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예정된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선출 경선의 최대 승부처인 광주·전남 선거를 앞두고 각 진영이 호남 민심 잡기에 주력해 온 가운데, 민주당 탈당파 8인이 손학규 후보를 지지키로 뜻을 모았다는 발언이 나와 연휴 기간 동안 선거판을 출렁이게 했다. 민주당 탈당파가 광주·전남에 적잖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손 후보 측은 이 발언을 '세몰이'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는 반면, 정동영·이해찬 후보 측은 이 같은 기류에 반발하며 표심에 미칠 영향을 적극 차단하고 나섰다.
민주당 탈당파 8명, 손학규 지지?
논란의 발언을 한 당사자는 이낙연 대변인이었다. 이 대변인은 지난 24일 전남 영광군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한 손 후보에게 "적어도 이번 경선 과정에서는 손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우리의 명분에 맞다는 것이 8명의 합치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8인 모임이란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과정에 참여한 인사들로 이 의원을 비롯, 김효석 원내대표,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 신중식, 채일병 의원, 정균환 최고위원,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 등을 말한다.
이 대변인이 자신의 지역구를 방문한 손 후보에게 '격려' 차원에서 한 말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것은 손 후보 측이었다. 손 후보 측은 이 같은 발언을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했다가 10여 분 만에 다시 "자원봉사자들의 실수였다"며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이 대변인 역시 논란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모임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키로 한 것은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다른 탈당파들 역시 "8인 모임은 신당 창당 이후 해체된 것"(김효석 원내대표) 등의 말로 특정 후보 지지 사실을 부인했다.
중진 5인도 손학규 지지?
그러나 발언 당사자의 해명으로 진정돼 가던 논란에 다시 기름을 끼얹은 것은 손 후보 측이었다.
우상호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을 탈당한 8명의 인사들이 왜 호남 출신인 정동영 후보가 아닌 손 후보에게 우호적인가 하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8인 모인의 손학규 지지'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 대변인의 발언이 공개된 것을 자체를 두고도 당 내에서는 손 후보 측의 '의도된 실수'라는 해석이 적잖았다.
우 대변인은 "민주당 출신의 당원과 주요 국회의원들은 정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후보 단일화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 출신들은 분당의 아픔을 씻지 못했고 그에 대한 감정도 씻지 못해 정 후보가 됐을 때 원만하게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다른 후보 진영에서 이 대변인의 당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을 활용하거나 다른 지역에 가서 손 후보 선거 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역에서 주요 당직자들을 모아놓고 한 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거 중립을 운운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이 대변인을 감쌌다.
우 대변인은 또 "지난 21일 한 자리에 모였던 김원기, 문희상, 정대철, 김근태, 유인태 등 신당 중진 5인이 손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 모임의 대변인 격인 정대철 전 의원이 "당 지도부는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조직 동원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손 후보에 대한 격려와 힘찬 응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손 후보 측에 전해왔다는 것.
이에 우 대변인은 "광주·전남, 부산·경남 4연전을 앞두고 민주당 출신 의원들과 당을 이끌어 온 중진 의원들이 연이어 손 후보에 대한 응원과 지지 의사를 밝혀온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 손 후보를 후보로 만들어야 한다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충정을 선거인단이 충분히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鄭측 "'허위사실 유포'는 선거법 위반"
손 후보 측의 이 같은 '세몰이'에 정 후보 측은 "꼼수정치"라며 맹공을 가했다.
전남·광주 지역에선 정 후보가 간발 차 선두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손 후보가 추격세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 양 후보 측이 연휴 동안 파악한 공통된 판세 진단이다. 선두 다툼이 치열한 만큼 오고 가는 공방전에도 화력이 붙고 있다.
문학진 공동선대본부장은 "손 후보 측은 8인 모임의 지지 표명이 알려진 것을 실무자의 착오라고 변명하더니 지역에서는 '8인 모임이 손학규 지지를 결의했다'는 문자메시지를 유포하고 있다"며 "허위 사실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발송한 것은 이중 선거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문 본부장은 또 "비겁하기 짝이 없는 수법"이라며 "이런 식의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이 새로운 정치를 위해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대통합신당에 합류한 손 후보의 진정성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웅래 대변인 역시 "손 후보가 캠프를 해체한다더니 이번에는 '지도부가 지지 선언했다'며 없는 얘기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며 "손 후보가 무슨 수를 쓰든 간에 민주진영 후보로서의 정체성이 불투명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서는 호남 표를 얻긴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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