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이 당의 입장마냥 즉각 반대를 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론이 회담에 긍정적으로 화답할 경우, 혹은 회담이 성과를 낼 경우 '덫'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통일 세력"이란 딱지가 붙는 것도 두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여권마냥 환영하고 볼 수도 없다. 전체적인 구도상 환영할 일도 아니거니와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 내 엄존하는 '반북(反北)기조'를 무시할 수도 없는 탓이다. 벌써부터 '조갑제닷컴' 등 우익진영의 사이트에는 "한나라당이 정상회담을 봉쇄해야 한다"는 격문이 나붙고 있다.
정상회담에 대한 양 주자 진영의 공식입장이 이날 오후 2시께에야 발표된 것은 '눈치 볼 곳이 많은' 이들의 처지를 반영한다. 이는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의 논평이 청와대 발표 직후 나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명박 측 "뭐가 급해 의제도 없이 합의하냐"
먼저 이명박 후보 측이 내놓은 공식입장을 요약하자면 "미심쩍은 부분은 많지만 반대는 하지 않겠다"는 것.
박형준 대변인은 "핵 폐기와 북한의 개방에 기여하는 방향에 합치하는 남북정상회담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회담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곧바로 회담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가 따라붙었다.
박 대변인은 "정상회담에서 의제를 결정하지도 않고 회담 개최부터 합의한 데 대해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에 하나라도 남북정상회담이 국내 정치, 특히 대선 정국에 이용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등 정상회담 추진 의도를 미심쩍어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정상회담은 답방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평양에서 열린다는 것은 북한에 이끌려 다닌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회담의 형식을 문제 삼기도 했고, 또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정치적 조건이 전제되거나 뒷거래가 있었다면 이는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며 회담 성사과정에 대한 의혹도 늦추지 않았다.
박 대변인은 마지막으로 "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남북 협력의 추진은 차기 정권의 몫으로 남겨져야 한다"며 "실천이 불가능한 무리한 합의를 추구하는 일만은 어떤 경우에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모든 의제 투명하게", 원칙론만
이 후보 측이 회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충분히 드러낸 반면, 박근혜 후보 측은 원론적인 입장을 취해 향후 정세에 따라 운신할 여지를 좀 더 넓게 열어두는 모습이었다.
박 후보는 대변인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은 우리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가장 위협하는 북한 핵문제를 반드시 매듭짓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며 "아울러 모든 의제와 절차 등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원 대변인은 이를 전하며 "정상회담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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