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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가는 길 600리 '한 때 비오다 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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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가는 길 600리 '한 때 비오다 갬'

[정상회담] 청와대서 평양 북부 4·25문화회관까지의 4시간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2일 북한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가는 길 600리를 따라가 보자.

이날 오전 9시 5분, 군사분계선(MDL)을 식별하기 위해 새로 만든 폭 60cm 가량의 노란색 선을 잠시 내려다본 뒤 성큼 걸어 넘어간 노 대통령은 곧바로 차량번호 '07누 1371' 벤츠 승용차에 다시 탑승했다.

9시 10분 군사분계선을 뒤로하고 달리기 시작한 대통령의 차량은 북측 통문과 출입사무소(CIQ) 등을 지나 남북 경협의 현장인 개성공단 지역에 들어섰다.
▲ 노무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개성-평양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북한군 서너명이 서성거리던 CIQ 주변과는 달리 개성공단 부근에는 공단에 근무하는 남측 노동자 수백명이 연도에 나와 한반도기를 흔들며 대통령 일행을 환영했다. 이들 중에는 북측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이따금 눈에 띄었다.

차량 행렬은 이어 개성-평양간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개성 시내를 관통했다. 개성 시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인도를 걸어가는 모습이었고, 시내를 통과하는 낯선 차량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 가던 길을 재촉했다.

평소에도 차량 통행이 눈에 띌 정도로 적은 개성 시내는 노 대통령의 통과에 맞춰 차량 통제를 실시한 듯 했지만, 주민들의 통행은 통제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소식은 도착 직후 텔레비전을 통해 공개된 것으로 보아, 개성 시민들은 차에 타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한복을 차려 입고 지나가며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 노무현 대통령의 차량 행렬에 손을 흔드는 개성 시민들 ⓒ청와대 사진기자단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상공에는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뜻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차창에는 이내 빗방울이 맺혔다.

개성 시내를 지난 차량은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는 양암굴, 홍일굴, 계정굴 등 터널이 간간이 나타났다. 1992년 개통 이후 보수공사를 계속 해 왔지만 아스팔트 부족으로 노면이 고르지 못했고 특히 최근 수해 때문인지 아스팔트를 새로 깐 구간이 이따금씩 나타났다. 그러나 차가 속도를 내는 데에는 큰 지장은 없어 보였다. 비도 그쳤다.

대통령의 차량은 경관이 수려한 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다가 평양까지 86km 남은 지점에 위치한 수곡휴게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까지 마중을 나온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다시 만나 가벼운 환담을 나누며 2층 휴게실로 걸어 올라갔다.
▲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수곡휴게소에서 북측접대원들이 남측 수행원들에게 단물을 서비스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휴게실 소파에 잠시 앉아 다과를 나눈 노 대통령은 휴게소 옆 옥류민예전시관 있는 그림을 보기도 하고, 창밖의 경관을 내다보기도 하며 최 부부장에게 말을 걸었다.

"어릴 때에는 이런 산, 고향 뒷산에서 뛰놀고 소도 몰고 들어갔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향 뒷산 같은 경우도 숲이 많이 울창해져서 하늘도 안 보이니 재미가 없다. 울창한 숲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마을 가까운 숲은 낮아야 하고, 큰 나무는 듬성듬성 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산에서 따고 뜯고 캐고 잡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면서 근린 생태 숲이란 개념을 메모하면서 왔다."

노 대통령은 그러다가 최 부부장을 향해 "나도 현장지도 합니다"라고 농담을 건넸고, 수행원인 임상규 농림부장관에게 "새로운 개념의 숲을 구상하고 설계해 보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최 부부장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북한 산천이나 휴게소 전시실의 북한 그림 등에 대해 웃으며 설명했다. 최 부부장은 김만복 국정원장 등과 귓속말을 나누고 다른 남측 수행원들과도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며 '실세 대남통'임을 과시했다.

다시 휴게소 주차장으로 내려온 노 대통령은 최 부부장 등과 기념사진을 촬영을 하고 휴게소 소장을 불러 또 한 번 사진을 찍었다.
▲ 노무현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일 낮 무개차를 타고 평양시내를 달리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 대통령이 다시 탑승한 차량은 40분여 지난 후 평양 시내에 들어섰다. 김영남 최고 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이 기다리고 있는 인민문화궁전에 도착하기 전에도 평양 시민들은 노 대통령의 차량을 알아차리고 일제히 손을 흔들었다. 평양에서도 시민들의 통행은 통제하지 않았다.

군사분계선을 떠난지 2시간 40분 후인 11시 40분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난 노 대통령은 오픈카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다리고 있는 4.25문화회관으로 향했다.

카퍼레이드 행렬은 보통문을 지나 오전 11시 50분쯤 종로네거리에서 좌회전 한 뒤 만수대의사당과 아동백화점, 김일성 주석의 동상이 있는 만수대, 모란봉 공원, 천리마 동상, 지하철 개선역을 거쳐 11시 57분쯤 개선문을 통과했다.

이어 한국전 당시 중국군의 참전을 기념하는 조.중(북중)우의탑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고 적힌 영생탑 앞 길을 지나 4·25문화회관 앞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은 12시 정각.

청와대를 출발한지 꼭 4시간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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