적 차원의 지역통합과 독립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확대될수록 미국의 세계지배 구도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프레시안



"좋은 질문입니다. 옳습니다. 나도 그렇게 봅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이미 지역통합(regional integration)을 기본으로 미국의 일극지배(unilateral domination)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은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죠.

그것은 또한 미국 시민 다수가 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기성언론과 매체들에 의해 사실이 왜곡되어 있긴 하지만 감추고 덮을 수 없는 것은 미국 국민 다수 또한 미국 정부가 군사비를 줄여 교육과 의료, 주택, 건강, 환경, 사회보장 등의 예산을 증액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보통국가(ordinary state)가 되어 일국에 의한 일방주의(unilateralism)가 폐기되고 세상이 보다 다극화·다양화될 때 세상은 오늘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미국은 여전히 유럽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들에게 때로 협박도 가하면서 일정한 강제성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다릅니다. 미국의 협박이 씨가 먹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 같지요. 한 가지 좋은 예가 있습니다.

2006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이 중국을 방문한 직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그때 미국은 중국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의 표시로 국빈에게 베푸는 저녁만찬(State Dinner)을 취소시켰습니다. 초청국가에 대한 모독이고 예의에 벗어난 행동이었죠.

그러나 후진타오 주석은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외교적으로 잘 응수했죠. 대신 그는 미국방문을 마친 직후 곧 바로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로 날아갔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극진한 국빈대접을 받고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협박이 안 먹힌다는 뜻이죠.

잘 알다시피 사우디는 중동에서 미국의 오랜 맹방이고 정치·경제·군사전략적으로 가장 예민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바로 그곳 사우디를 들어간 것입니다. 그리고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국의 이해를 관철시킨 것이죠.

요즘 국제관계는 마치 마피아 조직을 연상케 합니다. 미국이 일종의 마피아 대부(godfather)라면 요즘에는 산하 마피아 조직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아 대부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frustrating)입니다. 보스(Boss)인 대부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죠.

여하튼 미국 국민의 다수는 미국이 국제분쟁에 개입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종의 중립국가(neutralist state) 입장이죠. 대신 분쟁의 해결은 유엔조직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현재 유엔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veto power )제도도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유럽연합, 중남미 통합 등 지역통합을 기초로 진정한 독립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날이 갈수록 미국의 제국적 지위와 질서에 도전할 것이며 새로운 미래세계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 촘스키 교수와 필자 ⓒ프레시안

▶ 인터뷰 후기

촘스키 교수의 부인은 몇 년째 암투병중이다. 주치의는 "이미 작고하고도 남았을 정도로 부인의 병세가 위독하다"고 한다. 그래서 작년 말에는 "부인이 작고했다"는 오보도 있었다. 그 때문에 촘스키 교수의 한국 방문은 지난 1월에서 내년 5월로 연기되었다.

촘스키의 부인은 24시간 간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위독하다. 간호는 촘스키 교수의 가장 중요한 일과 중하나다. 그래서 이번 만남에서도 우리는 결국 한국 방문 날짜가 내년 5월이라는 것 외에 다른 것을 결정하지 못했다.

촘스키 교수는 필자와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내와 60년을 살았는데 요 몇 년 몹시 어렵지만 우리는 좋은 기억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아내를 간병해야 하는 처지라 아무 곳도 못 가지만 인생을 살면서 때로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때인 것 같습니다.

아내가 마지막 숨을 다하기까지는 나는 모든 해외여행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라도 내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될 때 한국 방문은 내게 가장 최우선(top priority)의 해외여행 계획입니다. 상황이 허락될 때 가능한 바로 한국을 방문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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