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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의지 표명과 국방장관회담 정례화에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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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평화 의지 표명과 국방장관회담 정례화에 힘써야

[정상회담 전망과 과제] ③ 평화체제와 군사적 신뢰구축

* 본 기고문은 지난 8월 16일 <프레시안>에 게재된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의 글을 남북정상회담 연기와 이후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논의 사항 등을 반영해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편집자>

7년 전 역사적인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2000년 6월 14일 회담 후 만찬석상에서는 북한 국방위원회의 조명록 제1부위원장과 위원들이 김 대통령에게 잔을 올리는 놀라운 광경도 있었다. 김 대통령은 이튿날 서울공항에서 열린 방북 성과 대국민 보고에서 "'적화통일도 안 되고 흡수통일도 안 된다'고 북한 측에 역설했고 그 분들도 공감을 표했다"고 밝히면서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각오를 가지고 북한을 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평화 문제 부각은 당연한 수순

당시의 여러 기록에서 양 정상이 한반도에서의 전쟁 방지나 평화체제 수립 문제에 대해 여러 논의를 했다고 되어 있으나, 막상 회담의 공식 결과물인 6.15공동선언에는 그에 관한 구절이 없었다.

2000년 7월부터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에 우리는 현역 장성인 국방부 정책실장을 대표로 보냈으나 북측의 화답이 없었고, 그 해 9월 제1차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도 우리는 긴장 완화와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를 다루려고 했지만 북측이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관련한 군사적 보장 문제만 다루자고 고집해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정황에서 남북간 경제·사회 부문에서의 교류협력 다음의 과제로 한반도 평화 문제가 부각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특히 1997~98년간 진행되다 중단된 4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쌍방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었은 경험을 고려해 이제는 보다 진지하고 포괄적으로 이를 다루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확연했다. 2001년 이후 매년 국민의 정부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주요 안보정책 목표로 내세웠고,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삼았다.
▲ 남북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방지와 평화 보장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될 것이다. ⓒ연합뉴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참여정부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전략은 북핵 문제로 인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왔다. 북한의 핵물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급기야 핵실험까지 이루어지는 마당에 평화 문제에 대한 본격적 접근과 협의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2004년 6월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서해상의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방안과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그 이상의 포괄적 조치는 미루어졌다.

2005년의 9.19공동성명과 올해 초 이루어진 2.13합의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적 합의와 단계적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유용한 외부 여건으로도 작용했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새로운 합의를 이룸으로써 평화 문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었다. 직접 유관국들이 적절한 장(forum)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문제를 논의한다는 약속에 따라 4자회담이 새로운 형태로 재개되고 여기에서 6.25전쟁 종전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의가 조만간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지난 7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며, 지난해 11월 하노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평화협정에 남-북-미 정상이 함께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이제 우리는 한국전쟁을 종결시켜야 하며 종결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전해달라며 이를 위해 6자회담 과정이 이행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 열릴 제2차 특히 그동안 달성된 경제·사회 부문에서의 교류협력 수준에 비추어 기존 합의에 의한 협력 증대가 사실상 한계선상에 이른 현 시점에서 안보 유지와 군사적 보장에 관한 정상 수준의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진전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고 하겠다.

평화체제 구축, 어렵고 긴 과업

정상회담의 성격을 고려할 때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세부적·절차적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이에 관한 후속 논의는 여러 단계의 실무회담을 통해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아마도 많은 부분은 국방장관회담 또는 장성급 군사회담 등에서 다루어질 것이다. 다만, 아직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남북이 직접 할 일과 직접 유관국과 할 일, 그리고 국제적으로 추가로 할 일에 대한 구분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평화 프로세스의 면밀한 설계와 이를 통한 역할 분담은 중요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1953년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어 온 정전체제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부시 대통령이 밝힌 대로 정전협정을 대체해 한국전쟁을 종결시킬 평화협정의 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전협정이 군사분계선 및 비무장지대 관리, 포로 교환 등을 위한 군당국간의 임시 협약이었다면, 이를 대체할 평화협정은 군사관리 체제를 재규정하고 전쟁 재발 방지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까지 포괄적으로 담는 국가간의 정식 조약으로서 6.25와 같은 다자전쟁의 경우 체결 과정이 무척 복잡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진실로 평화를 보장하는 평화체제가 구축되려면 평화협정의 체결 및 발효뿐 아니라 전쟁 방지를 위한 구체적 수단, 예컨대 군비통제 및 군비감축(군축) 등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평화체제 구축은 매우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과업이다.

