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후보가 5일 경선 일정을 변경하겠다는 지도부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경선에 복귀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파행 위기로 치달았던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조만간 정상화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측은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 명부 공개와 일부 지도부 교체 등을 요구하고 나서 경선을 파국으로 몰아갔던 갈등은 쉽사리 진화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동영을 구태정치로 몰아넣는데 분노"
정 후보는 이날 여의도 자신의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을 위해 다시 한 번 나를 버리겠다"며 "당의 결정을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말로 예정돼 있었던 지역 경선을 14일 하루에 몰아 '원샷 경선'으로 치르기로 한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키로 결정한 것이다.
정 후보는 "경선 판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대의와 원칙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큰 원칙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다"며 "그러나 여기 망설이고 주저했을 때는 공멸할 것이라는 절박한 위기감이 나를 결단하도록 몰아세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자신의 "대승적 결단"을 강조하면서도 경선 일정 변경을 요구한 이해찬·손학규 후보와 이를 결정한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까지 감추지는 않았다.
정 후보는 특히 "정동영과 정동영 캠프를 구태정치로 몰아넣고 있는데 분노한다"며 다른 후보들의 불법 선거 의혹을 강하게 비판했다. "광주시청 청사에서 공무원들을 동원해 불법선거를 한 관권선거", "경기도 군포시를 비롯해 광역 범위에서 금품을 지급한 금권선거", "전직 장차관과 공기업 임원 등을 동원한 신종 관권선거" 등 상대진영을 향해 자신들이 제기한 의혹을 일일이 열거하며 "용납할 수 없는 구악선거", "한나라당에 있을 법한 선거" 등의 말로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명의도용 문제 등 자신 진영의 불법 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지지자들이 과열 경쟁 와중에 과잉경쟁으로 빚어진 실수"라며 캠프와의 연관 가능성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모바일 선거인단 공개해야"
이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밝힌 요구사항에는 선거에 복귀하면서도 당 지도부의 선거 관리 능력을 믿지 못하는 정 후보 캠프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박명광 선대본부장은 △네거티브 선거 중단을 위한 특단의 대책 △남은 8개 지역 선거인단에 대한 즉각적인 전수 조사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명부 공개 △13가지 불법선거운동사례에 대한 철저 조사 △당직자의 중립성과 공정성 훼손에 대한 재발방지책 등 다섯 가지 요구 사항을 밝혔다.
이 중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명부 공개'는 열흘 여 남은 경선 가도에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10만 여명 가까지 모집된 모바일 선거인단 중 상당수가 특정 후보 진영에서 동원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새로운 불법 모집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박 본부장은 "경선일정에 대한 지도부의 결정은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면서도 "그러나 공정선거를 위해 최소한의 여건은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해 당 지도부에 계속적으로 요구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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