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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예술가와 접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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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예술가와 접속하다

[프레시안TV] 안양 석수시장 빈 점포의 입주 작가들



뉴타운 신도시 개발로 곧 자취를 감출 안양 석수 재래시장은 군데군데 이가 빠진 듯 점포가 비어있다. 지난 6월 이 비어있는 점포 안에 국내작가 6명, 해외작가 4명이 입주했다. 이들은 석 달 동안 생선 가게아저씨, 떡집 아줌마, 방울이네 옷가게 언니, 순대국집 이모와 먹고 마시고 어울리면서 한바탕 굿판(?)을 벌였다.

지난 8월 23일부터 26일까지 안양 석수시장에서 열린 '2007 석수시장 프로젝트'의 '오픈 스튜디오'는 이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선보이는 자리였다.
▲ 오픈 스튜디오 ⓒ인디코

이번 프로젝트는 안양 석수동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과 다양한 공공 예술을 10년 동안 이끌고 온 지역 예술가 그룹 스톤앤워터가 3번째로 기획한 것으로 AFI(국제작가포럼)과 경기문화재단 후원을 받아 국내외 작가들을 공모, 선정해 3개월 동안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 레지던시란 예술가들에게 작업실과 약간의 활동비를 제공하는 것)

스톤앤워터 대표 박찬응씨는 "우리는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형체가 있는 어떤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별로 관심이 없어요. 서로 간에 나눠가지기도 하고 대화하기도 하면서 이루어지는 무형의 소통, 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예술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덧붙여 이번 프로젝트는 그런 소통을 위한 예술에 좀 더 접근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2005년에는 '오픈 더 도어' 프로젝트를 통해 닫혀있는 점포 문을 오픈하는 행사를 했고 2006년에는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일기나 앨범들을 공적인 장소로 끄집어내는 '가가호호'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 기간이 너무 짧아서 주민들과 소통하는데 한계를 느꼈어요, 그러다 '아! 작가들을 입주시키는 프로젝트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 박찬응 대표 인터뷰 동영상 참조)

'2007 석수시장 프로젝트'의 '오픈 스튜디오', 주민들과 소통하는 예술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따라가 보자. (* 작가 인터뷰 동영상 참조)

석수시장 뮤직앨범 (점포 88호)

전국노래자랑에서나 나올 듯한 노래 소리가 줄곧 흘러나오는 점포 안. 영사기를 통해 시장 아줌마 아저씨들의 모습이 벽면에 비친다. 사연 없는 18번이 어디 있을까.

설치미술가 진시우씨의 작업실. 진시우씨는 3개월 동안 시장 아저씨 아줌마들을 만나 반주 없이 애창곡 18번을 생짜배기로 부르게 하고는 그 자리에서 녹음을 했다. 그리고 CD를 제작해 이들에게 선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석수시장 비디오 프로젝트 (점포 117, 118호)

점포 117, 118호에 나란히 입주한 두 명의 작가. 뉴욕에서 재개발 현장을 찍던 타마라 구 베르넷과 도자기로 포춘 쿠키를 굽는 김선애씨. 이들은 하루하루 변화되어가는 석수 시장의 작은 변화들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말이 안 통하는 타마라는 매일 '안녕하세요'라는 한 마디로 시장 사람들과 소통을 시작했고 사람들은 시나브로 그녀의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타마라는 사진을 통해서도 석수시장의 작은 변화를 기록했다. 그녀의 작업실 전시된 사진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의 흐름대로 석수시장의 골목길이 한 눈에 쑥~ 들어온다.

그녀는 석수 시장이 부동산투기나 뉴타운 도시 개발로 옛 건물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는 뉴욕시 재개발 과정과 비슷해 작업하면서 정서적인 공감대를 많이 느꼈다고 했다.

무단방치 라디오스타 (점포 57호)

길모퉁이 57번 점포. 이곳에는 석수 시장 주민들이 수다를 떠는 동네수다방이 있다. 수다 떨 사람이 없으면 주인장 권승찬씨가 대신 수다를 떤다. 이들의 수다는 FM 전파를 타고 반경 200m내 순대국집, 김밥집, 미용실, 옷가게, 생선가게로 시장 구석구석 전달된다. 일명 '무단방치 라디오 방송국'. 3개월 동안 서 너 차례 시험 방송을 한 바 있어 애청자도 생겼다.
▲ 무단방치 라디오 방송국 ⓒ인디코

외계에서 온 게 (점포 89호)

푹푹 찌는 더위. 석수시장도 예외일 수 없었다. 독일 행위예술가 페트릭 잠봉씨는 자신이 입주한 점포를 과감하게 수영장으로 만들었다. 시장에서 구한 가구를 재활용해 만든 외계인 복장은 수영복도 겸한다. 이를 지켜 본 옆집 감자탕집 아줌마. "아니 저게 저렇게 변할 줄 알았남. 튜브처럼 물에 둥둥 뜨잖아요." 잠봉의 외계인 복장을 무척이나 신기해한다.

그는 3개월 내내 자기가 '외계에서 온 게'라면서 석수시장의 정보를 캐기 위해 게임기와 노래방를 메고 석수시장을 돌아다녔다.

잠봉은 이 황당한(?) 퍼포먼스를 두고 말한다.

"말도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나는 외계인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의 퍼포먼스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이름없는.. (점포 93호)

"아무도 눈여겨 봐주지 않는 소외되어 있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화가 이재헌씨. 그는 시장 주변의 담벼락, 아스팔트, 시멘트, 벽돌 틈새에 낀 잡초들을 찾아 한 장 한 장 화폭에 담아냈다. 잡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이름 없는 이들의 알 듯 모를 듯한 모습이 슬프게 그려져 있다.
그의 그림은 석수 시장의 주민들처럼 이름 없는 그러나 생명력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한 헌사다.

기억의 파편(점포 58호)

"나 닮았죠? 저거 앞집 작가 아가씨가 그려준 거예요."

먹음직한 떡들이 가득이 놓여있는 떡집 앞에 주인 아줌마 초상화가 떡 하니 걸려있다.

떡집 맞은편에 입주한 작가 아가씨가 그려준 것이라며 떡집 아줌마는 3개월 내 예술가들과 같이 지내면서 예술이 뭔지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다고 한다.

채진숙 작가는 석수시장에 머물면서 매일 경험했던 일들을 사진으로 찍고 여러 장의 사진을 재구성해 그림일기처럼 그려 전시했다. 떡을 돌리던 일, 작업실을 옮긴 일, 삼막사 정상까지 차를 타고 올라간 일, 머리를 자르던 일, 산에서 요가를 했던 이유 등등.
▲ 기억의 파편 ⓒ인디코

기획 : 인디코
촬영 : 최진훈, 김하얀, 강민균
편집 : 최진훈
제작 : 인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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