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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 속에서 뱀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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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 속에서 뱀을 보다

막시무스 - 동양의 지혜를 묻다 <39>

어떤 선비가 자기 집에 다니러 온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친구는
무슨 근심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말도 하지 않고
술도 마시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돌아간 친구로부터
한동안 소식이 없어 궁금해 하던 선비가
친구를 찾아갔더니
친구는 병이 나서 누워 있는 것이었습니다.
선비가 이유를 묻자 친구는
사실은 선비의 집에서 술을 마실 때
자신이 마시던 술잔 속에서 작은 뱀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는데
그 때문에 병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선비는 짚이는 바가 있어
친구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지난번과 똑같은 자리에 술상을 차려 놓고는
친구에게 술을 따르면서 물었습니다.
"오늘도 뱀이 보이는가?"
친구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선비는 벽에 걸려 있던 활을 내려놓으며
다시 물었습니다.
"지금도 뱀이 보이는가?"
물론 뱀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친구의 술잔에 보였던 뱀은
벽에 걸려 있던 활의 그림자였기 때문입니다.
자초지종을 알고 난 친구는
그 자리에서 병이 나았습니다.

중국 진(晉)나라의 악광(樂廣)이라는 선비와
그의 친구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술잔 속의 활 그림자를 뱀으로 보고 병이 났던
악광의 친구처럼
의심이나 착각을 사실로 믿고 걱정하는 경우를
'사영배궁(蛇影杯弓)'이라고 하는데요.
살면서 우리들이 걱정하는 일의 대부분은
'술잔에 비친 뱀'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실상을 알고 나면
그다지 두렵거나 무서울 까닭이 없는
그런 '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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