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 82명이 10일 불평등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에 대한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했다. 정부는 지난 7일 국회에 FTA 비준안을 제출하고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바 있지만 발효 이후 파급효과가 큰 만큼 협상 과정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 국회의원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요구서 제출 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는 과거 추진됐거나 현재 추진 중인 여타의 FTA 협상과는 달리 발효 이후의 그 파급효과가 정치, 경제, 법 제도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대단히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심도 깊은 사전 검토 및 대책 수립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또 "한미 FTA는 공식협상 개시 전부터 공청회 등 법적인 여론수렴 절차를 무시했고 4대 선결조건을 미리 수용함으로써 굴욕적인 협상자세를 드러냈으며 정보공개와 민주적 절차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 비판을 외면한 채 독단적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실태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제출된 국정조사 요구서에는 김태홍 의원 등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43명을 비롯해 한나라당 26명, 국민중심당 2명, 민주당 1명과 민주노동당 9명 전원, 무소속 임종인 의원이 공동 서명했다.
국정감사 및 조사법에는 국회 재적인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되면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해 조사를 시행하도록 돼 있다.
유시민 "침묵 지키는 후보들, 기회주의적"
그러나 국회 내에는 정부가 이미 비준을 완료한 협상에 대한 뒤늦은 국정조사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인 유시민 의원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국회 FTA특위에서는 관련분야 상임위에서도 청문회를 하고 각 당의 특위에서도 보완대책 방안 마련 등을 논의해 왔는데 지금 시점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유 의원은 "미국보다 먼저 처리해야 추가 재협상요구를 차단할 수 있다"며 "정부가 제출한 비준동의안이 지연돼서 좋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FTA 비준동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다른 예비후보들을 향해서도 "평소에는 한미FTA체결을 지지한다고 해놓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표를 의식해 침묵을 지키는 행보는 기회주의적인 것"이라며 "FTA 비준동의안이 제출된 만큼 각 후보들은 입장을 밝히고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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