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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귀로에 걸릴 현수막에 감동이 담기려면

[정상회담 전망과 과제] ⑧ 解冤 이룰 합의가 우선

남북정상회담 자체를 놓고 보면 국민들이나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남북관계에서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구조는 형성되지 않았고, 특히 국민들 수준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구경꾼이면 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정상회담 자체가 아니라 그 회담을 성사시킨 '구조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시민사회와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고 중요한 역할이 있음을 알게 된다.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국민과 함께하는 정상회담'이라고 화두를 먼저 던진 것은 적절했다. 그것은 향후의 남북관계에서 남측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는 저간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북측 지역의 경제 중 상당 부분은 이미 남측이 책임지고 있다. 그것은 주로 쌀과 비료로 대표되는 식량분야다. 원래 분단되기 전에도 그랬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 의존도를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공업 분야까지 북의 대남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지만,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남측의 공업 수준을 북측이 회피할 이유는 없다. 이처럼 현재의 남북 경제관계에서 남측은 큰집, 북측은 작은집으로 볼 수 있는데, 작은집은 무척 어려고 힘들다. 작은집을 제대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큰집 내에서 반대가 없어야 하는데 '국민과 함께하는 정상회담'이 적절한 목표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반대를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김대중 대통령을 환영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무엇이 국민들의 마음에 위로를 줄까?

2000년 1차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목에 걸린 현수막 하나가 생각난다. '대통령님, 이산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찡하다. 정부라는 게 그렇다. 국민들의 해원을 풀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심이 통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국민들에게 맺혀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하며, 원망이 있는 곳을 어루만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1차 정상회담 때도 그랬지만 이산가족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역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명절 때에나 하는 100명 단위의 상봉이나 가끔씩 하는 화상상봉으로는 안 된다. 한 번 상봉하면 그것으로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지금의 구조도 잔인하다. 면회소도 면회소지만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고향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산가족 중 납북자 가족의 경우도, 귀환하지 않고 있는 10%의 남측 가족들의 슬픔을 어루만져야 한다. 그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족끼리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스스로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국민들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 대북불신을 초래하는 6.25전쟁의 상흔이 잘 해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생각해야 한다. 2005년 북은 국립현충원을 참배해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방법을 실행해 옮긴 적이 있다. 전쟁에서 다친 남측의 상이군경과 북측의 명예군인이 직접 만나는 일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안을 정말로 북이 받을 때, 진정어린 화해가 살아난다.

이제는 남남갈등이란 말을 익숙하게 입에 올리게 되었지만, 이 말이 탄생한 것은 불과 6년 전의 일이다. 2001년 '만경대 방명록 파문' 직후 평양에서 귀환하던 남측 민간대표단을 맞은 재향군인회 회원들의 항의 몸짓이 그 출발이었다. 그때 언론은 처음으로 남남갈등이란 말을 썼다.

남남갈등은 사회 집단 사이의 이해차이가 빚어내는 일반적 의미의 갈등이 아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사회갈등이었다면 사회발전 과정 속에서 녹여낼 수 있다. 그러나 남남갈등은 '남-남'으로 되어 있는 표현이 상징하듯이 '남-북'의 대비어다.

즉, 북측 문제에 대한 남측 사회 내부의 견해차가 갈등요소로 성장하고 발전해 온 현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남갈등의 본질은 역시 남북갈등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를 잘 풀어가면 남남갈등은 없어지는 것이다.

종교, 정당, 시민사회단체 공동회의를 운영하자

2004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위한 사회협약 기구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필자는 그해 12월 제4회 '정당·종교·시민사회단체 공동회의'를 열면서, 정부와 더불어 민족문제를 논의하는 틀을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던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자본과 노동 사이의 협약에 더욱 목을 매고 있었던 터라 그랬던지 민족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아 얘기가 잘 되지 않았다. 당시 참여연대는 '사회적 합의기구'인 남북관계발전위원회를 대통령 산하에 두자는 조항을 남북관계발전기본법에 명시하는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남-남' 대화틀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이 여러 곳에서 제기되어 온 셈이다.

이제 다시 정상회담을 전후한 남남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가칭 '종교정당시민사회단체공동회의' 같은 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종교, 정당, 시민사회단체라 하면 사회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일 수 있다. 이 때 보수와 진보가 '동거'하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틀을 원용하면 '끼리끼리'라는 오해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포괄범위의 대화틀을 최소한 16개 시도광역단위에 설치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시민사회는 앞으로 전면적으로 펼쳐질 남북관계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에 대한 자문과 견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부에 대해 그저 국민의 의견을 더 잘 수렴하라는 원론적인 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나서 의제를 발굴하고 사업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시민사회운동은 이미 대북 지원과 사회문화적 교류에서 남북 사회의 소통공간을 만들어 왔다. 이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지원 분야에서는 국제협력단의 사례를 원용해 대북 공적개발원조(ODA) 개념을 도입하고, 사회개발 분야를 민간이 맡을 준비를 해야 한다. 농업과 농촌, 축산 등 기초 산업과 생활 분야, 재생가능에너지, 보건의료, 산림 등 환경개선, 교육지원 등에서 전문성을 고양해야 한다.

사회문화교류에서도 통합적 설계를 준비해야 한다.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교사, 작가, 법조인, 학계, 방송인, 언론인, 문화예술인, 체육인, 종교인 등 다양한 계층과 분야에서의 교류가 향후의 남북관계 발전에 조응하도록 통합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시민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에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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