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문항'이 한나라당 경선가도의 막판 쟁점으로 부상했다.
전체선거인단에 20% 비율로 반영될 일반국민대상 여론조사에서 '선호도'를 측정할 것이냐, '지지도'를 측정할 것이냐를 두고 이명박-박근혜 양대 진영의 입장이 확고하게 갈린 것이다. 양측은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이 두 가지 방식을 혼합해 내놓은 '절충안'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박관용 절충안'에 '빅2' 모두 "수용불가"
박관용 위원장은 7일 아침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질문 기법이나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서 조금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서 양 측의 대립을 "기 싸움"으로 규정했다.
실제 이 후보 측의 반발은 구체적인 수치보다는 박 후보 측과의 알력에 강조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은 "원칙을 가장 소중히 생각해야 할 선관위가 특정 캠프에서 '떼쓰기'를 한다고 해서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박 후보의 '중대결심' 발언에 흔들려 당 선관위가 절충안이라는 변칙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반발의 골자다.
진수희 대변인 역시 이날 아침 BBS불교방송 <조순용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계속 문제 삼는 것은 어느 쪽의 유불리를 떠나 당이 한 번 결정한 것을 자꾸 뒤집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 후보 측은 "절충안이 이 후보 측에 유리하다"며 실제 '표'를 얘기한다.
박 후보 측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당초의 전문가 안(지지도)은 우리보고 2000∼4000표를 이 후보 측에 그냥 얹어주라는 얘기였고 '박관용 절충안'은 이를 바탕으로 좀 줄여서 1000∼2000표를 그냥 주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김재원 대변인 역시 "실질적으로 조사를 하면 여론조사 문항에 따라 많게는 5~6%까지 차이가 난다"고 "우리가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조사를 해 본 결과에 따르면 절충안은 1000표에서 2000표 가량을 이 후보 측에 그냥 넘겨주는 실질적 효과가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절충안은 박근혜 측에 유리" 분석도
일반인들의 눈에는 이 같은 다툼이 '사소한 문구'를 둘러싼 한심한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양 진영이 구체적인 표를 두고 물러설 수 없는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하나의 조사에서 지지도와 선호도를 동시에 물어볼 수 없기 때문에 엄밀하게 두 문항의 표 차를 가를 순 없지만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양 캠프 간 이해득실이 갈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차이를 가르는 것은 '무응답층'이었다. 강력한 지지를 물을 경우 응답을 하지 않던 층이 선호를 물으면 이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성을 보이기 때문에 '선호도'를 물을 경우 이 후보 측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것.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 역시 "능력과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 이 후보는 적임자를 물을 경우 호응이 높고 지지층의 충성도가 높은 박 후보의 경우 지지를 물을 때 응답이 많다"고 판단했다.
이 두 가지 문항 차에 움직이는 표는 2~3% 선으로 예측됐다.
'박관용 절충안'의 손익계산에 대해서는 두 전문가의 의견이 갈렸다. 한 실장은 "아직 시뮬레이션을 해 본 기관이 없기 때문에 예측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홍 소장은 "절충안은 사실상 '지지도' 문항"이라고 말했다.
절충안 문항은 '선생님께서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다음 네 사람 중 누구를 뽑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이다. 이 중 뒤에 붙은 '좋다고 생각하냐'는 문항은 사족에 불과할 뿐, 응답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홍 소장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홍 소장은 이 후보 측에서 '박관용 절충안'을 "유례없는 설문" 혹은 "변칙"이라고 공격하는데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가능한 선택을 했을 뿐 조사 기법 상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