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화면에 잡힌 평양 곳곳의 모습들은 남쪽에 있어도 전혀 낯설지 않을 정도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접근해 있어 눈길을 끈다.
권양숙 여사가 2일 방문한 인민대학습당에서는 어학실습 시설을 갖춘 강의실에서 헤드셋을 쓰고 영어 듣기와 쓰기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별수행원들이 참관한 김책공대 전자도서관에서는 컴퓨터 모니터의 동화상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북한의 학생들은 어떻게 영어공부를 하느냐는 질문에 "반복이 최고"라고 말해 남북한 구분없이 어학공부의 왕도는 반복학습임을 보여줬다.
한 고위층 탈북자는 "과거에도 북한에서 영어공부가 강조됐지만 주로 읽기와 쓰기공부에 집중됐으나 최근엔 듣기와 말하기 같은 살아있는 외국어 공부가 대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 공부와 더불어 컴퓨터도 북한의 세계적 흐름에 대한 합류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
김책공대의 전자도서관에는 420대의 컴퓨터가 설치돼 있고, 200만권의 일반도서와 1천150만건의 전자도서가 비치돼 있어 학교 내부에서는 물론, 랜선이 연결된 다른 기관에서도 컴퓨터 접속이 가능하며 가정에서도 전화선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에서도 이제 학습을 위해 컴퓨터가 필수불가결한 시대가 훌쩍 다가왔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거리에 늘어선 평양시민들과 꽃을 건네는 북측 처녀들의 모습에서도 세련된 패션감각이 느껴진다.
북한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칙칙한 색감의 옷들이 사라지고 흰색, 연분홍색, 노란색 등 밝은 계열의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성 환영인파들의 모습에서 북한 주민들도 다양성을 경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꽃을 건넨 북측 처녀들은 아이섀도를 바른 진한 화장과 서구적인 외모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2000년 정상회담 때만 해도 북측 참가자의 많은 수가 더블 정장을 입고 있었으나 이제는 쓰리버튼 재킷의 정장이 대세가 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도 많이 변화하고 국제사회의 흐름을 따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외부와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북측의 변화도 빨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근접경호를 펼치고 있는 북측 경호원의 모습도 2000년 정상회담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군복차림에 가죽끈과 가죽케이스에 꽂힌 권총을 차고 커다란 군모를 쓴 채 경호원임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고 다니던 촌스러움을 이번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말쑥한 수트에 흰색 와이셔츠, 귀에는 리시버를 꽂은 모습이 영화 '보디가드'에 나오는 캐빈 코스트너같은 경호원을 연상케 했다.
대통령의 차를 둘러싸고 경호를 벌이는 북측 경호원들은 가슴에 달린 '김일성 초상휘장'만 뗀다면 남측 경호원들과 구분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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