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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폐기를 동북아 평화구축의 시발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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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폐기를 동북아 평화구축의 시발점으로

한반도브리핑<67> 동북아 평화체제와 유럽의 경험

2005년 9월 19일에 발표된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동북아 평화체제의 구축을 의제로 설정하고 2007년 2월 13일 베이징 합의에서 이를 확인한 이후 동북아 평화체제에 대한 관심은 부쩍 높아졌다.
  
  다소 늦은 감은 있었지만,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단순히 비확산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동북아 냉전구도의 종식이라는 포괄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핵 문제 해결 이후에도 동북아 평화를 공고히 할 다자협력체제에 논의하게 된 것은 상당히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동서대립과 한반도의 분단으로 큰 고통을 겪었던 우리 민족으로서는 최근 조성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루고 동북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럽의 경험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유럽의 경험은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준다. 유럽의 지역협력에 관한 논의는 주로 유럽연합(EU)의 형성에 초점을 맞춰 전개되는 경향이 있으나, 실제로 유럽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는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 안보와 협력에 관한 회의(CSCE/OSCE)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949년에 결성된 나토는 집단안보의 기치 하에 공산진영의 팽창을 억지하는 것을 주 임무로 했지만, 유럽 평화의 정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역외국가인 미국의 '안정자' 역할을 수용하고 프랑스와 독일(서독)을 위시한 유럽 역내 국가간의 패권 경쟁을 제한한 것 또한 중요한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미국을 중심으로 다자안보협력체제를 공고히 함으로써 1차대전이나 2차대전 같은 대규모 전쟁이 유럽에서 재발할 가능성을 축소시킨 것이다.
  
  1980년대 말 유럽에서 공산주의권이 몰락함에 따라 나토가 상정한 '공동의 적'은 사라졌지만, 종족·종교 분쟁 등 새로운 위협이 가시화되고 역외국가의 안정자 역할 수행과 역내 국가간의 패권경쟁 제한이라는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나토가 계속 존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951년에 형성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효시로 하는 유럽연합은 프랑스와 독일간의 적극적인 화해 의지를 바탕으로 주로 경제 분야의 협력을 도모함으로써 서유럽의 결속력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안보에 초점을 맞춘 나토와는 다른 각도에서 역내 국가간의 패권 경쟁을 방지하고 통합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전정지 작업이 있었기에 1990년 유럽은 독일의 통일 문제를 유럽의 통합이라는 큰 틀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통일독일이라는 신생 강국을 한편으로는 포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통제하는 다자협력체제가 없었던 19세기 말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75년 헬싱키협정을 이끌어낸 CSCE는 동서진영이 안보딜레마의 함정에서 벗어나 평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동서진영은 서로 상대방을 괴멸시키고도 남을 핵과 재래식무기를 보유하는 상황에 이르자, 일방적으로 군비를 증강시키는 것은 상대방의 대응을 촉발해 불안감을 증폭시킬 뿐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공포의 균형'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서진영은 기존의 영토 경계선을 인정하고 군비통제를 추진하는 한편, 동서진영간의 경제·사회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합의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평화공존'이라는 명분하에 단순히 현 상황을 고착시키는 차원을 넘어 '접촉을 통한 변화'를 모색한 것이다. 지리적으로도 나토와 유럽연합이 주로 서유럽 지역에 한정된 데 반해 CSCE는 동서진영을 포괄하는 평화를 추구했다.
  
  결국 유럽의 경험을 보면 역외국가인 미국의 안정자 역할, 역내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의 적극적인 화해 의지, 그리고 안보·경제·인권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접근법이 평화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협력촉진자'로서 한국의 역할
  
  현재 동북아의 상황은 이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미국이 사실상 안정자의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다자협력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 다자협력체의 일원으로서 미국의 입지를 확고히 한 나토나 CSCE/OSCE같은 기구가 동북아에는 없는 것이다. 한국 및 일본과 양자동맹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미국은 동북아 또는 동아시아 다자협력체에서 자신이 배제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역내 강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적극적인 화해 의지가 그다지 보이지 않는 것도 유럽과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최근 그 추세가 완화되기는 했지만, 오히려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활용해 중국과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보·경제·인권을 포괄하는 다자협력이 이뤄지기에는 각 분야의 상황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사실 동서진영간에 '공포의 균형'이 이뤄졌던 1970년대 유럽과는 달리, 현재 동북아에서는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다자안보협력을 통해 안보딜레마를 해소하자는 논리가 힘을 얻기에는 다소 이른 감도 있다. 반면 통상마찰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경제분야에서는 1970년대 동서진영간의 교류에 비해 상당히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다자협력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6자회담을 다자협력체로 발전시킴으로써, 이 지역에서 배제될 것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역내 패권 경쟁을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하이협력기구, ASEAN+3(동남아국가연합+한중일), 동아시아 정상회의 등을 통한 중국의 적극적인 다자외교정책에 자극을 받아 미국도 최근에는 전통적인 양자관계 중시 정책을 보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다자협력체를 통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한 군데에 묶어두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길이다.
  
  동시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도 한미동맹이 미중대결을 부추기거나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안정자 역할이 공고해지면 중국과 일본도 경쟁보다는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안보와 경제가 따로 노는 현 상황에서 벗어나 안보와 경제간의 선순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우리나라로서는 앞으로 이와 같은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촉진자로서의 창의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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