첫 단계로서 양 정상의 평화 '의지' 선언 필요

일부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이처럼 어려운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해 먼저 전쟁 종결 및 평화 보장에 관한 당사국의 정치적 의지를 공동으로 천명하는 종전선언이 현실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작년 11월 하노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알려진 이래 그에 대한 논의가 더욱 많았다.

그러나 종전선언은 글자 그대로 선언일 뿐 법적인 효력이 극히 제한적이며, 정교한 군사관리 체제에 관한 합의없이 불쑥 던져졌을 때 자칫 기존 체제를 무력화시킬 위험도 있어 쉽게 채택하기 힘들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번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전쟁 방지 및 평화 보장에 관한 양 정상의 의지가 재확인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협의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이는 평화 의지를 정식으로 밝히는 선언으로 도출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6.15공동선언에서 결여된 내용이 공식 포함됨으로써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국내외의 논란을 불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나아가 각급 후속회담의 성과적 개최를 위한 지침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9.19공동성명 및 2.13합의에 따라 곧 있을 직접 유관국간 평화체제 포럼에서 우리의 당사자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남북 주도의 협의 구도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는 직접 유관국간 협의와 더불어 남북간 협의의 2원적 구조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직접 유관국간 평화체제 포럼에서는 전쟁 종결 및 국제적 평화 보장에 관한 협의와 함께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제협력 메커니즘에 관한 협의가 중점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남북 당국자간 회담을 통해서는 실질적인 군사관리 체제 및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방법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는 구조가 가능하다.

결국 최종 도출될 평화협정은 이러한 다자간 및 양자간 합의사항을 적절한 형태의 단일 또는 복수의 문서로 담게 될 것이다.
▲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7일 시드니 한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체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작년 11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언급했었다. ⓒ연합뉴스

국방장관회담 정례화가 현실적 목표

앞서 보았듯이 개념상 한반도 평화체제의 효과적 구축을 위한 남북간 추가 과제로서 군비통제에 관한 후속 협의가 필요하다. 적대적인 쌍방간에 전쟁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군비통제와 군축 합의가 갖는 의미는 이미 1980년대 말 유럽재래식군축조약(CFE)에서도 확인됐고, 그 즈음 남북간에 주고받은 평화보장 방안에 대한 논의 끝에 1992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현 단계에서 군비통제, 나아가 군축에 관한 본격적 논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칫 회담 성과와 남북관계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이 점에서 아마도 남북간에 논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서 군비통제 이전에 추진할 수 있는 사전 조치는 적대 쌍방 무력간에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는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CBM)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상 수준에서 이에 관한 구체적 논의를 하기는 힘들 것이나, 과거 남북 당국간에 치열한 협의를 통해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상기하면서 이런저런 방법들을 서로 거론하는 정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본다.

이와 관련해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긴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는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군 인사 교류 및 정보 교환,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hot-line)의 설치·운용, 그리고 군사공동위원회의 구성·운영 등이 있다.

그 가운데 차제에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와 더불어 고위군사당국자인 남북국방장관간 회담의 정례화를 합의한다면 이는 남북관계에서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에 대한 본격적 협의가 이루어지고 합의가 실제로 이행되고 나면,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긴 군비통제 및 군축 조치로서 대규모 부대이동 및 군사연습의 통제,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의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 및 검증 문제 등이 차후에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정상, NLL에 모든 것 걸지는 않을 듯

현재 국내적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의 의제화에 관한 논란이 첨예하게 일고 있다. 당초 정전협정에서 해상 분계선이 제외되면서 유엔군사령관이 설정했다는 역사적 배경이나 국제법적 성격과 무관하게 1999년과 2002년에 서해상에서 남북간 무력충돌이 있었고 매년 일정한 긴장이 되풀이되면서 많은 국민들은 이를 사활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 군은 서해 평화를 유지하고 수도권 해상안보를 지켜내기 위해 NLL을 수호한다는 중차대한 책임을 갖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 해군사령부가 여러 차례 대남 경고를 한 가운데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도 북측이 NLL을 무시한 공동어로구역 설치안을 제시하면서 이 문제는 이미 남북 군사당국간에 심각한 논란거리가 되어 있다.

남북관계의 거시적 발전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게 될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중요한 의제 또는 결정적 걸림돌로서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양 정상 모두 이 문제가 갖는 명분과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모든 것을 걸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논의가 될 경우 우리로서는 역시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바대로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을 유지하면서 경계선 설정 문제는 앞으로 협의해 나가자는 원칙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아마도 보다 구체적인 후속 논의와 관련해서는 서해 평화정착을 위해 공동어로구역과 바다목장, 해주 직항, 한강 하구의 평화적 이용 등 포괄적 평화번영 패키지를 면밀하게 구성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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