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후보 캠프의 우상호 대변인은 20일 "손 후보는 오늘 아침 7시 40분 쯤 부인 이윤영 씨와 함께 댁을 나와 이동 중"이라며 "서울 절두산 성지에 들러서 기도를 하고 경기도 화성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 시간 어디를 향해 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캠프에는 손 후보가 칩거로 끝내지 않고 지방행을 택한 데 대해 그의 '잠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 손 후보가 외유를 20일로 끝내지 않고 당 공식일정인 부산지역 정책토론회가 예정되어 있는 21일까지 이어갈 경우 "당 경선을 파행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후보직을 사퇴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구태정치에 맞서 범여권 쇄신을 위한 정면돌파의 성격이지 포기를 위한 수순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일방적으로 칩거 결정을 통보받고 패닉상태에 빠졌던 캠프는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손 후보의 '잠적'을 "구태정치와의 투쟁"으로 규정하고 각 지역 조직에 "흔들림 없이 조직·동원선거에 맞서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등 전열을 정비했다.
김부겸 선대본부 부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손 후보는 (캠프에) 동요하지 말고 의연하게 상황을 맞을 준비를 해달라고 했다. 후보도 적절한 때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국민 앞에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 부본부장은 21일 오전 10시 당 지도부를 방문, 선거인단 동원 등 경선구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 등 전날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을 듣기로 했다.
정동영 겨냥, 당 중진에겐 'SOS'
이미 지난 3월 일주일간의 칩거 끝에 한나라당을 탈당해 범여권으로 건너온 손 후보로서는 정치생명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는 마지막 도박을 한 셈이다.
손 후보가 이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또다시 '잠적'에 들어간 것은 막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자신을 추월한 정동영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해석된다. 경선 룰 논란과 조직·동원선거 의혹을 숱하게 제기했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자 급기야 중진들과 지도부에게 구조요청을 신청한 것.
김원기. 김근태, 정대철, 문희상 의원 등 당 중진들은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손학규 후보의 경선 복귀와 경선 문제점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 "손 후보가 조속히 경선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이렇게 되도록 당 지도부도 노력해야 한다"며 "지도부는 경선 과정 문제점에 대해 진상조사를 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향후 당 경선이 국민적 관심과 참여 속에서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상호 대변인은 좀더 적극적인 표명을 하지 않은 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어쨌든 당 중진이 나서서 국면의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게 긍정적"이라며 "당의 위기 상황에서 정치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반겼다.
지도부도 진화에 나섰다. 오충일 대표는 오전 긴급최고위원 회의에서 "손 후보가 참여하지 않고 칩거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며 "지도부는 과거에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앞으로도 경선위와 함께 공정한 경선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회의 뒤 이낙연 대변인은 "손 후보 측에서 △경선관련 각종 의혹사례 진상조사위 구성 △휴대전화 선거인단 모집 활성화 △중립성 훼손하고 있는 일부 당직자에 대한 조치 등 세 가지를 요구해 와 깊이 있게 논의했다"며 중앙선관위와 경선위의 철저한 관리와 당직자 중립성 조치 등을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오 대표는 손 후보와 연락이 닿는 대로 직접 만나기로 했고, 김부겸 부본부장과도 21일 오전 회동키로 했다.
그러나 손 후보의 잠적에 '지도부 흔들기'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는 정동영 후보 측은 "지도부와 중진들이 이럴 때일수록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김현미 대변인)고 역으로 압박을 가했다.
또한 정 후보는 "불법, 탈법 사례가 있다면 당이 조사하고 사법당국에 고발해야 한다"면서 "지난 주말 4연전에서 태풍이 부는데도 3만 7천명이 투표했다. 그 분들을 동원했다고 하면 모욕인 것이고 오히려 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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