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27일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국회의원,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을 만나 거듭 자제와 단합을 당부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 승복으로 파국은 면했지만 곳곳에서 경선 후유증이 돌출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오늘 부로 캠프 모임은 끝"
이 후보는 이날 저녁 신촌 한 음식점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오늘 모임으로 우리끼리 하는 캠프 모임은 끝"이라고 선언했다. "우리의 승리를 우리끼리 자축하는 것으로 비칠까 조심스럽다"며 "오늘 저녁 이 시간 부로 우리, 너희, 이쪽, 저쪽 하는 말은 모두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서운한 일도, 섭섭한 일도, 오해할 일도 있었던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경선 결과가 발표되던 그 시간 부로 잊어야 한다"며 "나는 빠른 속도로 잊어가고 있으니 여러분도 그렇게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00여 명의 지지자들은 박수로 이 후보의 요청에 화답했다.
이 후보를 도왔던 다른 중진들의 발언도 한결 같았다. 캠프 고문이었던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는 "우리 앞에 남은 제 2의 관문은 한나라당의 단결이고 제 3의 관문은 정권교체"라며 "한나라당이 뭉치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김덕룡 의원도 "우리가 그 동안 열심히 해서 이 후보를 만들었지만 우리의 소유를 자랑할 처지가 못 된다"며 "모든 공은 국민과 당원에게 맡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사비 2만 원, 이 후보 '빌려서' 내
그러나 각별한 몸조심 속에서도 승자의 여유를 감출 수는 없었다.
이 후보는 "지금 여권에서 나오는 후보 어느 하나 미래를 말하는 사람이 없이 모두 이명박 비난으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며 "그 사람들은 이명박이 대답해 주기를 기다리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여권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참석자들은 박재순 전남도당위원장의 건배사 후 "이대로"를 삼창하기도 했다. 승리에 대한 만족감이 엿보였다.
한편, 이날 식사비는 참석자들이 2만 원씩 갹출해 냈다. 2시간 전 열린 박근혜 후보 캠프의 '자장면 해단식'을 위해 참석자들이 1만 원씩을 낸 것과 흡사했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던 이 후보는 "식대 내십시오"하는 말에 깜짝 놀라 지갑을 꺼냈지만 낡은 지갑에는 1만 원짜리 달랑 한 장 뿐이었다. 이 후보는 "진짜 지갑에 1만 원 밖에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곁에 있던 정종복 의원이 1만원을 '빌려줘서' 식대를 맞춰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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