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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사람이 눈 먼 말을 타다

막시무스 - 동양의 지혜를 묻다 <31>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세 사람의 선비가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각자 말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한 선비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창끝으로 쌀을 일어 칼로 불을 때서 밥하기,
즉 전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선비가
백 살 먹은 노인이 마른 나뭇가지에 오르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말하자
마지막 선비는 실로 위험한 것이야말로
우물의 도르래 위에
어린애가 누워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사람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눈 먼 사람이 눈 먼 말을 타고
한밤중에 깊은 연못가에 이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설신어(世說新語)에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눈 먼 사람이 눈 먼 말을 타고 가는 것처럼
무척 위험한 행동을 일컫는
'맹인할마(盲人瞎馬)'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중에
눈이 먼 사람이 눈이 먼 말을 타고
깊은 연못가를 지나는
온통 까만 '맹인할마도(盲人瞎馬圖)' 하나를 그려
책상머리에 붙여놓아야겠습니다.
산다는 게 얼마나
'맹인할마' 같은 것인지 잊지 않고
늘 조심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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