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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한계 많을 정상회담…남북간 이슈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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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한계 많을 정상회담…남북간 이슈에 집중해야"

[전문가 긴급논평] "미국은 호응할 수 있을 것"

8일 전격 발표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허겁지겁 합의했다'는 혹평부터 '긴 시간 준비된 산물'이라는 평가까지 다양한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에 진전이 있는 가운데 열리는 정상회담이라 할지라도 핵문제나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의 구조적인 문제에 관해 남북 정상이 구체적인 합의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핵문제 등에 관해서는 추상적인 합의만 가능할 뿐이고, 남북 경제협력이나 인도적 교류 문제 등의 남북간 이슈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반응에 대해서는 미국이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고 오히려 환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북핵 해결에 중요한 무게를 두고 있는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을 반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전문가 논평 전문이다.

■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의제는?

평화, 남북협력, 남북한 간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4대 현안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체제 논의다. 지난 1차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6.15공동선언이 '통일 선언'이라면 그것이 '평화선언'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그 핵심은 남북기본합의서에 이미 나온 '화해와 불가침'의 두 조항의 내용이 살려지는 선에서 이뤄질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핵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평화선언 차원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한반도 군사긴장을 낮추기 위한 군축 문제를 다뤄야 한다. 정상회담에서 당장 군축에 대한 합의를 이루진 못하더라도 이를 위한 남북협력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남북협력과 관련된 의제에서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경공업 원자재와 식량 제공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수준의 합의가 필요하다. 결국 현재 진행 중인 경협의 속도와 규모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진전시키느냐가 핵심이다.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수준의 지난 번 합의를 제도적으로 진전시켜야 한다.

미군철수, 북방한계선, 북핵, 국가보안법 등 4대 현안의 경우에는 당장 정상회담에서 다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남북관계 발전에 방해가 되는 4대 현안에 대한 기본적인 취지를 담고 앞으로 실무적으로 논의하자는 수준의 얘기가 될 것이다.

그 밖에도 인도적 문제가 있다. 이산가족 문제나 납북자 얘기도 정상회담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까지 가는 경로는 어떻게 보나?

4자 정상회담에 대한 합의가 남북정상회담에서 명시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 더욱이 남측에서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만큼 올해 안에 4자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그것은 차기 정권의 문제가 된다. 현 정부에서 추진한다면 한나라당과의 합의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 추진 과정에 대한 평가는?

현재까지 나온 것으로만 평가하기는 일단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정권 초기 대북송금 특검 문제 등으로 남북 최고지도부 간 신뢰가 없다는 말이 많았는데 장기간의 노력으로 이를 극복한 것으로 봐야 한다. 최근 몇 개월간 준비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2005년 6.15공동행사 이후부터 2년에 걸쳐 준비된 것의 성과로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급속하게 추진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기왕에 좀 더 시기가 빨랐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당이 극렬히 반대할 수는 없겠지만 대선국면에서 나왔다는 점이 아쉽다. 북핵 2.13합의 이후 5~6월 쯤 정상회담이 있었다면 가장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의제 설정을 잘 해서 야당과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면서 준비해나가야 한다.

■ 서재진 통일연구소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

정상회담이 다소 급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의제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성사에만 합의한 거라고도 볼 수 있다. 현 정부가 임기말에 급하게 하는 회담이기 때문에 북한에게 너무 많은 걸 양보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는 사회주의권 붕괴 등으로 북한이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합의된 것으로 남쪽에 유리했다. 반면 2000년 1차 정상회담은 김대중 정부의 정치적 의도 때문에 북한에 끌려간 측면이 다소 있었다. 이번에도 임기 몇 달 안 남았고, 국내정치적으로도 활용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 끌려가는 의제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남측은 핵문제 해결, 종전선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에 공동 노력한다는 식의 약속을 받아내는 대신 북측은 대규모 경제지원 같은 걸 받아갈 가능성이 있다.

