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농부가 두 마리의 소를 몰며
쟁기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선비는 별 생각 없이
두 마리의 소 중에서
어떤 소가 더 힘이 세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농부는 하던 쟁기질을 멈추고 다가와
선비의 귀에다 대고는
가까이 있는 소가 더 힘이 세다고 했습니다.
선비는 왜 굳이 가까이 와서
귀에다 대고 소곤대듯이 말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농부가 대답했습니다.
"아무리 소라고 해도 사람의 마음과 같습니다.
이 소가 힘이 더 세고
저 소가 약하다고 하면
저 소가 서운하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정승 벼슬에 오른
조선의 황희((黃喜, 1363∼1452)가
젊은 시절에 겪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남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조심스레 귀에다 대고 소곤거린다는 의미의
'부이세어(附耳細語)'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농부의 신중한 행동에 깊은 감명을 받은 황희는
후에 벼슬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장점이나 단점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누가 남에 대해 말하는 것을 지켜보면
이야기의 대상보다는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인품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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