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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3대헌장기념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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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3대헌장기념탑이…"

[인터뷰] 정상회담 다녀온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2007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천 대표는 5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의 성과와 한계, 2007 남북정상선언을 바라보는 민노당의 시각 등에 대해 설명했다.

천 대표는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 민주당 이상렬 의원, 국민중심당 김낙성 의원과 함께 정당에 배분된 특별수행원으로 이번 정상회담에 참여했다.

다음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 이번이 세 번째 방북이라는데, 과거에 비해 어떤 차이가 있었나?

"2001년 8월 8.15민족축전에 남측 각계각층 인사들과 처음 방문했었고, 그 다음이 2005년 조선사회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간의 공식 교류로 초청을 받아 갔던 것이어서 방북의 성격 자체가 달랐다. 이번에는 일정도 짧았고 모든 초점이 정상회담에 맞춰져 있어 다른 여유가 없었다."
▲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천영세 의원실 제공

- 평양 시민들의 표정은 어땠나?

"이전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밝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2001년에는 평양 시내에서도 밤만 되면 전체 도시가 완전한 암흑이었다. 전력사정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상당히 밝아 졌다. 전력사정이 획기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는 실제 거리나 마을에 있는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긴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마지막 날 남포 서해갑문을 방문해서 출근하는 주민들을 많이 만났다. 굉장히 활기찬 느낌이었다."

- 경제적 여건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나?

"일단 그쪽 사람들도 고난의 행군은 끝났다고 한다. 물론 올해 수해를 입어 어려움도 있지만…. 개성에서 사리원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가는 그쪽은 상대적으로 비 피해가 적었던 것 같다. 우선 주변에 추수를 시작하는 곳도 있던데 일부는 벼가 누워있는 곳도 있더라. 그러나 어쨌든 전체적으로 나아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를 두고 말들이 많다. 실제로 보니 어땠나?

"개인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회담 과정에서 환영대회장에서 특별 수행원들과 접견한 것도 파격적인 일이었다. 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7년의 시간이 지난 만큼 조금 늙은 것뿐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 날 김 위원장이 주최한 환송오찬에서도 김 위원장은 포도주를 직접 고르기도 하고, 술도 꽤 들었다. 이야기도 굉장히 활발하게 한다는 느낌이었다. 악수를 할 때는 상당한 악력이 느껴지더라.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2001년 방북 때와 비교됐다. 당시에는 3대헌장 기념탑에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남북 간 굉장한 실랑이가 있었다. 또 방북을 마친 뒤 방북했던 인사들이 국가보안법으로 실형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념탑에서 환영행사를 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남쪽에서 낸 방북 자료에도 '가볼만한 곳'이라면서 관광지 안내하듯 기념탑을 소개하고 있었다. '아, 이렇게 바뀌는 것이구나', '역사가 진전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 감회가 새로웠다.

양 정상의 서로에 대한 배려도 돋보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특히 강조한 부분이 바로 '상호 신뢰'였다. 우리는 경제협력, 개혁개방을 쉽게 이야기하는데 북한 사람들은 그 용어와 개념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남쪽에선 이번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굉장히 강조했다. 나중엔 두 정상이 상당히 깊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확인했다고 본다. 양 정상의 성격도 그렇지만 대화도 깊이 있고 화통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대선 전 정상회담이 남남갈등을 분출시킬 수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남북문제 둘러싼 남남갈등은 사실 끝없는 갈등의 소재였다. 그러나 이런 민족사적 대전환, 민족의 평화와 공동번영과 통일이라는 전략적 과제 앞에 이러저러한 잣대로 저울질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물론 공과에 대한 평가는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한다고 해도 그렇게 심각한 갈등이 표출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 환송행사에서 특별수행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 이번 정상회담이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세력에 따른 유·불리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민족의 이익과 한반도 평화 이상의 가치가 무엇이겠나. 거기에 다 귀속돼야 한다. 왜 대선을 앞둔 시점이냐는 등 의혹과 억측을 만들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하든, 한반도의 번영과 통일이라고 하는 민족사적 과제는 외면하지 못 한다. 그것을 외면하는 것이 오히려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 한나라당이 "북핵 폐기 없는 종전선언은 자제하라"는 공식 입장을 내 놨다. 어떻게 평가하나?

"한나라당은 핵 폐기가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는 북핵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는 합의문에도 드러나 있지 않은가.

3일 회담 현장에도 김정일 위원장이 6자회담 대표인 김계관 부상을 직접 불러 회담 결과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들었다고 한다. 이것도 파격이지 않은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선언적이기는 하지만 이미 19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다. 비핵화 과정 자체는 또 국제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6자회담에서도 지난 9.19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2단계 조치를 합의해 냈다. 북쪽에선 이번 회담 전반에 당과 내각, 군의 핵심 실세들이 모두 참석했다. 비핵화와 함께 이번 양국 정상 간의 합의를 실현하는 데 있어 북한의 실현의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 김정일 위원장이 정상회담 일정을 하루 늦추자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명확하게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지만 정황으로 볼 때 촉박한 일정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일정이 2일부터 3일 동안이었다. 정상회담이 있었던 3일 옥류관에서 점심을 먹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 수행원들이 있는 자리에 와서 오전 회담이 빡빡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더라. 그리고 오후에 다시 회담에 들어갔다."

- 회담 자체가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 이번에 남쪽에서 준비해간 것이 워낙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북측이 상당히 받아들이기에 갑갑했던 모양이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의제들이 하나하나 다 민감한 부분이었다. 토론도 하고, 논의를 해야 하는데 제한된 일정 속에서 소화가 어려워 그런 제안이 나왔던 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결국 원래 일정대로 하기로 북측이 수용을 한 것은 내 놓은 의제에 대한 해법이 비교적 쉽게 나오기도 했을 뿐더러 향후 논의의 통로가 열렸다는 점 때문이라고 본다.

합의문을 보면 정상의 수시회담 내용이 있다. 장관급 회담도 총리급으로 격상됐고, 경제협력 부분에 있어서도 경제부총리가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제기될 새로운 과제나 의제에 대해선 총리급에서 수시로 만나 논의해도 되기 때문에 쏟아놓은 의제들은 차후 회담으로 해결해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북측에서 수용한 것으로 본다.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도 일정의 연기는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겠나.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회담인데 하루를 연장한다는 것은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 천영세 원내대표 ⓒ천영세 의원실 제공

- 7년 만의 정상회담, 그 의미와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금 북미관계와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정세가 급진전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속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의미는 남달리 크다고 생각한다. 7년 전 6.15공동선언이 그야말로 선언적인 차원이었다면 이번엔 구체적으로 한반도 평화, 민족 공동의 번영과 화해,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다방면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본다. 명실상부한 평화회담, 경제회담, 통일회담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평화회담으로서의 내용도 충분히 갖추고 있고, 남북의 경제 공동체 구성을 위한 밑돌도 확실히 놓은 회담이라고 본다."

- 한계가 있다면 무엇일까?

"한계라기 보단 통일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이 아쉬운 지점이다. 6.15선언에 담긴 통일방안을 계승하고 그 진전을 위한 구체적 논의, 그를 위한 기구의 설치 등의 논의는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이번 회담에서는 실제로 이뤄지기 쉽지 않았던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통일지향적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한다든지 하는 내용을 담아 그 방향은 제시했다고 본다. 평화와 통일과 경제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묶음으로,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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