북한으로서는 설령 경제지원이라는 실질적인 이익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부수효과를 얻는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에서 목을 매고 있는데,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분위기를 조성하게 된다면 북미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00년에도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명록 북한 인민군 차수가 미국에 가서 조미공동코뮈니케를 얻어냈다. 북한이 실제 노리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다. 북한이 이번 회담 자체에서 얻을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합의한 것은 그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도 2000년과는 다르다. 당시에는 상당히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미국도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도 북핵 해결이 상당히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분위기를 조성하는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면 상당한 호응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북한이 가장 많은 걸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북한의 의도를 알고 거래를 하고 정상회담을 무리없이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규모 경제지원 같은 걸 합의한다면 차기 정부에 부담을 준다. 우리 경제의 효율성과 어긋나는 합의를 할 경우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 1차 정상회담때는 국민들의 호응이 있었지만, 예를 들어 '북한의 남침'이나 핵문제 같은 것에 무감해진 국민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따라서 국내정치적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북한이 뭘 노리는지 정확히 분석해 정상회담에 임해야 한다.

■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의제는?

남북 경제협력과 6.15공동선언 계승을 위해 진전시킬 사항을 논의할 것 같다. 경제특구를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초부터 북한이 함북 나진지역을 숨겨왔던 게 눈에 띄었는데, 특구를 한다면 나진선봉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인프라 개발은 남쪽이 하고 이용은 러시아와 미국이 함께 하는 그림이 될 것 같다.

- 4자 정상회담으로 나갈 수 있을까?

4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간 4자 정상회담 얘기가 많이 있었는데 북한이 사실상 거부했다. 따라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핵 논의는 '비핵화에 노력하겠다' 정도 선에서만 될 것 같다. 평화체제 구축 문제도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하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경협, 6.15계승, 통일방안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회담 성사 과정에 대한 평가는?

국정원이 움직였기 때문에, 지난해 북경 접촉이나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 같은 건 배경적인 요소 정도로나 작용했다. 김양건 북한 통전부장이 최초로 움직인 것으로 과거의 남북접촉과는 거리가 있다. 회담 추진과정에서의 투명성 문제를 트집잡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비선 없이 되겠나. 더군다나 이번에는 비선이 아니라 국정원이 움직인 거니까 노무현 대통령 입장에서 투명했다고 볼 수 있다. 직책이 없거나, 1차 정상회담처럼 맞지 않는 직책의 사람이 움직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부가 배제된 걸 지적하고 싶다. 남북관계가 어차피 핫라인이 움직여야 하긴 하지만, 6자회담은 외교부가 하고 접촉은 국정원이 하는데 통일부가 소외되는 건 우려스럽다.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

2차 정상회담의 의제는 한반도 평화 선언이 될 것이다. 종전 선언까지는 어렵겠지만 남북간 적대적 관계 청산과 앞으로 더 이상 전쟁을 없다는 불가침 내용이 담길 것이다. 지난 2000년에도 이런 내용이 오갔다는 말은 있었지만 합의문에 담기지는 못했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남북간 상시적 협의틀 마련 등이 약속될 것이다.

또 다소 추상적인 수준이나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재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인만큼 그 세부내용이 나오지는 않겠으나 9.19 공동성명이나 2.13합의에 담긴 내용을 재천명하는 형태로 비핵화 의지를 밝힐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전면적인 남북경협 의지를 북측에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4자 정상회담은 연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우리 정부가 의지가 있더라도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은 동북아 정세 전체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사건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현 정부를 도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까지 개입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어서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대신 4자 외무장관 회담 등을 통해 종전선언을 하는 방법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9월 초 예정된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에서 불능화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9월 중순 6자 외무장관회담이 열리면 여기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 있다.

한나라당의 반대 등이 있지만 정상회담은 국내 정치문제보다는 한 단계 높은 민족문제인만큼 원론적으로 보면 국내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너무 선거에 임박하면 오히려 역풍이 일어날 수 있는만큼 4자 정상회담과 같은 추가적인 정상회담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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