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이 27일로 예정된 가운데 출마 후보군을 조정하자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경선 일주일 만에 치러지는 원내 선거가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간의 대리전 구도로 치러지는데 대한 부담감의 표현이다.
李측, 이기면 '독식'-지면 '당 장악 실패'
정형근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에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마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간의 또 한 번(의 대결)이 되지 않겠냐는 식으로 서술을 한다"며 "당의 대선 후보가 선출된 지 1주일 만에, 또 대통령 선거가 4달이 채 안 남은 시점에 표 대결로 원내대표를 뽑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선 막판 이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정 최고위원은 또 "원내대표 경선은 이 후보 당선 이후 첫 시험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후보에게 쓸데없는 부담이 가서는 안 된다"며 "대선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필요하면 자기희생과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안상수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해 놓은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왔던 이규택 의원도 도전장을 냈다. 양대 진영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리전이란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는 구도인 것이다.
이에 경선으로 분열된 당을 화합시켜야할 책임을 진 이 후보 측으로서는 승부와 상관없이 박 전 대표 측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구도 자체가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이길 경우 독식이라는 비판을, 질 경우 당 장악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 뻔하다.
박 전 대표 측도 대리전 구도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경선 이후 이 후보 쪽으로 세가 쏠려 있어 이 의원의 승리를 장담하기가 어렵다. 일주일 만에 또 한 번의 실패를 겪는 것은 '박 전 대표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된다.
이에 박 후보 캠프에서 홍보본부장을 맡았던 김학송 의원도 "당의 화합을 생각해 원내대표 선거가 잘 조정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규택 "후보는 이 후보가 됐으니 원내대표는 배려해야"
그러나 어느 쪽이 포기할 것인가를 두고서는 양대 진영이 신경전을 벌이는 분위기다. 이 후보 측은 대권을 두고 여권과 투쟁해야할 원내 선봉장을 뽑는 일이니 만큼, 이 후보와 호흡이 맞는 인사가 맡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새 원내대표는 이 후보에 대한 범여권의 파상공세가 예상되는 9월 정기국회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화해와 단합을 위해서라도 자리를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규택 의원은 명시적으로 "후보는 이 후보가 됐으니 원내대표는 박 후보 측에 주는 것이 순리와 정도"라며 이 후보 측의 '배려'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아침 BBS불교방송 <조순용의 아침저널>에 출연, "내가 나가서 패배를 할 경우 또 아픈 상처를 받고 양쪽이 분열까지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승기롭게 화합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면서도 "양 캠프 간 남아있는 앙금을 어떻게 화합할 것인지는 이 후보 측이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악의 경우 내가 출마를 포기할 경우도 나올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또 굉장히 말이 많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양대 진영은 강재섭 대표의 조정역할을 기대하고 있지만 강 대표는 "각 후보들이 세 대결을 할 생각이 없다는데 어떻게 조정 얘기가 나올 수 있겠냐"며 난색을 표했다. 강 대표는 양 측의 요구에 "등록 상황을 보고 다시 논의하자"고 여지를 두면서도 "오히려 9월 중순경 최고위원 두 분을 다시 뽑을 때 화합하고 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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