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최대 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버마 군사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져가면서 비난의 불똥이 중국으로 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이웃 나라의 군사정권을 지원하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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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력 수출시장이자 에너지 수송 통로
중국 정부는 다른 나라의 내정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버마 사태에 대해서도 사실상 침묵을 지켜왔다.
다만 외교부의 장위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언제나 (타국 내정에 대한) 불간섭 정책을 취해오고 있다"라고 전제하면서 "이웃 나라로서 중국은 미얀마(버마의 국호)의 안정과 경제발전을 바란다"라며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그는 이어 "미얀마의 안정은 미안마의 이익이자 국제사회의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이 불간섭 원칙을 명분으로 원칙적인 입장 표명에 그친 것은 버마와의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버마 군사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나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피해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마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우선 중국이 해외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는데 있어 버마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버마 정부와의 협력 하에 윈난성(雲南城)에서 시작해 버마의 서부 해안인 아라칸 지역에 이르는 송유관 공사를 하고 있다. 총연장 2380km에 이르는 이 송유관이 완공될 경우 중국은 중동,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수출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인도양을 거쳐 곧바로 본토로 수송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이 외에도 중국은 버마 군사정부가 들어선 후 지난 10~20년 동안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버마에 제조품 수출기지 역할을 하면서 군사정부의 중요한 파트너가 되어 왔다.
홍콩에 본부를 둔 '아시아인권위원회'의 대변인은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버마 거리를 걷다 보면 특히 북부 지역에서 중국산 제품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중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중국의 대 버마 수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급증해 9억64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버마는 공산품 외에도 원자재와 목재, 금속 등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또 국제 인권단체인 '어스라이츠 인터내셔날(EarthRights International)'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을 뿌리로 두고 있는 26개 다국적 기업들이 버마 내 62개 주요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인권위원회'는 특히 중국이 버마 정부에 무기를 판매하고 있어 군사독재를 지탱하는 무력을 제공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중국은 지난 1월 버마 군사정부를 비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버마 안정 원하는 속내는?
그렇다고 중국이 버마의 군사정부를 무조건 두둔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 몇 개월 동안 버마의 개혁을 위해 적잖은 행동을 해왔다.
일례로 지난 6월 중국은 미국과 버마의 대표들이 참석하는 비공식 '3자 회담'을 베이징에서 개최했다.
이어 탕자쉬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이달 초 베이징을 방문한 유 니안 윈 버마 외교장관에게 "중국은 미얀가 적합한 민주주의적 과정을 추진하는 것을 진심으로 원한다"며 "내정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문제점들을 적절하게 해결하며 국가적 화해를 적극 모색하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같은 태도는 버마에 대한 적극적인 압력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BBC>는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자신들의 대외 정책에 대한 해외의 비판에 극도로 민감하다며, 정치적 반대자를 폭력적으로 탄압하는 버마 정권을 뒷받침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고 신중하다고 전했다.
'아시아인권위원회'의 대변인은 중국이 이웃 나라의 안정을 원하는 것은 중국 기업들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군사정부 통금령 불구 시위대는 더 늘어
한편 군사정부의 야간통행과 집회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승려들이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 수백명은 26일 9일째 가두행진을 시작했고, 시위대 숫자가 늘고 있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이날 보도했다.
승려와 시민 수백여명은 이날 오후부터 양곤의 상징적인 불탑(佛塔)인 쉐다곤 파고다 주변으로 몰려들었으며 무장한 군 병력은 이곳으로 통하는 길목 4곳에 철조망을 두르고 시위대의 접근을 막았다.
쉐다곤 파고다는 1988년 3천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8888 민주화 운동' 당시 시위의 중심지였으며 최근 승려들이 이끌고 있는 반정부 가두행진의 출발지가 되어 왔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경고사격을 하고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방패와 경찰봉을 무자비하게 휘둘러 승려와 시민 등 수명이 부상했다.
승려들이 이끄는 시위대는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불구하고 쉐다곤 파고다에서 가두행진을 시작했으며 양곤 시내 다른 곳에서도 시위대들이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한 승려 지도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가두행진을 계속할 것"이라며 "충돌이 예상되지만 우리는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윈 나잉과 유명 코미디언인 자가나는 수일 전 쉐다곤 파고다에서 시위대를 이끈 승려들에게 음식과 물을 대접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날 시위현장에서도 수십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버마 군정은 이날 0시를 기해 옛 수도인 양곤과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 각각 60일간의 통금령과 5인 이상의 집회 금지령을 내렸다. 야간 통행금지 조치는 현지 시각으로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어지게 된다.
버마 군정은 또 전날 국영 방송을 통해 승려들이 반정부 가두시위를 자제하지 않을 경우 강제진압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버마는 국호를 버마연방(Union of Burma)으로 정해 사용했으나 1988년 집권한 군사정부는 이듬해 국호를 미얀마(Union of Myanmar)로 바뀌었다. 그러나 버마 내 민주화 운동 세력과 국제사회(언론)은 군사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정식 국호인 미얀마 대신 버마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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