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글쎄요, 그 분이 그때까지 후보로 뛰실까요?"
범여권 장외후보 문국현 후보는 11일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들의 후보 단일화 주장에 대해 "국민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국민들은 권력 나눠먹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신당 경선 후보들을 행해서는 "금도 있는 정치인으로 자신이 갈 길을 정해야 한다", "11월 말이 되면 아예 안 나타나실 수도 있다" 등의 말로 '자진 양보'를 압박했다.
"편한 길 간 사람들이 힘든 길 간 사람 나무래"
문 후보는 이날 출입 기자단 오찬에서 "정치인은 누구든 책임지는 모습, 희생하는 모습이 있어야 나중에 재기도 가능하다"며 오히려 신당 후보들의 '결단'을 촉구하는 모습이었다.
신당 후보들로 단일화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분들이 국민들을 너무 실망시키신 것 같다"는 말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중소기업을 위기로 몰아넣은 것,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 등에 대한 반성을 하시면 모를까 현 상태라면 나는 국민이 원하는 길로 가겠다"고도 했다.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자꾸 가라앉지 않냐. 내려가는 지지율을 굳이 올라가는 여론과 비교해선 안 된다"는 언중에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지율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당 반사이익만 노린다는 비판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자 문 후보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문 후보는 "처음에 정치에 나올 때 자기네 지분을 준다고 했지만 거부를 했는데 그때 거부하는 것이 어려운 길이었고 함께 가는 것이 무임승차였다"며 "나는 편한 길 안 가고 민심만 보고 옳은 길을 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나를 신문 방송에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고 보는데 그 유리벽을 뚫고 이 만큼 왔는데 편하게 간 사람들이 어렵게 간 사람에게 뭐라고 한다"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민노당의 기업관 염려스러워…공부 좀 더 해야"
마침 이날 단일화 제안을 한 당사자가 손 후보인지라 손 후보 개인에 대한 문 후보의 인상 비평도 나왔다.
문 후보는 "어느 당에서 3위 하신 분이 남의 당에서 1등 하실 수 있겠냐"며 "그 분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얘기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착한 분이지만 착한 심성과 민주화 운동한 경력만 갖고는 안 되는 시대"라며 "1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도 '센 공격'이 쏟아졌다. 문 후보는 "이 후보가 어쩌다가 회사 두개 만들었는데 하나는 부도 내고 하나는 사기 당했다"며 "국가를 사기당할 수 없지 않냐"고 말했다.
최근 쟁점이 된 이 후보의 교육공약에 대해서도 "95%를 버리고 5%로 가자는 생각"이라며 "특권층만을 위한 생각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교육을 세계 초일류로 만들어 놓고 자율화를 해야 하는데 이 후보는 자율화를 먼저 하자고 한다"며 "나는 교육을 초일류로 만들기 위해 교육 방법과, 연한, 커리큘럼 등을 국민 동의하에 다 바꿀 것이고 세부 정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이례적인 '쓴소리'를 했다. 최근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이 "이명박 후보의 유한킴벌리 버전일 뿐"이라며 문 후보의 '정체성'을 공격하면서 민노당과 문 후보 진영 간에는 긴장감이 형성돼 있는 상태다.
문 후보는 "민노당이 늘 약자 중의 약자인 근로자를 대변해 온 노고를 늘 감사해 하지만 기업에 대해 너무 모르고 국제 정세에 대해 너무 몰라 안타까운 게 많다"며 "유한과 같은 공익기업과, 이명박 씨가 있다가 망한 기업을 비교할 정도로 기업관이 없다면 염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민노당이 '증세 없는 복지'를 공격한 데 대해서도 "부패 때문에 수십조 낭비되는 예산을 줄여야지 세금을 왜 늘리냐"며 "그러니깐 민노당이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금을 늘리지 않고도 복지를 할 수 있는 경륜과 지혜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는 민노당·손학규 등 '동색(同色)'으로 분류되는 진영을 비판한 반면, 한나라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 시장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에 있지만 굉장히 진보적인 분"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오 시장과 문 후보는 환경운동을 하며 가까워진 사이로, 이날도 문 후보는 오 시장의 공공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한 데 대해 "조용히 아주 큰일을 하셨다"고 칭찬했다.
이날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신당을 탈당, 18대 불출마를 선언한 김영춘 의원에 대해서는 "좋게 보던 국회의원 분이 몸을 던지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살신성인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양화가 살아 남아야지 양화가 자기 희생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불출마는 처음이자 마지막 경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37억원 대 재산 공개…"'서민처럼' 보일 생각 없어" 한편, 문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작은 청문회-문국현을 검증한다'는 행사를 갖고 금융자산과 부동산, 스톡옵션, 보유주식, 기부금 내역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문 후보 측이 회계사 등을 통해 산출한 재산 보유액은 강남구 도곡동 50평대 아파트(공시지가 기준 19억 원)와 경기도 이천 전원주택, 제주도 농지 등 부동산 21억 원을 포함, 총 137억여 원(추정액 기준)대로 집계됐다. 재산보유액 기준으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331억 원에 이어 대선주자 가운데 2위에 랭크됐다. 이중 이천의 전원주택은 친구 5명과 함께 공동으로 구입한 것이며, 제주도 땅은 용도가 농지여서 명의이전이 아직 안됐으나 '자연환경국민신탁'에 기부절차를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의 재산은 대부분 예금과 스톡옵션 등 유가 증권이 차지했다. 문 후보는 지난 8월 유한킴벌리 사장직에서 퇴임하면서 일부 스톡옵션을 포함, 42억 원의 퇴직금을 받았으며, 지난 5년간 소득액은 46억 원, 세금 납부액은 15억 원, 기부금 납부액은 12억 원을 기록했다. 문 후보는 자신의 재산에 대해 "깨끗한 돈이라 부담감이 없다"며 "직장인들이 열심히 하면 최고 연봉을 받으면서 이렇게 될 수 있구나 하는, 샐러리맨들에게는 희망의 소식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거주하고 있는 '도곡동 렉슬'이 기득권층이 사는 곳 아니냐"는 질문에는 선뜻 "맞는 말씀"이라고 답했다. 문 후보는 "원가는 7억 원 정도밖에 안 될 집이 집값이 워낙 오르다보니 20억 원 가까이 된 것"이라며 "집값이 왜 올라갔는지 같이 고민해서 내려야 할 일이지 그것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도곡동에 살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회사가 바로 옆이라 그 곳에 이사 간 것"이라며 "'서민처럼' 보일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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