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이 16일 충북 경선 결과를 놓고 '조직표 논란'에 휩싸였다.
지역별 표 분석 결과 정동영 후보가 보은·옥천·영동에서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충북에서 낙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자 다른 후보 캠프에서 정 후보 측이 조직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정 후보 측에선 강원 경선에서 이해찬 후보가 1위를 한 데에도 측근 의원들의 조직이 가동됐다고 반격에 나섰다.
"정동영과 이용희가 민심을 왜곡"
정 후보가 충북에서 얻은 전체 표는 6300표를 조금 넘는다. 이 중 문제가 된 보은·옥천·영동에서 얻은 표가 3800여 표로 전체 절반을 웃돈다. 이 세 지역의 인구가 충북 전체 인구의 10%에 못 미친다는 점을 들어 이 세 지역에서 쏟아진 몰표가 인구비례보다 과도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 다른 후보 측 불만의 골자다.
게다가 이 지역 국회의원인 이용희 국회부의장은 정 후보 캠프의 최고고문을 맡고 있다. 이 부의장은 지난해 열린우리당이 대패한 지방선거에서도 지역구 기초단체장 3명을 모두 당선시켰을 만큼 지역 내 영향력이 막강하다.
요컨대 이 부의장의 조직력으로 정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는 불만이 가능한 것이다. 충북 경선에서 빌미가 될 만한 사례가 꼽혔을 뿐 기저에는 저조한 투표율 탓에 '주말 4연전' 전반에 정 후보 측의 조직세가 과도하게 발휘됐다는 기본적인 반감이 깔려 있다.
이에 이해찬 후보는 17일 충북지역 지지자 모임에서 "정동영 후보나 이용희 의원이 민심을 왜곡했다고 생각을 한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그 작은 지역에서 그런 행동을 해놨기 때문에 그 보다 훨씬 많은 지역에서 반드시 역륜을 건드린 결과를 초래되는 것"이라며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손학규 후보 역시 이날 KBS 라디오 <박에스더의 라디오 정보센터>에 출연 "충북 보은·옥천·영동의 인구가 충북 전체인구의 10% 미만인데도 정 후보의 지지표가 전체 지지표의 40%가 넘는 것은 정상적인 선거가 아니다"며 "경선이란 민심에 가까운 후보를 뽑아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도록 하는 것인데 특정 후보가 각기 조직력을 동원하고 교통수단도 제공해서 투표를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조직선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해찬도 강원서 '조직 덕' 보지 않았냐"
그러나 정 후보 측은 이 같은 논란을 "경선 패배에 대한 핑계" 정도로 폄하하는 분위기다. 강원에서 이 후보가 1위를 한 데에도 이광재 의원, 이창복 전 의원 등과 같은 이 후보 주변 세력의 조직력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조직표' 자체를 쟁점화 하는 것은 가당찮다는 반응이다.
정 후보 측 노웅래 대변인은 "본인들이 이기면 자발적인 지지이고 본인들이 지면 조직, 동원선거라고 하는 것은 반칙이고 구태"라며 "이기고 지는 것은 민심의 뜻이고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경선결과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엉뚱한 핑계를 대는 것은 위기의식의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도 "이 부의장 지역구에서 100%가 다 투표를 한 것도 아니고 40% 남짓이 투표를 했을 뿐인데 그걸로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며 "이 후보 측은 왜 우리가 이 부의장 덕 본 것만 말하고 자신들이 이창복 전 의원 덕에 강원도에서 1위한 얘긴 안 하냐"고 반발했다.
정 후보 측은 '조직선거'란 비난엔 도리질을 치면서도 충북 승리의 수훈을 이 부의장 덕으로 돌리는 데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정 후보는 이날 아침 주재한 선대위 전체회의에서 "충북의 승리는 정동영의 승리가 아니라 이용희 최고고문님과 본부장님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의 승리"라며 "여기 계신 이 부의장님 정치인생 50년의 불꽃을 태우시러 오셨는데 젊은 사람 보기에도 병나시지 않을까 할 정도로 열정적이시고 솔선수범을 보여주셨다"고 이 부의장의 공을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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