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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피랍선원들, 해적 구타에 '차라리 죽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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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피랍선원들, 해적 구타에 '차라리 죽여달라'

150일째 억류…선주, 정부 처사에 '분통'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납치된 마부노 1,2호의 한국선원 4명이 11일로 억류 150일째를 맞았다.
  
  한석호(40) 선장과 이송렬(47) 총기관감독, 조문갑(54) 기관장, 양칠태(55) 기관장 및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및 인도 선원 등 모두 24명이 승선한 이 배는 지난 5월 15일 예멘을 향하다 소말리아 해안에서 210마일 떨어진 수역에서 해적들에 의해 납치됐다.
  
  선원들은 현재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북쪽으로 400㎞ 떨어진 어촌 하라데레 앞바다에서 해적에 의해 인질로 붙잡혀 있으면서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피랍자 구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선주 혼자 동분서주
  
  해적들이 요구하는 것은 선원들에 대한 '몸값'이다. 그러나 선주인 안현수 씨에 따르면 현재 몸값 협상은 사실상 타결됐다. 문제는 안 씨가 가진 돈의 전부가 10만 달러 밖에 되지 않아 합의금을 다 지불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다는 것이다.
  
  안 씨는 나머지 돈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추후 자신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라도 선원들을 구해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테러단체에 몸값을 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몸값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안 씨는 <프레시안>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남의 나라 재건을 위해 군대를 파견하고 물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나라가 자국민 보호는 소홀히 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마부노호 피랍 당시 탄자니아에서 거주하던 안 씨는 다음날 케냐 나이로비로 건너가 현재까지 소말리아 해적들과 직접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안씨는 9일 낮 12시(한국시간 오후 6시)에 나이로비 주재 대사관측과 만남을 가졌지만 외교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고 했다. 안 씨는 외교부에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답해 왔다고 전했다.
  
  안 씨는 "피랍 한 달이 넘은 6월 23일에야 외교부 직원들이 케냐에 왔다"며 "정부 행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심하다"고 개탄했다.
  
  그는 지난 4일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 앞으로 호소문을 발송했고, 8일에는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보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 고갈…구타한 해적들에게 음식 구걸
  
  정부가 명분만을 내세워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피랍 선원들의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어가고 있다.
  
  안 씨는 "지난 9월 중순께 해적들이 선원에게 폭행을 가해 일부가 고막이 터지고 이가 부러졌다"며 "해적들이 총을 쏘겠다고 해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까지 했다는데 아직까지는 무사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적들은 선원들을 하라데레 육지로 데려가 폭행한 뒤 다시 앞바다에 묘박(錨泊)하고 있는 마부노 호로 복귀시킨 상태다.
  
  선원들의 식량 부족도 참담한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안 씨는 피랍 생활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음식이 이미 다 소진됐다며 그에 따라 선원들은 해적들로부터 음식을 "얻어먹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기간의 내전과 무정부 상태, 가뭄과 홍수로 인해 소말리아 전체가 식량부족을 겪는 상황에서 해적들이 인질들에게 제대로 음식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원들은 목숨을 연명하는 정도로 적은 양의 음식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한국인 4명은 그동안 해외에서 발생한 테러단체에 의해 납치 사건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억류생활을 하고 있다.
  
  안 씨는 "이번 일로 소말리아 주재 예멘 대사는 남의 나라 일이지만 도움을 주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며 "그러나 케냐 한국 대사관은 입만 벌리면 엄청난 노력을 한다고 하지만 정부의 도움은 요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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