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잡아 뼈와 살을 발라내는 데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왕이 그에게 소를 잡게 했는데
그의 솜씨가 어찌나 놀랍던지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어서
어떻게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었는가 물었습니다.
소 잡는 사람은 왕의 물음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저도 처음 소를 잡을 때는
소의 겉모습만 보여서 손을 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3년이 지나자 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뼈와 살로 엉켜진 고깃덩어리가 보였습니다.
눈으로 소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소를 보게 된 것이지요.
소의 뼈마디에는 틈새가 있고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가 없는 것을 틈새에 넣으니
칼을 움직이는 데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장자(莊子)의 양생주편(養生主篇)에 나오는
포정(庖丁)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포정의 소 잡는 솜씨처럼
신기에 가까운 뛰어난 재주를
'포정해우(庖丁解牛)'라고 합니다.
그러나 포정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의 뛰어난 재주란 실상은
마치 '두께가 없는 것을 틈새에 넣는 것'처럼
그저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었습니다.
그것이 보통 사람들에게 놀랍게 보이는 이유는
소를 눈으로만 보고
마음으로는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소 잡는 일이 아니라
세상사는 일에 본보기가 되었던 현인들도
그런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살았던 게 아닐까요?
현인들의 마음에 보였던
세상의 이치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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