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가 파병돼 있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에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터키가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쿠르드 반군 소탕을 위해 이라크 국경을 넘어 군사작전을 감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 정부는 9일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 주재 하에 3시간 동안 긴급 회의를 연 뒤 성명을 내고 쿠르드노동자당(PKK)의 테러 위협을 종식시키기 위해 의회에 군사작전 승인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터키군이 쿠르드족 게릴라 추적을 위해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해 이라크 국경을 넘는다면 1997년 이후 처음이다.
사실 터키 정부는 쿠르드 반군이 이라크 북부 지역을 근거지로 터키 국경을 넘어 민간인과 정부군을 살상한 뒤 도주하며 많은 피햬를 입혔다면서 이라크 국경을 넘어 작전을 벌일 계획을 여러 차례 천명해 왔다. PKK반군은 1984년 이후 터키 영토에서 자치권 확대를 위한 무력투쟁을 벌여 왔으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3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주에만 PKK 공격으로 27명 사망
하지만 그동안 터키 정부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강력한 제지와 이라크 정부의 반발을 의식해 실제 행동은 자제해 왔다.
이번에도 미국은 "일방적 침략은 적절한 해결 방법이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라크 내 쿠르드족 자치 정부도 터키의 군사 작전은 이라크 뿐 아니라 이 지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자제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터키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향후 이웃 국가에 있는 테러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법률적, 경제적, 정치적인 모든 준비와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터키 정부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지난 7일 이후에만 이라크 국경 인근에서 자국 병사 15명이 숨지는 등 PKK 게릴라의 소행으로 판단되는 테러공격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이라크 국경 인근인 시르나크에서 PKK의 습격을 받은 이 지역 관리와 경비대원 등 12명이 숨졌고, 지난 7일에는 같은 지역에서 터키군 13명이 PKK의 매복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어 8일에는 PKK가 설치한 부비트랩 폭탄이 터져 터키군 2명이 희생되는 등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테러리스트 잡겠다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까지 쫓아가면서… "
이에 따라 터키 국민들의 여론도 더 이상 군사작전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또한 친이슬람성향의 현 터키 정부는 터키 특유의 '세속주의'를 옹호해온 군부와 불편한 관계로, 군부는 야당과 국민 여론을 앞세워 정부를 강도높게 압박하고 있다.
의회의 승인만 떨어지면, 이미 수개월 전부터 병력을 집결시키고 월경을 준비해온 터키 군부는 즉각 이라크 국경을 넘어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전개할 태세다.
PKK의 테러 공격이 빈발하고 있는 터키 내의 시르나크의 경비대장 압불무탈립 하네단은 미국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을 잡겠다며 1만km나 떨어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까지 간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3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라크 북부에는 발도 못들여 넣고 있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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