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공연' 취소 사태를 불러온 목동 아이스링크 화재는 경기장 지붕 방수 작업을 하던 인부의 부주의와 방수공사 업체의 안전교육 소홀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화재 당시 현장에 있던 인부들과 업체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결과 인부들 가운데 조모(36)씨가 방수 작업을 하던 도중 인화성 물질이 칠해진 지붕 위에서 피운 담배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아이스링크 지붕에 접착제를 칠하던 조씨는 작업 도중 피운 담배에서 튄 불똥이 근처에 벗어 놓은 장갑에 떨어지자 이를 비벼 껐으나 장갑에서 다시 불길이 일면서 화재로 이어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가 칠하던 접착제는 지붕에 방수재 우레탄폼 패널을 덮기 위해 바르던 인화성 물질 '프라이머'로 칠 작업을 하다 벗어놓은 조씨의 장갑에도 이 물질이 묻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14일 오전 11시40분께 장갑에 붙은 담뱃불을 비벼 끈 뒤 장갑을 지붕에 두고 점심식사를 하러 지붕에서 내려갔으나 장갑에서 불씨가 다시 살아나 지붕에 칠해진 접착제로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장갑에 붙은 불을 다 껐다고 여기고 점심식사를 하러 내려간 사이 지붕 쪽에서 `불이야' 라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뭔가 잘못 됐다는 느낌이 들어 뛰어 올라가 보니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조씨에 대해 업무상 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조씨가 인화성 물질이 잔뜩 칠해진 작업 현장에서 담배를 피운 것과 관련 `지붕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사전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조씨의 진술을 확보하고 작업을 지시한 방수공사 업체 대표 김모(46)씨에 대해 관리 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경기장에는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이동훈 선수가 연습을 하고 있었으며 지하에서는 스케이팅 강습을 받던 초등학생 150여명을 포함해 270여명이 있었다"며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고 말했다.
당시 화재로 아이스링크 지붕 3천㎡ 가운데 500㎡ 가량이 불에 타 5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으며 사고 여파로 오후 7시30분부터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 등이 참가하는 가운데 열릴 예정이었던 아이스쇼가 취소돼 주최측이 입장권을 전액 환불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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